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차 최민식과 맞붙어도 밀리지 않은 존재감

대한민국에서 최민식을 마주하고도 기죽지 않을 이십 대 배우가 과연 몇이나 될까. 웬만한 후배라면 그 압도적인 경력과 아우라에 몸을 움츠렸을 테지만 최현욱은 달랐다. 첫 만남부터 최민식에게 밥을 사겠다며 대찬 모습을 보이더니, 카메라 앞에서 최민식을 상대로 한 치도 밀리지 않은 채 그를 철저히 휘두르고 농락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맨 끝줄 소년'에서다.
'맨 끝줄 소년'은 실패한 작가이자 명문대 국문학과 교수인 허문오(최민식)가 강의실 맨 끝줄에 앉는 학생 이강(최현욱)의 천재적인 글에 매혹되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드라마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뒤집히고, 가르치는 자가 오히려 제자에게 휘둘리는 과정을 집요하게 그린다.
사제지간을 연기한 1962년생 최민식과 2002년생 최현욱의 실제 나이 차는 사십 년이다. 한국 영화사를 대표하는 배우와 갓 이십 대 중반에 접어든 배우의 만남. 웬만한 신예라면 함께 화면에 서는 것만으로도 긴장할 법하지만 최현욱은 최민식의 기세에 눌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를 유혹하고 조종하며 끝내 파국으로 몰고 간다.

최현욱이 연기한 이강은 늘 강의실 맨 끝줄에 앉는 공대생이다. 말수가 적고 속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지만 허문오가 단번에 사로잡힐 만큼 뛰어난 글을 쓴다. 최현욱은 이강을 "말보다 침묵과 분위기로 설명되는 인물"로 보고 굽은 자세와 절제된 표정으로 감정을 감추는 데 집중했다.
이강의 힘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는 순진한 제자처럼 허문오의 수업을 듣다가도 어느 순간 스승의 욕망을 정확히 간파하고 거래를 제안한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과 듣는 사람,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의 위치는 순식간에 뒤집힌다. 실패한 작가인 허문오는 이강의 글에 매달리고, 이강은 그 갈망을 미끼 삼아 교수를 한 걸음씩 선 밖으로 끌어낸다.
여기서 최현욱의 담력이 빛난다. 최민식의 광기 어린 에너지를 정면에서 받아치려고 힘을 주기보다 무심한 눈빛과 희미한 미소로 슬쩍 흘려보낸다. 목소리를 높이는 허문오 앞에서 이강은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다. 그 태연함 때문에 오히려 허문오의 절박함은 더 우스꽝스럽고 처절하게 보인다. 최민식이 "이강이라는 캐릭터에 최현욱이 아닌 다른 배우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라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현욱에게는 길들지 않은 소년의 얼굴이 있다. 야구선수 출신 특유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다소 거칠고 자유분방한 분위기는 그의 초기 필모그래피를 관통했다. '라켓소년단'에서는 친구들 사이를 유연하게 누비는 남학생이었고,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는 성적보다 낭만을 좇는 청춘의 밝은 에너지를 보여줬으며, '약한영웅 Class 1'에서는 그 자유분방함 위에 강인함과 쓸쓸함을 겹쳐 올렸다. 장난스럽고 반항적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진심을 드러내는 얼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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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맨 끝줄 소년'의 이강은 그 익숙한 매력을 불온한 방향으로 돌린다. 친근함은 속임수가 되고, 무심함은 상대의 욕망을 관찰하는 냉정함으로 바뀐다. 설렘을 만들던 눈빛으로 이번에는 불안과 의심을 키운다.
최민식을 상대로 팽팽한 심리전을 벌이는 한편, 극 중 서른 살 연상의 진경과도 위험하고 성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상대와 장면의 온도를 읽고 자신의 에너지를 필요한 만큼만 꺼내놓을 줄 안다는 뜻이다. 이강은 최현욱의 자유로운 이미지가 청춘물 밖에서도 충분히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맨 끝줄 소년'은 최현욱이 가능성만으로 설명되는 이십 대 중반의 라이징 스타가 아닌 베테랑과 정면으로 맞붙어도 자기 자리를 만들어내는 배우라는 사실을 확인시킨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