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벨제붑의 노래', 승부의 긴장감과 묘미로 시선 압도하는 129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승부의 긴장감과 묘미로 시선 압도하는 129분

정수진(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9.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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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쭙잖은 사랑 걷어치우고 인간의 욕망으로 돌아온 스테디셀러 시리즈 최종장

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억센 끗발을 지닌 장태영과 그를 질투하는 친구 박태영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작들과 차별화된 서사를 선보였다. 온라인 카지노 사업으로 성공했으나 배신당한 장태영이 전설적인 포커 플레이어 곽동욱을 만나 복수를 준비하며 글로벌 도박판에서 재회하는 과정을 그렸다. 최국희 감독이 연출을 맡아 인간의 욕망과 열등감을 다루며 승부의 긴장감을 살린 이 영화는 오는 23일 개봉해 추석 극장가를 공략했다.
사진제공=CJ ENM
사진제공=CJ ENM

같은 이름을 지닌 동갑내기 친구 둘이 있다. 한 명은 운이 억세게 좋다. 지각하는 날 담임이 출석 부르는 걸 잊고, 우산을 챙겨오는 날 비가 오는 정도는 우습다. 그가 본능적으로 선택하는 모든 것이 좋은 결과를 거두고, 다른 한 명이 10의 노력을 다해 이루는 것을 그는 1의 노력만으로 손쉽게 거두는 식이다. 이럴 때 같은 이름을 지닌 다른 친구 한 명의 속내는 어떨까. ‘타짜’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할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억센 ‘끗발’을 지닌 장태영(변요한), 그리고 다른 한 명 박태영(노재원)의 관계성에 집중하며 전작들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임을 천명한다.

사이 좋게 명문대에 합격한 두 사람은 온라인 카지노 사업을 시작해 창업 8년 만에 10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성공한 사업가가 되지만, 박태영이 계속해 키워오던 장태영에 대한 질투와 열등감이 사달을 낸다. 장태영의 뒤통수를 치는 것을 넘어 아예 그를 없애려 한 것. 끗발의 사나이 장태영은 기적적인 확률로 겨우 살아남고, 우여곡절 끝에 전설적 타짜인 포커 플레이어 곽동욱(조우진)을 만나 제자가 되어 복수를 준비한다. 이 과정에서 일본 야쿠자 조직 사사키(이하라 츠요시) 회장의 수족인 가네코(미요시 아야카)가 카지노 사업에 눈독을 들이며 장태영과 박태영 둘에게 은밀한 제안을 건네고, 마침내 두 친구는 글로벌 도박판의 벼랑 끝 판에서 마주하게 된다.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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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타짜’라는 브랜드의 명성을 이어받는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일 것이다. 김세영·허영만 콤비의 장편 만화 ‘타짜’ 자체가 유명한데다, 원작 1부를 영화화한 최동훈 감독의 ‘타짜’(2006)가 지금도 회자되는 명작인 까닭이다. 때문에 이후 나온 ‘타짜: 신의 손’(2014)과 ‘타짜: 원 아이드 잭’(2019)은 혹독한 비교를 감수해야 했다. 2편은 낱낱이 뜯어보면 적당한 킬링타임용으로 나쁘지 않았으나 전작의 명성이 너무 무거웠고, 3편은 킬링타임용으로도 아깝다는 평이었다. 흥행도 마찬가지. 1편 684만 명에서 401만 명, 222만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니 1편 이후 20년 만에 나오는 최종장 ‘타짜4’는 시리즈의 무게를 이겨내면서 그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날카로운 의문에서 자유롭기 힘든 입장이다.

그런 점에서 ‘타짜4’는 우선 브랜드의 영광을 무리하게 이어받으려 하지 않고 독자적인 세계관임을 명확히 인지시키는 점이 돋보인다. 원작 만화 4부 자체가 앞선 이야기들과 달리 그 어떤 연결고리가 없는 인물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타고난 천재 모차르트와 노력형 수재 살리에르라는 친숙한 구도를 초반부터 빠르게 인지시켜 서사의 몰입을 쌓는 부분이 탁월하다. 온갖 인간의 욕망이 들끓는 도박판에 인간이 쉽게 빠질 수 있는 질투와 열등감이란 적나라한 감정을 끌어오니, 어쭙잖게 사랑과 낭만 쫓던 2, 3편과는 달리 쫀쫀한 긴장과 몰입이 형성되는 것.

사진제공=CJ ENM
사진제공=CJ ENM

3편과 마찬가지로 화투 대신 포커를 중심에 두되, 승부보다 사기에 집중한 3편과 달리 초 단위로 확률을 계산하며 빛보다 빠른 눈빛과 손동작을 리듬감 있는 편집으로 리듬감을 살리며 승부의 긴장감과 묘미를 돋운다. 포커의 룰을 몰라도 긴장감만큼은 떨어지지 않게 화려한 카지노 판의 스케일로 눈을 현혹시키는 동시에 판에 앉은 인물들의 심리에 집중했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포커를 모르는 사람은 그 분위기만 훑을 뿐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 코믹한 대사와 장면이 간간히 꽂히는 가운데 1편에 대한 오마주 신도 재미나지만, 1편처럼 가슴에 비수가 되어 날아와 꽂히는 명대사가 적다는 것도 단점.

반면 배우진의 호연은 2, 3편과 달리 기대하게 되는 지점이다. 2, 3편에도 여러 명배우들이 등장했으나 정작 조승우, 김혜수 등 1편 주연들의 아우라와 견줄 만한 주인공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2편의 최승현과 신세경, 3편의 박정민 등은 노력했으나 당시 설익은 느낌이 컸다. ‘타짜4’의 변요한은 우리가 알고 있던 변요한의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모든 것을 잃고 눈에 독기를 품는 복수귀가 되어서도 유들유들 능청스러운 끗발의 사나이 장태영을 리드미컬하게 표현해 관객에게 안정감을 준다. 시리즈의 시그니처인 노출신을 위한 체중 감량도 빛을 발한다.

서사의 축을 상당부분 담당하는 추악한 악마 벨제붑을 담당하는 박태영 역의 노재원은 인상적이다. 이 역할이 제 몫을 못하면 시작이 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인물인데, 노재원은 질투와 열등감으로 잠식된 인간의 찌질한 얼굴과 변태적인 눈빛을 서서히 쌓아 올리며 ‘왜 다 가진 인간이 그렇게까지 할까’의 의문을 훌륭히 납득시킨다. 마찬가지로 시리즈의 시그니처인 주인공의 스승을 맡은 조우진은 변요한과 티키타카 코믹 호흡을 선보이고,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장태영을 만난 살인청부업자 윤경호와 액션과 영어 연기로 장편영화에 데뷔한 문지훈(스윙스)도 신스틸러로 활약을 펼친다. 여기에 미요시 아야카, 이하라 츠요시, 홍 다오 등 개성 강한 해외 배우들이 글로벌 도박판을 완성한다.

도박볼링판의 밑바닥 인생을 그렸던 ‘스플릿’으로 장편 데뷔해 ‘국가부도의 날’ ‘인생은 아름다워’를 연출한 최국희 감독이 연출한 ‘타짜4’는 오는 23일 개봉, 추석 극장가를 정조준한다. 러닝타임은 129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어른들의 오락영화가 즐비한 추석 경쟁작을 뚫고 흥행할 수 있을지 성공 확률이 매우 궁금해지니, 베팅을 걸어볼 때다.

정수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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