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 시련 갈아 마신 쇠콤달콤 '레모네이드' [뉴트랙 쿨리뷰]

에스파, 시련 갈아 마신 쇠콤달콤 '레모네이드' [뉴트랙 쿨리뷰]

한수진 ize 기자
2026.05.29 16:42

29일 정규 2집 'LEMONADE' 발매
더블 타이틀 'WDA·'LEMONADE' 포함해 10곡 수록

에스파는 29일 정규 2집 'LEMONADE'를 발매하며 자신들만의 문법으로 시련을 기회로 바꾸는 메시지를 담아냈다. 이번 앨범은 기존의 '쇠맛' 위에 쿨하고 유쾌한 '신맛'을 덧입히며 대중의 기대와 압박에 정면 돌파를 택했다. 더블 타이틀곡 'WDA'와 'LEMONADE'를 포함해 다양한 장르의 10곡이 수록되었으며, 지드래곤, Ty Dolla $ign, Becky G 등 글로벌 아티스트와의 협업도 이루어졌다.
에스파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삶이 당신에게 레몬(시련)을 주거든, 그것으로 레모네이드(기회)를 만들어라(If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

널리 알려진 이 해묵은 속담을 걸그룹 에스파(aespa)가 자신들만의 문법으로 비틀고 체화해 냈다. 데뷔 이래 가요계에 전례 없던 '쇠맛'의 영토를 뚝심 있게 개척해 온 이들이, 정규 2집 'LEMONADE'를 통해 벼려낸 새로운 무기는 다름 아닌 신맛이다.

에스파는 29일 정규 2집 'LEMONADE(레모네이드)'를 발매했다. 앨범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차갑고 단단했던 에스파의 세계가 한층 더 밝고 재치 있는 표정으로 열렸다. 다만 그 밝음은 마냥 부드럽고 청량하지 않다. 시련조차 기꺼이 씹어 삼킨 뒤 자기만의 에너지로 바꿔내는 찌릿한 산미가 있다.

에스파의 지난 행보는 쉼 없는 확장의 연속이었다. 정규 1집 'Armageddon'(아마겟돈)으로 압도적인 성취를 거둔 이들은, 이어진 'Dirty Work'(더디 워크)와 미니 6집 'Rich Man'(리치 맨)을 통해 미래적인 전자음과 세계관 중심의 서사는 유지하되 현실에 더 맞닿은 메시지를 흡수했다.

에스파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이번 'LEMONADE'는 그 흐름을 한층 단단하게 밀어붙인 결과물이다. 대중의 기대와 압박이라는 무게에 짓눌리는 대신, 기존의 '쇠맛' 위에 쿨하고 유쾌한 '신맛'을 덧입히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앨범의 문을 여는 더블 타이틀곡의 대비는 에스파의 새 시즌을 입체적으로 보여줬다. 1번 트랙인 선공개 타이틀곡 'WDA (Whole Different Animal)'는 웅장한 신스 베이스와 묵직한 훅을 앞세운 힙합 기반의 댄스곡이다. 지드래곤의 피처링이 더해진 이 트랙은, 종(種) 자체가 다른 두 아티스트의 아우라가 충돌해 위압감을 완성하고 그것으로 새 챕터의 문을 묵직하게 열어젖힌다.

또 다른 타이틀곡 'LEMONADE'는 한결 여유롭게 스텝을 밟는다. 강렬한 신스 베이스가 곡의 중심을 단단히 지탱하지만 멜로디 라인은 어둡게 가라앉지 않는다. "No way no way / I ain't got no ETA-TA-TA"로 이어지는 직관적인 훅은 팝적인 쾌감과 장난기로 통통 튀어 오른다.

과거의 에스파가 광야의 적들과 피 튀기게 싸우던 용맹한 전사였다면, 이제 이들은 "I go in all the way"를 외치며 던져진 시련마저 여흥으로 요리할 줄 아는 능수능란한 플레이어가 됐다. 윈터의 표현대로 "쇠맛이라기보단 신맛에 가까운" 이 곡은 익숙한 금속성의 무게감 위에 한 스쿱 얹어진 쿨한 청량함으로 곡 전반에 도파민을 흩뿌린다.

에스파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장르의 과감한 시도와 팝적인 쾌감은 앨범 전반을 채운 수록곡에서도 빛을 발한다. 거친 기타 사운드를 입고 나다운 자유를 외치는 'Can't Help Myself'(캔트 헬프 마이셀프), 하이퍼 팝 장르로 진심을 숨기는 자기방어를 은유한 'Camouflage'(카무플라주), 통통 튀는 미니멀한 사운드로 위트를 과시하는 'Roll'(롤) 등은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증명한다.

여기에 빌보드 1위 아티스트 Ty Dolla $ign이 참여해 에너지를 더한 'Switchblade'(스위치블레이드)와 라틴 팝스타 Becky G가 합세한 'LEMONADE' 컬래버레이션 버전 등 글로벌 아티스트와의 협업도 더해져 앨범의 스케일을 확장했다.

시럽 없이 레몬을 통째로 쥐어짠 레몬네이드를 주저 없이 들이킨 에스파. 시고 쓴맛을 기꺼이 삼킨 뒤 여유롭게 입꼬리를 올리는 이들의 기세는 여전히 강렬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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