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들', '핸드메이즈 테일' 팬이라면 필람해야 할 후속작

'증언들', '핸드메이즈 테일' 팬이라면 필람해야 할 후속작

정유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4.17 09:53

디스토피아 세계관에 소녀들의 연대 담은 매력적인 시리즈

디즈니에서 공개 중인 드라마 '증언들'은 최고위 사령관의 딸 애그니스와 진주 소녀 데이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드라마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 '시녀 이야기'의 후속작인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시녀 이야기'는 드라마 '핸드메이드 테일'로 제작되어 에미상을 수상했다. '증언들'은 디스토피아 세계관 속에서 두 소녀의 성장과 여성 연대를 그리며, '핸드메이드 테일'을 보지 않은 시청자도 즐길 수 있는 드라마다.
사진제공=디즈니
사진제공=디즈니

가상의 전체주의 국가 ‘길리어드’. 이곳의 여성들은 모든 재산과 권리를 박탈당하고 네 개의 계급으로 살아간다. 계급에 따라 옷 색깔도 다르다. 지배계급인 사령관의 아내는 파란색, 시녀들과 사령관의 딸들을 교육하고 감시하는 이모(아주머니)는 갈색, 허드렛일을 하는 하녀는 회색, 그리고 출산‘만’ 하는 시녀는 빨간색 옷과 얼굴을 양옆을 가리는 커다란 흰색 모자를 쓴다.

특권층에 속한 사령관의 딸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 제국에서 가장 신성하게 여겨지는 이 소녀들은 ‘귀한 꽃’으로 불리며 어릴 때는 핑크, 생리 전이면 플럼(보라색), 생리가 시작되면 그린으로 불리며 뱃지를 단다. 이 소녀들은 고위 사령관과 결혼하기 위해 일련의 신부 교육을 받는다. 여자애라서 달력을 가질 수 없고, 읽고 쓸 수 없다. 발각되면 손가락이 잘린다. ‘절친’도 만들 수 없다. 이들과 한 학교에 다니는 흰색옷의 진주 소녀들은 길리어드 밖에서 온 가출 청소년 출신 개종자들로 사령관의 딸들은 이들을 은근스레 하대한다.

디즈니 에서 공개 중인 드라마 ‘증언들’은 최고위 사령관의 딸인 애그니스(체이스 인피니티)와 진주 소녀 데이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동명 원작은 마거릿 애트우드가 1985년에 출간한 디스토피아 소설 ‘시녀 이야기’의 후속작으로, 2019년 34년 만에 발표한 이 소설은 그해 부커상을 받았다. 길리어드의 시녀를 주인공으로 한 ‘시녀 이야기’는 2017년 엘리자베스 모스 주연의 드라마 ‘핸드메이드 테일’로 만들어져 OTT 드라마 최초로 에미상을 수상하고, 시즌 6까지 제작됐다.

소설 ‘증언들’은 ‘시녀 이야기’에서 15년 후를 배경으로 한다. 전편이 사령관의 시녀가 된 주인공 준(오브프레드) 길리어드에 저항하는 이야기를 그렸다면, ‘증언들’은 애그니스와 데이지 그리고 전편의 악역이었던 길리어드의 내부자 리디아 아주머니, 세 여성이 길리어드 제국의 붕괴를 증언하고 수기로 기록한 형식이다.

드라마 ‘증언들’ 포스터에서 단박에 드러나듯, 이 드라마는 두 소녀 애그니스와 데이지를 중심으로 한 성장 드라마다. 일 때문에 바쁜 아버지와 못된 계모 사이에서 착실한 예비 신붓감으로 자란 애그니스는 신체 변화를 겪으며 새로운 감각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캐나다에서 온 진주소녀 데이지는 길리어드의 참상을 목격하며 깊은 충격과 혐오감을 느낀다. 리디아 이모의 지시로 마주하게 된 애그니스와 데이지는 각자 마주한 위태로운 현실을 돌파할 방법을 찾는다.

사진제공=디즈니
사진제공=디즈니

4화까지 공개된 ‘증언들’은 전혀 다른 성장 환경을 가진 두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공통분모로 연대하기 전까지 상황과 사연을 교차하며 전개한다. 1화는 애그니스, 2화와 3화는 데이지, 4화는 두 주인공뿐 아니라 다른 소녀들의 이야기가 균형 있게 엮이면서 앞으로 뻗어나간다. 소녀들의 성장을 그린 ‘걸후드’ 장르와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조합해 만든 오묘한 색깔이 ‘증언들’의 핵심이다. 억압의 강도가 셀수록 소녀들의 투쟁심은 강렬해진다. 여기에 ‘시녀 이야기’의 주인공 준이 저항 세력의 핵심으로 나타나면서 여성 연대의 카타르시스가 극대화된다.

주인공 애그니스를 연기한 배우는 ‘MZ세대 대표배우’로 떠오른 체이스 인피니티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딸 역으로 영화계에 첫발을 내디딘 신인 배우다. ‘증언들’에선 첫 화부터 차분한 이미지와 신인답지 않은 절제된 연기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당연한 세계’를 살아가던 소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원하는 세상’을 꿈꾸는 주체적인 여성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힘 있게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

‘증언들’은 ‘시녀 이야기’ 세계관과 인물을 알지 못하면 초반 진입 장벽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핸드메이즈 테일’을 보지 않은 시청자라도 독특한 세계관에 빠져들어 볼 수 있는 드라마다. ‘헨드메이즈 테일’ 시리즈를 연출한 마이크 버크 감독이 연출을 맡아 세계관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주인공인 두 소녀가 여성의 역사를 바꿔놓는 여정을 촘촘하고 감각적으로 그려낼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조연 정도에 머무르는 모습이지만, 리디아 이모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애그니스, 데이지, 준 세 사람이 한 자리에 모이는 명장면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여성 서사를 다룬 작품은 많지만, 마거릿 애트우드의 세계관을 구현한 이 드라마 시리즈가 전달하는 현실에 대한 경고는 어느 때보다 무겁고 서늘하게 다가온다. 전쟁과 억압이 소용돌이치는 혼돈의 시대에 이 드라마는 개인의 ‘증언’에 귀 기울이는 법을 일러준다. 이 드라마를 지켜보는 모두에게 은총이 함께하길.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증언들’은 5월까지 매주 수요일 1화씩 공개한다.

정유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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