'이 구역의 미친 X' '진상' 남자와 '민폐' 여자의 로맨스 왜 감동일까 [N초점]

'이 구역의 미친 X' '진상' 남자와 '민폐' 여자의 로맨스 왜 감동일까 [N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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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3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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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편견이 공감·위로로 바뀌는 기적같은 순간 그린 '이 구역의 미친 X'

카카오TV '이 구역의 미친 X' 제공 © 뉴스1
카카오TV '이 구역의 미친 X'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진상' 남자와 '민폐' 여자가 이루는 로맨스, 왜 감동적일까.

지난 21일 종영한 카카오TV 드라마 '이 구역의 미친 X'(극본 아경/연출 이태곤). 분노조절0%의 남자와 분노유발 100%의 여자가 만나 벌이는 미친 로맨스를 그렸다.

배우 정우와 오연서가 주인공인 노휘오와 이민경 역을 각각 맡아 극과 극의 남녀를 그리며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완성했다. ''

tvN '응답하라1994' 이후로 오랜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정우는 전매특허 '츤데레' 캐릭터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한 내공을 보여줬다. 로맨스와 코미디, 그러면서도 더 깊어진 눈빛으로 노휘오의 변화를 그리며 극을 이끌었다.

오연서 또한 유쾌한 코미디 속 복잡한 사연을 지닌 여자 이민경을 차진 연기력으로 완성했다. 자칫 민폐 캐릭터로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가 극이 진행될수록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은 데는 배우의 연기력이 한몫했다.

극과 극의 남녀가 만나 티격태격하다가 마침내 로맨스의 결실을 이루는 이야기는 수많은 드라마의 기본 공식이다. '이 구역의 미친 X' 역시 이 공식을 그대로 따른 드라마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드라마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코미디의 외피를 한꺼풀 벗겨내면 편견과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깔려있고, 나아가 이해와 믿음을 말하고 있기 때문.

여주인공 이민경은 비 오는 날 머리에 꽃을 꽂고, 해도 없는 날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는 여자. 인상만으로도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이 여자는 어느날 갑자기 홍직동 아파트에 이사온 낯선 이방인이다.

스스로 성벽을 만들고 주변과 일체 교류를 하지 않는 이민경. 그의 행동은 말 그대로 '분노유발'이다. 자신을 누군가가 괴롭히고 공격하고 있다면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고, 남을 의심하 며, 매사에 날카롭게 반응한다. '망상증'이라거나 '미친 X'이라는 말을 듣는 일도 적지 않다.

'분노조절'이 불가능한 남자 노휘오는 어쩌다 그녀를 마주친 대가를 혹독히 치른다. 가뜩이나 매사 화가 난 그의 표정과 행동은 이민경을 더욱 자극하고 오해로 인해 경찰서까지 가는 일도 벌어진다.

이민경은 좀처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타인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지나친 방어적 행동, 피해를 입었을 때 패닉에 빠져 노휘오에게 '염치' 없는 부탁을 맡겨놓은 듯이 하는 것도 그러하다.

카카오TV '이 구역의 미친 X' 제공 © 뉴스1
카카오TV '이 구역의 미친 X' 제공 © 뉴스1

노휘오는 그런 이민경을 이상한 여자로 받아들여 부탁을 거절하거나 무시를 하며 관계를 끊으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민경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의 내막을 알게 된다.

이민경은 데이트폭력의 피해자였다. 그의 전 남자친구는 유부남인 사실을 숨겼고, 헤어지자는 이민경에게 폭행을 가하고 몰래 찍은 영상을 미끼로 이민경을 괴롭혔다. 이민경은 회사도 그만 두고 살던 곳도 떠나 홍직동으로 도망치듯 이사왔다.

우연히 만난 전 직장 동료와 인사를 나누고 그가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모습도 자신에 대한 험담처럼 듣는 이민경의 장면은 그가 심리적으로 얼마나 피폐해져있는지 드러난다. '유부남과 놀아난 여자'라는 세상의 손가락질로부터 도망친 이민경은 매사 타인을 의심하고 나아가 자기 자신을 가장 믿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 만 것.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되는 데이트 폭력이나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공포. '이 구역의 미친 X'는 이민경을 통해 폭력의 후유증에 대해 말한다. 복구가 불가능한 상태로 일상이 파괴되고, 사회활동은 물론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불가능해지는 현재진행형의 후유증이다.

노휘오와 이민경은 조직이나 사회로부터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한 공통점 아닌 공통점을 바탕으로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전 남친의 어머니로부터 합의를 해달라는 강요를 거절한 탓에 인터넷 게시판에 '불륜녀'로 소문이 난 이민경이 다시 나락에 빠지지 않도록 그의 유일한 '내 편'이 되어준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 하나만으로도 하루 아침에 세상이 달라지는 기적을 보여준다. 이민경은 점점 더 밝아졌고, 노휘오도 점점 더 긍정의 에너지로 삶을 채웠다.

타인을 이해하면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도 변화하면서 타인에게 믿음을 주는 관계로 발전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단순한 사랑의 결실만이 아닌 더욱 뭉클한 감동을 안긴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 구역의 미친 X'는 편견과 차별, 이를 극복하는 다양한 사람과 이야기에 대해 그린다. 여장을 한 남자 이상엽(안우연 분)을 이유없이 바바리맨으로 오해하는 동네 사람들,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근거 없는 글로 이민경을 '상간녀'라고 악플을 달고 이사를 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리 낯선 그림은 아니다.

이렇게 누군가 편견이나 오해로 벼랑 끝에 내몰릴 때 진실을 알고 믿어주는 한사람으로부터 시작된 '믿음'은 오해를 풀게 하고 더 끈끈한 관계로 이어지도록 만든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선입견이나 편견에 기대 오해하지 않는 것, 나로 인한 상처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할 줄 아는 마음. 기본적이지만 지키기 어려운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이 구역의 미친 X'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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