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이 보증하는 웰메이드 스릴러, '골드랜드'

박보영이 보증하는 웰메이드 스릴러, '골드랜드'

정유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5.15 09:36

금괴 1톤을 손에 넣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디즈니플러스 기대작 '골드랜드'는 금괴에 휘말린 세관 직원 희주(박보영)가 범죄 조직에 쫓기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희주는 비행기 기장 남자친구 도경(이현욱)의 부탁으로 수상한 관을 통과시킨 후, 그 안에 든 금괴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범죄 조직원 우기(김성철)와 박 이사(이광수)에게 쫓기는 신세가 됐다. 희주는 고향으로 돌아와 과거와 마주하며 금괴를 둘러싼 인물들의 욕망과 선택 속에서 위기를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진제공=디즈니
사진제공=디즈니

금괴 1톤이 눈앞에 놓여 있다고 상상해 보자. 10kg짜리 골드바가 100개. 금액으로 치면 1,500억이다. 영롱한 금빛으로 반짝이는 이 물건을 보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가능하다면 10kg 골드바 한 개만이라도 어떻게든 손에 넣을 수 없을까 고민하게 될 것이다. “사람이 금괴를 보면 확 그냥 회까닥 돌 수도 있는 거고.” ‘골드랜드’에 나오는 이 대사처럼, 물욕이 앞선 나머지 잠깐이라도 이성을 잃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렇다면 궁지에 몰린 나머지 양심을 저버리고 금괴를 차지할 계획을 꾸민다면 어떻게 될까. 그 결과가 궁금하다면 ‘골드랜드’를 보면 된다.

올해 디즈니플러스 기대작 ‘골드랜드’(감독 김성훈, 극본 황조윤)는 금괴를 훔치는 도둑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평범한 여성이 금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세관 직원 희주(박보영)는 비행기 기장인 남자 친구 도경(이현욱)의 부탁으로 수상쩍은 관을 통과시킨다. 곤경에 처한 도경을 돕던 희주는 관 속에 든 물건의 실체가 금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범죄조직원 우기(김성철)와 박 이사(이광수)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몸과 금괴를 숨기기 위해 탄광촌이었던 고향으로 돌아온 희주는 그토록 도망치고 싶었던 과거와 다시 마주한다.

사진제공=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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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랜드’는 박보영이 조용히, 티 내지 않으면서 어느새 시청자를 사로잡아버리는 드라마다. 공개 전까지는 그의 비중이 이토록 높은 줄 몰랐다. 역시나 박보영이다. 드라마든 영화든 어떤 상황에서든 캐릭터를 믿고 지지하게 만드는 연기는 모든 배우가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인 생활 연기, 감정을 담백하게 소화하는 박보영의 연기력은 출연작마다 믿고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제목 ‘골드랜드’는 주인공 희주의 고향에 있는 카지노 호텔의 이름이다. 쇠락한 탄광 지역을 관광단지로 개발하기 위해 설립한 실제 장소가 떠오르는 이름이지만, 드라마에선 욕망을 상징하는 공간 배경으로 등장할 뿐, 특정 지역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진 않는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금괴를 손에 넣기 위해 이곳에 모여들고, 양심 대신 욕망을 선택한 대가를 어떤 식으로든 치러야 한다. 특히 주목해서 봐야 할 장면은 이들이 금괴와 처음 마주하는 순간이다. 누군가의 눈은 놀라움에서 불안과 두려움으로 물들고, 누군가의 눈빛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욕망으로 번뜩인다.

사진제공=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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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중 6화까지 공개된 ‘골드랜드’는 희주의 선택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불행한 과거를 딛고 ‘남들만큼만 살고 싶을 뿐’이던 희주의 바람은 한순간 불법에 가담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린다. 희주를 둘러싼 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그를 옥죈다. 도경은 희주를 범죄로 끌어들인 장본인이고, 우기는 처음엔 희주를 쫓던 조직원이었지만 지금은 동업 관계로 엮여 있다. 범죄 조직 간부 박 이사와 비리 경찰 김진만(김희원)은 희주의 목숨까지 위협한다. 믿을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희주가 기댈 곳은 사실상 없다.

이들 외에도 희주의 발목을 잡는 인물들이 한둘이 아니다. 범죄에 깊숙이 발을 들인 희주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지지리 복도 없는” 운명을 뒤엎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악한 마음을 품은 이들을 물리치고 착한 희주가 금괴를 혼자 가져버리면 안 될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면서 자연스레 주인공을 응원하게 된다.

사진제공=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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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랜드’는 뜸 들이는 여유 없이 시작부터 이야기 속으로 직진한다. 범죄 조직의 위협 속에서 금방이라도 붙잡힐 것 같은 주인공이 어떻게든 위기를 헤쳐 나가는 모습을 숨죽이면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 현란한 촬영이나 기교 없이도 연출과 각본에 힘이 실리다 보니 드라마에 저절로 빠져들게 된다. ‘올드보이’ ‘광해, 왕이 된 남자’ ‘공조’ 시나리오로 이름을 알린 황조윤 작가의 대사 맛과 ‘공조’와 드라마 ‘수사반장 1958’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의 긴장감과 휴머니즘이 어우러진 연출이 기대 이상으로 와 닿는다.

김성철이 연기하는 우기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다. 희주 앞에서 허세 부리는 동생인 척하다가도, 범죄를 능숙하게 저지르는 이중적인 면모를 자유자재로 연기해 낸다. 지금은 희주의 조력자이지만 금괴를 차지하기 위해 조직까지 등진 인물인 만큼 후반부에서 희주에 대한 진심이 어떻게 드러날지, 어떤 선택을 할지가 드라마의 또 다른 관전 요소다. 여기에 누가 더 악랄한지를 겨루는 이현욱, 김희원, 이광수의 악역 연기 또한 마지막까지 각축전을 벌이며 드라마의 긴장감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제공=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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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희주는 자신에게 묻는다. 금괴가 누구 것이냐고. 주인이 누군지 알고 싶지도 않다고, 어차피 누구의 것도 아니면 왜 내가 가지면 안 되냐고 반문한다. ‘골드랜드’에서 금괴의 진짜 주인은 따로 있다. 진짜 주인은 금괴를 찾으려 하고, 희주는 자신에게 흘러 들어온 금괴를 지키려 한다. 그 밖의 인물들은 금괴를 빼앗기 위해 저마다 음모를 꾸미는 중이다. 희주는 말한다. 행복해지려면 뭘 가져야 할지 스스로 정해야 한다고. 이 대사로 미루어 짐작하자면 금괴는 아닐 것이다. 훔친 금괴를 가지고 행복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니까. 그렇다면 희주와 우리는 무엇을 가져야 행복해질까. 그 답을 고민하면서 ‘골드랜드’를 끝까지 볼 생각이다.

정유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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