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사람들2', 계층간 대립으로 비춰본 자본주의의 민낯

'성난 사람들2', 계층간 대립으로 비춰본 자본주의의 민낯

정유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4.22 09:41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한 윤여정 송강호의 특별출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성난 사람들'이 3년 만에 시즌 2로 돌아왔다. 시즌 2는 미국 캘리포니아 몬테시토의 초호화 컨트리클럽을 배경으로, 20대 직원 커플과 지배인 부부의 협박전과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특히 윤여정과 송강호가 한국인 재벌과 성형외과 의사 커플로 특별 출연하여 드라마의 화제성과 한국적 서사를 확장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전편보다 갈등의 밀도는 두 배가 됐다. 이번엔 주인공이 두 사람이 아니라 커플들이다. 드라마가 다루는 주제도 확장됐다. 시즌1이 개인의 분노와 내면을 다뤘다면, 시즌 2는 개인의 욕망과 결핍을 넘어 관계의 불완전함, 세대 불평등, 계급 문제까지 아우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성난 사람들’이 3년 만에 시즌 2로 돌아왔다. 과연 커플들의 전쟁은 어디까지 치닫는가. 이것이 이번 시즌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성난 사람들 2’는 전편과 이어지지 않는 독립적인 이야기를 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몬테시토에 위치한 초호화 컨트리클럽을 배경으로, 20대 직원 커플과 지배인 부부의 협박전과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컨트리클럽의 말단 직원인 애슐리(케일리 스패니)와 오스틴(찰스 멜튼)은 우연히 지배인 조시(오스카 아이삭)와 린지(캐리 멀리건) 커플의 다툼을 목격하고 이를 이용해 이득을 얻으려 한다.

시즌 1이 난폭 운전이라는 사소한 계기로 얽힌 대니(스티븐 연)와 에이미(앨리 웡)의 보복전이었다면, 이번 시즌은 더 복잡한 이야기를 다룬다. 사소한 갈등에서 촉발된 분노와 고립감이라는 현대 사회의 보편적 문제를 공감대 있게 그려낸 시즌 1은 에미상을 비롯해 골든 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미국 배우조합상 등 15개 부분을 휩쓸며 백인 중심의 시상식을 새롭게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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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사람들’ 시리즈의 기획, 제작, 연출을 총괄한 이성진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시즌 1에선 이민자의 성장사, 현대인의 분노를 블랙 코미디로 풀어내며 비주류의 감성으로 주류 문화를 새롭게 정의하는 독보적인 크리에이터로 떠올랐다. 시즌 2에서 그는 전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을 겨냥한다. 이민자, 세대, 계급으로 세분화된 등장인물들의 관계는 ‘시스템’이라는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힌 현대인을 적나라하게 비춘다.

미국의 고급 컨트리클럽에서 벌어지는 인간군상 이야기는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지배인 조시의 대사를 빌리자면, 이곳은 상류층들이 “아무 문제없는 척 할 곳, 허위와 가식의 세계”이다. 계급 시스템의 축소판인 셈이다. 의료보험과 정규직이 절실한 노동 계급인 애슐리와 오스틴, 상류층 일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빚더미에 앉아 꿈을 포기한 채 그들의 비위를 맞추며 살아가는 관리자 계급의 조시와 린지. 드라마는 서로를 밟고 계층 위로 올라가려는 두 커플이 벌이는 엎치락뒤치락 복수전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이들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바로 한국인 박 회장(윤여정)이다.

이번 시즌의 캐스팅은 호화롭다. 이성진 감독이 ‘성난 사람들’로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쇼러너로 자리매김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시즌 1의 스티븐 연과 앨리 웡이 아시안계의 연대와 갈등을 보여주었다면, 시즌 2는 할리우드 스타 오스카 아이삭과 캐리 멀리건, 그리고 라이징 스타 케일리 스패니와 찰스 멜튼을 전면에 내세워 누가 누구와 붙어도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선보인다. 능숙함과 발칙함이 충돌하는 연기의 향연이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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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시청자가 시즌 2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연 윤여정과 송강호의 출연이다. 두 배우는 컨트리클럽을 운영하는 한국인 재벌과 스무 살 연하 성형외과 의사 커플로 등장한다. 한국 작품에서는 물론, 할리우드에서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파격적인 역할 조합이다. 이들의 출연은 단순한 화제성을 넘어 드라마 안팎으로 영향력을 끼친다. 만약 두 배우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이 드라마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평범한 할리우드 드라마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두 배우의 등장은 그동안 이민자 서사에 갇혀 있던 한국인 캐릭터의 폭을 넓힌다. 한국 상류층의 단면을 조명하고 K-뷰티를 소재로 활용하는 등 한국적인 서사를 전면으로 확장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배우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것은 연기력 못지않게 어떤 역할을 믿고 맡기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증명한다.

드라마는 후반부에 한국으로 무대를 옮긴다. 각자의 이유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인물들은 비행기 안에서도 치열한 각축전을 벌인다. 유명한 한국 기업 건물이 박 회장의 사옥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한국 시청자들에게 새로움을 반감시키고, 한국에서 벌어지는 소동극이 기대와는 다른 전형성으로 마무리 지어지는 아쉬움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각자의 연기 스타일대로 대배우의 위력을 입증하는 송강호와 윤여정의 연기는 마지막까지 기대치를 저버리지 않는다.

시즌 1은 서로에게 분노를 겨누던 두 주인공이 고난을 공유하며 이해하는 결말이었다. 과연 시즌 2의 결말도 훈훈하고 아름다울까. 드라마 속 세 커플은 상황에 따라 팀플레이와 개인플레이를 오간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펼쳐지는 이 진흙탕 싸움에 과연 승자와 패자, 선과 악의 이분법이 통용될 수 있을까. 결국 이야기의 끝에서 시청자가 마주하는 건 바로 나 자신이다. 나는 무엇을 지금 가지고 있고, 무엇을 갈망하며, 무엇을 절대로 가질 수 없을까. 이건 계급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결국 어떤 선택을 하든지 후회하고, 깨달으며 나아갈 수밖에 없는 인생에 관한 통찰이 이 드라마에 담겨 있다.

정유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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