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부터 '애마부인'을 연상시키는 '애마'는 80년대 충무로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에로영화 탄생기를 담아 현재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하늬는 2025년의 시청자들에게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불합리함에 투쟁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시대를 관통하기 때문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마'(연출·극본 이해영)는 1980년대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의 탄생 과정 속,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맞짱 뜨는 톱스타 희란과 신인 배우 주애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하늬는 당대 최고의 탑배우이지만 노출을 두고 제작자와의 갈등을 빚는 정희란 역을 맡았다. 작품 공개가 얼마 남지 않은 지난 19일, 이하늬는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출산이 임박했기 때문에 인터뷰는 화상으로 진행됐다.
"모든 작품에 애정이 있지만, 우리 시대에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반가웠어요. 이런 이야기를 무해하고 건강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세상이 왔다는 반가운 마음에 작품을 선택했어요. 모든 신을 코멘터리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에피소드를 겪은 작품이기도 해요. '유령'이 끝나고 감독님이 ''애마'라는 작품이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로부터 3~4년이 지났는데 열매를 맺을 때가 되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요."

이하늬가 맡은 희란은 누구에게나 까칠하지만 옳고 그름은 확실히 따질 줄 아는 화끈한 성격의 소유자다.
"80년대를 살아가는 저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동경하는 부분도 있었어요. 내가 80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었다면 저런 용기와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싶더라고요. 작품을 받았을 때부터,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치열하게 했어요. 어떤 부분에서는 짠하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공감가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어요."
작품 내에서 희란이 어떤 과정을 거쳐 슈퍼스타의 자리에 오르게 됐는지 세세하게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 과정이 쉽지 않았으리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하늬는 자신도 유사한 상황을 겪어봤다며 희란을 구축한 과정을 설명했다.
"지금은 슈퍼스타로 그려지지만, 산전수전공중전을 다 겪은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여배우들이 겪어야 하는 파도들이 있는데 그 당시에는 얼마나 많았을까 싶더라고요. 그 정상까지 올라가며 무수히 많은 일들이 있었을 거라고 의심치 않았어요. 제 전 세대 여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저는 그 끝물을 살짝 경험한 세대라고 생각해요. 희란처럼 모멸감까지는 아니지만, 제가 생각했던 작품이 아닐 때의 당황스러움이나 배신감을 느꼈던 경험이 있거든요. 그런데 '애마'는 제 생각보다 더 다각적이고 입체적이고 치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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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알 수 있듯 '애마'는 실제 영화 '애마부인'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등장 인물의 설정이나 작품을 둘러싼 상황은 새롭게 창조했다. 특정 상황을 연상시키는 제목과 소재가 민감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하늬는 시대상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다소 민감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실제 이야기를 그대로 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니까요. 꼭 '애마'라기보다는 에로영화를 촬영하는 80년대의 현장,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폭력적이었던 현장을 재해석하기 위해서는 시대를 구현하는 장면이 필요해서 실제 영화나 실존 인물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애마'는 에로영화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당시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80년대에 태어나 당시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이하늬는 촬영을 하며 선배 여배우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기본적으로 80년대 활동하셨던 여배우분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고, 감독님도 그런 태도를 가지고 계셨어요. 어떤 보호장치 없이 찍으셨을 텐데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면서 감사한 마음을 담아 연기했어요."
이렇게 80년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애마'는 시대를 흘러 2025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고 있다.
"'사회적 약자'라고 부르는 분들에게 좋아진 부분도 있고, 주애의 대사처럼 '여전히 엿같은'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는 X년이 되어야 한다'는 대사가 이를 관통한다고 생각해요. 80년대가 더 치열하고 투쟁적이었을 수 있지만,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어떤 지점에서는 투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과거의 투쟁으로 인해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처럼 우리의 투쟁이 다음 세대에 미칠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시대의식이라고 하면 거창하고, 오늘을 사는 나로서 바뀔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면서 작품을 보셨으면 좋겠어요."
처음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에 출연한 이하늬는 한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도 이러한 메시지가 와닿았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애마'에 이어 넷플릭스에서 '천천히 강렬하게'라는 작품을 하면서 체감하지 못했는데 정말 처음이네요. 아직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어요. 그렇지만 전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바라보는 곳이다 보니 80년대 충무로라는 로컬의 이야기를 글로벌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보실지 굉장히 궁금해요. 또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80년대 충무로 이야기만 담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2025년을 살아가는 분들에게 이를 관통하는 서사가 전해질 거라고 생각해서 설레기도 해요."

2021년 12월 비연예인 남성과 결혼한 이하늬는 이듬해 6월 첫딸을 출산했고, 올해 3월 둘째 임신 소식을 전했다. 이하늬는 출산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작품 홍보를 위해 열심히 움직였다. 특히 비대면으로 참석할 예정이었던 제작 발표회에 행사 전날 대면 참석을 결정하며 만삭의 D라인을 드러내기도 했다. '애마'를 향한 애정이 없다면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80년대 여배우로 산다는 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제가 배우가 되고 싶은데 80년대 였다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이런 환경에서 '애마'라는 작품을 할 수 있다는게 감사하기도 했어요. 예전에도 그런 제안이나 시나리오가 있었는데 여성을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성적으로 보는 게 불편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나 시리즈가 재미있는 것 같아요. 같은 베드신이라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작업이 되니까요. '애마'를 하면서 이런 장면을 이렇게 무해하고 건강하게 작업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어요. 이렇게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자체가 반갑고 놀라워서 '애마'를 더 애정하고 응원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는다는 것은 인생의 큰 변화다. 이하늬 역시 결혼과 출산을 통해 크게 변화했다. 이하늬는 결혼과 출산으로 2~30대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책임감과 행복을 느낀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역설적으로 결혼을 해서 과감하게 '애마'를 선택하고 몰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작품을 한다는 건 일정 시간을 빼서 큰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와는 다르거든요. 이제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고, 제가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에 책임감도 커졌어요. 그게 저를 성장시키는 것 같아요. 2~30대에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제 역치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고 그걸 올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제가 생각했던 바운더리 이상의 것들을 알게 됐어요."
'이번 주에 '애마'를 낳고 다음 주에 애를 낳는다'고 너스레를 떤 이하늬는 24일 이하늬는 득녀 소식을 전했다.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와 배우로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기다. 이하늬 역시 이러한 지점에서 고민이 많다면서도 일과 육아 사이의 균형을 잡고 싶다고 털어놨다.
"배우가 이기적인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제가 제 컨디션을 온전히 올리지 않으면 다른 분들에게 엄청난 민폐가 되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누군가를 책임지고 시간도 나눠야 해서 고민이 많아지고 있어요. 배우로서의 프라임 타임과 아이를 키워야 하는 여성으로서의 프라임타임이 겹치다보니 고민이 돼요. 그 안에서 지혜를 찾아 밸런스를 맞췄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몸의 컨디션뿐만 아니라 더 많은 지혜와 단단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