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뉴스' 설경구, 의심과 혼란 속에서 기꺼이 [인터뷰]

'굿뉴스' 설경구, 의심과 혼란 속에서 기꺼이 [인터뷰]

한수진 기자
2025.10.24 11:17
설경구 / 사진=넷플릭스
설경구 / 사진=넷플릭스

변성현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는 1970년대 기가 막힌 실화를 바탕 삼아 풍자극의 리듬으로 근사하게 이륙한 작품이다. 여기에서 설경구가 맡은 아무개는 이름도, 출신도 없는 해결사다. 권력의 손끝에서 움직이지만 동시에 권력 바깥에 서 있는 의뭉스러운 인물이다.

"뭔가 찌그러져 있는 인간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읽을 때부터 답답하더라고요. 이 인물만 다른 등장인물과 섞이지 않은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계속 고민했죠. 결국 변성현 감독에게 '섞여야 하느냐'고 물어봤어요. 섞이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아무개의 세계는 이를 연기한 배우에게도 끊임없는 의심과 불안을 동반한 여정이었다.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완전히 드러나지 않는 인물이다. 이 모호한 존재를 중심으로 '굿뉴스'는 1970년대 실제 '요도호 납치 사건'을 변주한다.

"초반 촬영 때는 제 연기가 너무 낯설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이게 맞느냐'고 변성현 감독에게 계속 물어봤어요. 그런데 변 감독은 머릿속에 이미 모든 그림을 그리고 있더라고요. 그걸 믿고 가보자고 마음먹었어요. 완성작을 보고선 제 연기에 대한 물음표는 여전히 있었지만 작품은 좋았어요."

설경구 / 사진=넷플릭스
설경구 / 사진=넷플릭스

설경구는 재차 아무개를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아무개는 내가 해본 적 없는 숙제였다. 그래서 연기가 잡히질 않았다. 현실에 있을 법한 사람도 아니고, 시대의 틀 안에서도 모호했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고 느꼈다. 자칫하면 신 전체를 해칠 수도 있겠다 싶더라. 이 캐릭터만 붕 떠있어서 자유롭지가 않았다. 그만큼 조심스러웠고, 오히려 투명 인간이 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설경구는 이 모호한 인간의 틈새를 연기하기 위해 외형부터 내면까지 일부러 불균형하게 설계했다.

"외형을 먼저 고민했어요. 어떻게 해야 더 이상하게 보일까, 어떻게 해야 만만해 보일까. 그게 아무개의 핵심이었거든요. 어디에나 어울리면서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이질감 자체를 하나의 감정처럼 쓰려고 했어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변성현 감독과 네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 '길복순'에 이어 '굿뉴스'까지. 한 감독과 네 작품을 연속으로 함께한 배우는 드물다. 때문에 설경구는 "이번만큼은 쉬어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 감독과 연속으로 네 작품을 한 배우가 있나 싶어요. '길복순' 때까지만 해도 이번엔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굿뉴스'는 마지막까지 안 하는 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정말 고민했어요. 그러다 결국 또 같이하게 됐는데, 이런 캐릭터인지는 몰랐어요(웃음). 이 캐릭터를 다른 감독이 하자고 했으면 안 했을 거예요. 그냥 변성현 감독 믿고 한 거예요. 캐릭터에게서 해답을 찾기가 힘들었거든요. 만만한 역만 찾아서 연기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개는 정말 잡히지 않았어요. 감독(을 향한) 신뢰 때문에 한 거죠."

설경구 / 사진=넷플릭스
설경구 / 사진=넷플릭스

'굿뉴스'는 블랙코미디인 만큼 시대에 대한 풍자와 인간 군상의 초상을 함께 품고 있다. 홍경이 연기한 서고명은 체제 안에서 자기 증명을 갈망하는 젊은 세대의 얼굴이고, 류승범이 연기한 박상현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끝없이 허세와 불안을 반복하는 기성의 초상이다. 설경구는 아무개에 대해선 "그저 이름 하나 얻고 싶었던 인물"이라고 이야기한다.

"변성현 감독이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홍경이 연기한 서고명을 통해 욕망도 있고 열심히 사는 청춘이 현실의 제약 속에서 그것을 실현하지 못하는, 시대의 찌그러진 군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요. 전 아무개에게서 어떠한 사회적 의미를 내다보진 않았어요. 그저 신분을 얻고, 존재를 증명하고 싶었던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름을 고명이라 짓고 싶어 했다는 점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작은 욕망 정도로 느껴졌어요."

설경구는 아무개를 연기하기가 무척 힘들었다고 말했지만, 관객의 눈에 비친 그의 연기는 언제나처럼 단단하고 밀도 있다. 그것은 작품마다 새로운 인물을 통해 스스로를 부수고 다시 쌓아온 시간의 결과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설경구라는 배우가 연기라는 세계 속에서 끝없이 이어갈 고민이자 열중이다.

"연기하는 게 즐겁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해요. 연기를 오래 하다 보면 보여줄 수 있는 게 점점 좁아지거든요. 하루하루가 숙제예요. 그래서 완전히 새롭진 않아도 변주할 수 있는 여지라도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안 했던 걸 계속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죠. 그럼에도 반복해서 나오는 제 표정이나 말투가 보일 때면 괴로워요. 노력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늘 예민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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