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거세게 분 재결합 붐
차트 1위한 아이오아이, 진정성과 현재가 만든 성과
새 멤버 수혈한 시크릿, 재결합 명분 설득이 관건

아이오아이가 9년 만에 재결합해 지난달 19일 발표한 데뷔 10주년 기념 미니앨범 'I.O.I : LOOP'(아이오아이 : 루프)의 타이틀곡 '갑자기'는 발매 10일 만에 음원 차트 1위에 오른 뒤 열흘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예외적이고 꽤 의미 있는 일이다.
최근 K팝 신에는 아이오아이를 비롯해 씨야, 클릭비, 시크릿, 워너원 등 재결합 소식이 잦다. 그러나 주목과 성과 사이에는 언제나 거리가 존재한다. 화제성이 곧 차트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반갑다고 해서 팬덤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오랜만에 재결합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팀은 손에 꼽힐 만큼 드물다.
재결합은 출발선부터 구조적 난관에 부딪힌다. 각기 다른 소속사에 흩어진 멤버들의 일정을 맞추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수개월에 달하는 앨범 준비 기간 동안 회사 간 이해관계가 한 번이라도 어긋나면 모든 것이 무산된다. 멤버 수가 많고 관련 회사가 늘어날수록 벽은 높다.
3인조에 불과한 씨야조차 재결합까지 15년이 걸렸다. 2020년 Mnet '슈가맨3' 출연 당시 세 사람이 한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 팬들의 눈물을 자아냈고, 실제로 재결합이 논의됐지만 소속사 상황과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목을 잡았다. 이후 6년이 더 흐른 뒤에야 정규 4집으로 결합을 완성했다.

비록 돌아온 씨야에게 차트 1위를 밥 먹듯 하던 과거의 위세는 없었지만 팬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그들의 재결합이 상업적 기획이 아니라 오랜 기다림 끝에 이행한 약속의 가치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오아이의 1위는 여러 성공 조건이 맞물린 결과다. 소속사가 제각각인 상황에서 11명 중 9명이 모일 수 있었던 것은 멤버들의 강한 의지가 각 회사를 움직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이오아이 특유의 '미완의 서사'가 힘을 더했다. 인기의 정점에서 불과 8개월 만에 해체했던 이들은 충분히 소비되기 전에 멈춰버린 팀이다. 소비되지 않은 서사는 깊은 그리움을 낳고, 이 그리움은 팬덤을 수년째 흩어지지 않게 묶어둔 정서적 연료가 됐다. 완성되지 못한 서사에 대한 갈망, 10주년이라는 명분, 그리고 동시대적 퀄리티가 고루 겹쳐 지금의 차트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반면 시크릿의 경우는 시작부터 설왕설래를 겪고 있다. 오는 18일 스페셜 미니앨범 'Secret Flavor'(시크릿 플레이버)를 발매하는 시크릿은 원년 멤버 전효성, 정하나(징거)에 새 멤버 예빈이 합류해 돌아온다. 기존 멤버가 빠지고 새 멤버를 들인 채 팀 이름을 그대로 내걸며 돌아오는 것은 재결합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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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결합이 소환하는 정서의 본질은 '그때 그 팀'에 대한 집단적 기억이다. 그 기억의 핵심 구성원이 빠진 자리에 낯선 얼굴이 들어서면 팬덤의 정서는 하나로 모이지 않고 분열한다. 과거의 이름을 강조하면서 정작 그 이름이 품고 있던 정체성과는 다른 구성을 내놓는 모순이 시크릿 재결합을 향한 회의적 시선의 근원이다.
콘텐츠 산업에서 IP의 재소환은 강력한 초기 화제성을 보장한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원작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구성원의 완결성, 팬덤의 정서적 기억과 맞닿는 서사적 명분, 그 위에 얹히는 동시대적 완성도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흔들리면 재결합은 현재형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향수는 팬을 끌어당기는 힘이지만 오래 붙잡아 두는 힘은 현재의 콘텐츠에서 나온다. 아이오아이가 9년의 공백에도 차트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팬들이 그때를 그리워해서만이 아니라 지금의 아이오아이가 그 기대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소속사와 아티스트 모두가 기억해야 할 지점이 여기에 있다. 과거의 이름값은 문을 열어주지만 그 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결국 진정성과 현재의 실력이다. 기존 IP를 단순히 소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이름에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불어넣는 작업, 그것이야말로 재결합이 추억의 소비로 끝나지 않고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지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것이 '재결합'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오는 시크릿이 대중 앞에 증명해 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