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정규 2집 'LEMONADE' 발매
더블 타이틀 'WDA·'LEMONADE' 포함해 10곡 수록

'삶이 당신에게 레몬(시련)을 주거든, 그것으로 레모네이드(기회)를 만들어라(If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
널리 알려진 이 해묵은 속담을 걸그룹 에스파(aespa)가 자신들만의 문법으로 비틀고 체화해 냈다. 데뷔 이래 가요계에 전례 없던 '쇠맛'의 영토를 뚝심 있게 개척해 온 이들이, 정규 2집 'LEMONADE'를 통해 벼려낸 새로운 무기는 다름 아닌 신맛이다.
에스파는 29일 정규 2집 'LEMONADE(레모네이드)'를 발매했다. 앨범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차갑고 단단했던 에스파의 세계가 한층 더 밝고 재치 있는 표정으로 열렸다. 다만 그 밝음은 마냥 부드럽고 청량하지 않다. 시련조차 기꺼이 씹어 삼킨 뒤 자기만의 에너지로 바꿔내는 찌릿한 산미가 있다.
에스파의 지난 행보는 쉼 없는 확장의 연속이었다. 정규 1집 'Armageddon'(아마겟돈)으로 압도적인 성취를 거둔 이들은, 이어진 'Dirty Work'(더디 워크)와 미니 6집 'Rich Man'(리치 맨)을 통해 미래적인 전자음과 세계관 중심의 서사는 유지하되 현실에 더 맞닿은 메시지를 흡수했다.

이번 'LEMONADE'는 그 흐름을 한층 단단하게 밀어붙인 결과물이다. 대중의 기대와 압박이라는 무게에 짓눌리는 대신, 기존의 '쇠맛' 위에 쿨하고 유쾌한 '신맛'을 덧입히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앨범의 문을 여는 더블 타이틀곡의 대비는 에스파의 새 시즌을 입체적으로 보여줬다. 1번 트랙인 선공개 타이틀곡 'WDA (Whole Different Animal)'는 웅장한 신스 베이스와 묵직한 훅을 앞세운 힙합 기반의 댄스곡이다. 지드래곤의 피처링이 더해진 이 트랙은, 종(種) 자체가 다른 두 아티스트의 아우라가 충돌해 위압감을 완성하고 그것으로 새 챕터의 문을 묵직하게 열어젖힌다.
또 다른 타이틀곡 'LEMONADE'는 한결 여유롭게 스텝을 밟는다. 강렬한 신스 베이스가 곡의 중심을 단단히 지탱하지만 멜로디 라인은 어둡게 가라앉지 않는다. "No way no way / I ain't got no ETA-TA-TA"로 이어지는 직관적인 훅은 팝적인 쾌감과 장난기로 통통 튀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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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에스파가 광야의 적들과 피 튀기게 싸우던 용맹한 전사였다면, 이제 이들은 "I go in all the way"를 외치며 던져진 시련마저 여흥으로 요리할 줄 아는 능수능란한 플레이어가 됐다. 윈터의 표현대로 "쇠맛이라기보단 신맛에 가까운" 이 곡은 익숙한 금속성의 무게감 위에 한 스쿱 얹어진 쿨한 청량함으로 곡 전반에 도파민을 흩뿌린다.

장르의 과감한 시도와 팝적인 쾌감은 앨범 전반을 채운 수록곡에서도 빛을 발한다. 거친 기타 사운드를 입고 나다운 자유를 외치는 'Can't Help Myself'(캔트 헬프 마이셀프), 하이퍼 팝 장르로 진심을 숨기는 자기방어를 은유한 'Camouflage'(카무플라주), 통통 튀는 미니멀한 사운드로 위트를 과시하는 'Roll'(롤) 등은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증명한다.
여기에 빌보드 1위 아티스트 Ty Dolla $ign이 참여해 에너지를 더한 'Switchblade'(스위치블레이드)와 라틴 팝스타 Becky G가 합세한 'LEMONADE' 컬래버레이션 버전 등 글로벌 아티스트와의 협업도 더해져 앨범의 스케일을 확장했다.
시럽 없이 레몬을 통째로 쥐어짠 레몬네이드를 주저 없이 들이킨 에스파. 시고 쓴맛을 기꺼이 삼킨 뒤 여유롭게 입꼬리를 올리는 이들의 기세는 여전히 강렬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