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랜드' 박보영,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 탄 뽀블리

'골드랜드' 박보영,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 탄 뽀블리

정명화(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5.29 09:56

금괴를 향한 탐욕으로 밑바닥까지 떨어지는 인물 호연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골드랜드'는 황금에 눈 먼 자들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박보영은 금괴를 만나 내면의 욕망을 마주하는 여자 희주를 연기했다. 박보영은 기존의 사랑스러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복합적인 캐릭터 희주를 통해 새로운 얼굴을 드러냈다.
사진제공=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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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 사람을 어디까지 끌고 갈 수 있을까.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골드랜드’는 황금에 눈 먼 자들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처절하게 그린 작품이다. 관 속에 든 막대한 양의 금괴, 현재가치 1500억 원에 달하는 재화를 둘러싸고 몰락한 탄광도시 ‘정산’에서 벌어지는 도주와 추적을 집요하게 따라붙는다.

치열한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는 공항 보안 검색원으로 일하는 여자 희주(박보영)가 있다. 연인인 부기장 도경(이현욱)의 부탁으로 캄보디아에서 들어오는 관을 통과시킨 그녀는 이것이 골드바로 가득차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다시는 돌아가지 않으리라던 고향 정산의 폐광에 관을 숨긴 희주. 이것이 불행과 악운만 따르던 자신을 구해줄 마지막 티깃이라고 믿게 된다. 금괴의 주인과 이를 노리는 사람들, 그리고 벗어나고 싶던 과거의 인연들까지. 희주는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탐욕과 배신의 소용돌이 속에서 금을 온전히 갖기 위한 도박에 뛰어든다.

사진제공=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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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하고 소심해보이는 젊은 여자. 연약하고 순진한 모습을 한 희주는 ‘골드랜드’의 등장인물들이 모두 만만하게 보아 넘기는 최약체다. ‘그저 남들처럼 더도말고 평범하게’만 살고자 했던 그녀의 인생은 불행으로 점철돼 있다.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채 엄마를 이모라 부르며, 자신을 성적으로 착취하려는 의붓아버지의 손길과 부모의 방임 속에 자랐다. 성인이 되고 몰락한 탄광촌, 지옥같은 집을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그 몸부림 끝은 다시 제자리였다. 어둡기만 한 자신의 인생에 빛이 필요했던 희주는 카지노 직원으로 일하게 되고, 행운으로 가득한듯한 남자 도경을 만난다. 도경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배팅한 희주는 잠시 행복을 가진 듯했으나 도경의 무모한 계획에 조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덫에 걸린다.

누가 봐도 위해를 가할 것 같지 않은 작은 체구와 선량한 얼굴의 배우 박보영은 금괴를 만나 자신의 내면이 품고있던 욕망의 실체를 마주하는 여자 희주를 연기했다. ‘한탕’을 꿈꿨지만 구차하게 퇴락한 엄마를 가장 경멸했지만, 자신 또한 금괴로 인생을 바꾸겠다는 탐욕을 품는다. 남의 것을 탐내지만 가장 밑바닥까지는 타락할 수 없는 여자. 중요한 순간에는 사람을 선택하는 여자. 박보영은 기존 범죄스릴러의 주인공들과는 다른 결을 가진 희주를 통해 새로운 얼굴을 드러낸다.

사진제공=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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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 스캔들’과 ‘늑대소년’으로 국민여동생 타이틀을 얻은 박보영은 깜찍하고 귀여운 매력으로 ‘뽀블리’라 불리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사랑스럽고, 따뜻하고, 선한 에너지는 가진 박보영은 로맨틱 코미디의 안전망을 벗어던지고 오랜시간에 걸쳐 차근차근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앞서 ‘미지의 서울’, ‘조명가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을 거치며 박보영은 조심스럽게 현실로 내려섰다. 요정같은 신비로움에서 일상의 피로함을 입은 생활인으로 자연스레 자리잡은 그가 ‘골드랜드’를 통해 거칠고 어두운 스릴러 속으로 들어섰다.

박보영이 연기한 희주는 금괴를 차지하기 위해 자신도 괴물이 되길 선택했지만 완벽한 악인조차 되지 못하는 인물이다. 선택의 순간에는 아이처럼 갈팡질팡하며 인간성을 완전히 놓아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정의와 순수함을 간직한 인물도 아니다. 주변인들이 죽어가고 자신 역시 생명을 위협당하는 중에도 금괴를 갈망하는, 희주는 박보영을 만나 복합적인 캐릭터로 구현됐다.

사진제공=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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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의 장벽을 하나하나 깨며 변화하는 희주를 박보영은 천천히 스며들듯 표현했다. 모든 에너지를 조신하고 공허한 눈빛의 극 초반 희주에서 인생을 바꿀 탈출구를 찾고 조금씩 대담하게 변모하는 희주의 모습이 10화에 걸쳐 서서히 느리게 그려진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 다시는 그 폐광촌의 전당포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절박함은 보편적인 이성을 마비시킨다. 박보영은 목숨을 건 대범한 질주, 그럼에도 소심하고 답답한 문제 해결력을 보이던 희주가 냉혹하게 흑화하는 과정을 자신만의 페이스로 표현했다.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갉아먹는,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을지 몰아붙이는, 욕망의 크기만큼 큰 불안으로 잠식당하는 캐릭터를 세밀하게 연기했다.

큰 변화를 감행한 박보영을 위시해 ‘골드랜드’의 출연 배우들이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다. 어린시절 희주를 기억하며 그 옆을 지키는 우기(김성철)와 다수의 악역을 연기했음에도 이번 작품으로 악역의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이광수의 존재감이 크다. 박보영과는 ‘조명가게’의 감독과 배우에서 다시 배우로 호흡을 이룬 김희원, 회환이란 감정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준 문정희 등이 제 자리에서 오롯이 빛을 발하며 10화의 시리즈를 가득 채웠다.

정명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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