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유해진 "데뷔 후 첫 검사役…고위직은 시켜줄 때 빨리 해야" [인터뷰]

'야당' 유해진 "데뷔 후 첫 검사役…고위직은 시켜줄 때 빨리 해야" [인터뷰]

한수진 ize 기자
2025.04.1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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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유해진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대한민국 마약 범죄의 이면을 파고드는 범죄 액션 영화 ‘야당’은 실존하는 마약 브로커 야당을 정면으로 다룬 첫 영화다. 수사기관과 범죄 조직 사이에서 정보를 주고받으며 이익을 챙기는 마약 브로커를 일컫는 은어 야당. 영화는 이 단어를 한국 사회의 그늘 속에 실재했던 인물군으로 끌어내며 그 안에서 욕망과 배신, 생존의 서사를 직조해 낸다.

극은 이강수(강하늘)라는 한 인물이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감형을 조건으로 검사 구관희(유해진)의 제안을 받아 마약 세계의 브로커 야당으로 활약하게 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영화의 극적 갈등을 일으키고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 바로 유해진이 연기한 구관희다. 구관희는 밑바닥부터 올라온 독종 검사로서, 매 순간 더 높은 곳을 향한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영화에서 관희가 강수한테 ‘나는 어렸을 때 어머니한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성공하라는 말을 듣고 살았어’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어요. 이건 제가 부수적으로 넣은 대사였는데, 실제로 제가 어머니에게 듣고 자란 말이기도 해요. 어머니가 저에게 늘 ‘잘 살아야 한다’고 하셨거든요. 그런 동력이 있어야 이 인물이 욕망으로 가는 길에 거름이 될 거로 생각했어요. 그런 가정 환경이 구관희라는 인물의 욕망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배경이 된 거죠.”

유해진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유해진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이 작품이 표방하는 장르는 범죄물이지만, 권력과 인간 실체를 해부한다는 점에서 심리극의 냄새를 물씬 풍기기도 한다. 유해진이 연기한 구관희는 야망을 품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절제된 태도를 유지한다. 욕망을 드러내는 방식 역시 단선적이지 않다. 유해진은 그 복합적인 결을 단순한 외적 표현이 아닌 행동의 미묘한 변주로 설계하고자 했다.

“야망이 있다고 해서 꼭 그걸 전면에 드러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그런 사람이라면 더 조심스럽게 움직이지 않을까요? 시끄러운 인물들이 많은 극 안에서, 구관희는 오히려 조용하게 욕망을 좇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풋내기 검사였다면 으쌰으쌰하면서 부패 권력과 결탁하는 모습을 드러냈을지 몰라요. 근데 눈치와 경력이 있는 베테랑이잖아요.”

이처럼 유해진은 과장보다는 차이를 만들고자 했다. 동일한 장르, 유사한 대사 속에서도 연기의 밀도를 달리하는 그의 철학은 ‘야당’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그는 “이야기가 워낙 버라이어티하고 시끄럽다. 저까지 같이 날아다녔으면 어수선했을 거다. 그래서 어느 정도 눌러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유해진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유해진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연기의 핵심은 다름에서 온다는 그의 철학은 이번 작품에서도 이어졌다. ‘야당’ 속 “야당할래, 전국적으로다가?”라는 대사는 ‘부당거래’의 대사 “네가 범인 해라”를 떠올리게도 한다. 그는 이 겹침을 피하고자 끊임없이 디테일을 달리하고자 했다.

“경력이 늘어날수록 제가 해온 연기도, 이야기들도 너무 많이 겹쳐요. 그래서 저는 보편적이면서도 정말 스페셜한 걸 찾는 게 목표예요. 대사 하나도 다르게 만들 방법을 늘 고민해요. 같아 보여도 느낌은 달라야 하거든요.”

'야당'에 출연한 이유와 작품 감상을 묻자 그는 “야당이라는 소재 자체가 정말 신선하게 다가왔다. 요즘 영화 대본 자체가 별로 없는데 그 중에서도 참 좋았다. 그리고 검사 역도 처음이었고 고위직은 시켜줄 때 빨리빨리 해야 한다(웃음)"라며 "‘야당’은 봐왔던 코드의 영화이긴 하다. 그런데 모든 작품에서 그런 코드를 잘 살리지는 못한다. 마냥 색다른 건 아니지만 야당이라는 낯선 존재의 신선함이 가미되고, 같은 장르 영화 중에서도 나쁘지 않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극 중 동지에서 적이 되는 강하늘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 친구는 맑아요. 답도 클린하고, 군더더기가 없어요. 자기 느낀 대로 잘 이야기하고 아주 똑똑해요. 저는 후배들이 저를 어려워하지 않길 바라요. 그래야 좋은 작품이 나오는 거고요. 동료처럼 느껴야 서로 편하게 연기할 수 있거든요.”

유해진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유해진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묻자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선배라서가 아니라 배우니까 늘 책임감이 있다. 작품이 관객한테 잘 다가가려면 제가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스크린 안팎에서 느껴진 진정성의 근간이 그의 본체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유해진은 언제나처럼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가 빚은 구관희라는 인물은 스크린 안에서 누구보다 강렬하게, 그리고 낯설게 빛난다. 그는 “갈수록 여유로워지기보다는 어떻게 지켜가야 할지 고민되고 어렵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연기에 있어선 누구보다 진심이고, 조용하지만 단단해지고 있다.

“나이가 드니 제 몸 하나 건사하는 게 참 힘들어요. 갈수록 뛰는 것도 힘들더라고요. 연기적으로도 어려움을 느껴요. 특히 영화도 새로운 이야기, 신선한 이야기 좀 만나보고 싶은데 그런 것들이 계속 줄어드는 것 같고요. 연기는 했던 것 중에서 겹치지 않게 하려니 그것도 참 어려워요. 어떤 분들은 나이 먹으면서 여유로워지고 하는데 저는 막 여유롭다기보다는 ‘어떻게 지켜가지?’ 이런 게 있어요. 그럼에도 배우로서 그저 제 연기를 영화관 와서 보길 잘했다는 감상을 느끼실 수 있도록 열심히 할 따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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