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보다 이후가 강했던 SM 걸그룹 역사
하츠투하츠도 활동 거듭하며 체급 ↑
'RUDE!', 멜론 일간 차트 최고 3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걸그룹은 데뷔 때보다 그 이후에 파급을 키운 경우가 많았다. 소녀시대부터 에프엑스, 레드벨벳, 에스파 모두 그랬다. 하츠투하츠 역시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
하츠투하츠는 데뷔하자마자 폭발적인 화력을 이끌진 못했다. 하지만 활동을 거듭하며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앨범 판매와 음원 지표가 동시에 상승 곡선을 그리며 팬덤과 대중성을 모두 확장하는 흐름이다. 이는 SM 걸그룹들이 성장해 온 방식과도 닮아 있다.
실제로 SM 걸그룹의 역사를 보면 데뷔와 동시에 정상에 오른 사례는 많지 않다. 오히려 초기 반응이 크지 않았지만 이후 몇 차례 활동을 거치며 팀 색을 확립하고 대중적 인지도를 끌어올린 경우가 반복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녀시대다. 2007년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는 지금은 K팝을 대표하는 명곡으로 평가받지만 당시 음원 성적은 폭발적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이후 'Kissing You'(키싱 유), '소녀시대' 등을 거치며 팬덤과 대중성을 동시에 키웠고 2009년 'Gee'(지)로 신드롬급 인기를 얻으며 국민 걸그룹 반열에 올랐다.

에프엑스도 비슷했다. 데뷔곡 'La Cha Ta'(라차타)는 독특한 콘셉트로 주목을 받았지만 이들이 확실히 자리 잡은 것은 'NU ABO', '피노키오' 등을 거치면서였다. 실험적인 음악 색과 퍼포먼스를 지속적으로 밀어붙이며 SM 걸그룹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팀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레드벨벳 역시 데뷔부터 지금의 위상을 얻은 팀은 아니다. 2014년 데뷔곡 '행복'의 반응은 조용했고, 이후 'Ice Cream Cake'(아이스크림 케이크), 'Dumb Dumb'(덤덤), '러시안 룰렛', '빨간 맛'을 히트시키며 점차 체급을 키웠다.
에스파도 데뷔곡 하나로 지금의 인기가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2020년 데뷔곡 'Black Mamba'(블랙 맘바)의 대중적 반응은 크지 않았고, 이후 'Next Level'(넥스트 레벨), 'Savage'(세비지), 'Spicy'(스파이시) 등의 히트로 대세 걸그룹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Next Level'로 대중적 파급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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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에서 하츠투하츠의 추이를 보면 꽤 흥미롭다.
하츠투하츠는 지난해 2월 싱글 'The Chase'(더 체이스)로 데뷔했다. 데뷔 앨범은 초동 약 40만 장을 기록하며 신인 걸그룹 가운데 높은 판매량을 올렸다. 팬덤 기반은 데뷔 단계부터 안정적으로 형성된 셈이다. 이후 지난해 10월 발표한 첫 미니앨범 'FOCUS'(포커스)는 약 42만 장의 초동 판매량을 기록하며 데뷔 앨범보다 소폭 상승했다.
음원 성적도 점진적으로 상승했다. 데뷔곡 'The Chase'는 멜론 일간 차트 30위권에 안착했고, 이후 발표한 싱글 'STYLE'(스타일)은 20위권으로 뛰었다. 그 다음에 내놓은 'FOCUS'는 30위권에 머물긴 했으나 이후 발표한 곡이 상승 흐름을 대폭 끌어올렸다.
지난달 발표한 싱글 'RUDE!'(루드)는 멜론 일간 차트 최고 3위를 기록하며 팀의 커리어 하이를 새로 썼다. 이는 하츠투하츠가 팬덤 중심 그룹에서 점차 대중적 접점을 넓혀가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앨범 판매와 음원 성적이 동시에 상승하는 구조 역시 주목할 만하다. K팝 걸그룹은 보통 음원 히트 이후 팬덤이 확장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팬덤 기반이 먼저 형성된 팀은 시간이 지나며 음원 성적이 따라붙는 경우가 있다. 하츠투하츠는 후자에 가까운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K팝 시장에서 앨범 판매량이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40만 장대 판매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다. 여기에 음원 차트 톱10 진입까지 이뤄지면서 하츠투하츠는 팬덤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남아 있다. 소녀시대에게 'Gee', 레드벨벳에게 '빨간 맛', 에스파에게 'Next Level'처럼 팀을 대표하는 결정적인 히트곡이 필요하다. 'RUDE!'는 그 첫 단추가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앞으로 관건은 팀색을 얼마나 또렷하게 각인할 수 있느냐다. SM 걸그룹들은 모두 분명한 음악 색으로 대중에게 기억됐다. 소녀시대는 밝고 친숙한 아이돌 팝, 에프엑스는 실험적 전자음악, 레드벨벳은 콘셉트의 양면성, 에스파는 강렬한 퍼포먼스와 세계관으로 팀 정체성을 구축했다.
하츠투하츠 역시 데뷔 초기의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이미지에서 최근 보다 직선적이고 밝은 분위기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 변화가 팀의 고유한 색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가 향후 성장의 핵심 변수다.
지금까지의 흐름만 놓고 보면 하츠투하츠의 상승 곡선은 선배 그룹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데뷔 이후 앨범 판매량과 음원 성적이 모두 완만하게 향상되며 팀의 체급이 서서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데뷔 직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보다 활동을 거듭하며 존재감을 확장해 온 SM 걸그룹들의 성장 방식과 맞닿아 있다.
하츠투하츠가 지금의 기세를 이어간다면 SM 걸그룹 계보 속 또 하나의 '대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