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건설 시장이 사상 유례없는 호황이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올 한해에만 38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사상 최대 수주액을 기록했던 지난해보다도 130%나 증가한 수치다. 현대건설이 국내 처음으로 522만 달러의 해외수주를 따낸 1965년도에 비하면 42년 만에 그 규모가 무려 7279배나 불어났다. '제2의 중동특수' 같은 말로도 그 열기를 정확히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해외수주 급증은 기본적으로 발주 물량이 늘어서다. 유가 급등으로 오일머니가 풍부해진 중동 산유국들이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서면서 발주량이 증가했다. 중국, 인도 등 신흥 개발도상국들이 경제개발을 위해 공격적인 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는 것 역시 한 몫하고 있다.
우리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약진이 단지 중동 등지의 물량 증가 때문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해외부문에 대한 오랜 투자와 과감한 도전이 이제 본격적인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더 타당할 듯 싶다. 현대건설만해도 1965년 이후 줄곧 해외시장 개척에 사운을 걸고 역량을 집중해 왔다.
덕분에 세계 각지의 건설 현장에서 수십 년간 값진 건설노하우와 기술력, 마케팅 능력을 축적하게 됐다. 전통적인 토목, 건축뿐 아니라 가스처리시설, 석유화학, 발전 등 고부가가치 플랜트사업 분야로 꾸준히 영역을 넓혀올 수 있었다. 수십 년간의 투자와 기술축적 과정이 없었다면 해외건설 특수는 남의 나라 얘기가 됐을 법하다.
한편으론 아쉬움도 여전하다. 국내 업체들이 보유한 기술력이라고 해봐야 아직은 몇몇 특정분야에만 치중돼 있는데다, 그 수준도 세계적이라고 하기엔 많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의 해외건설 수주가 유독 중동과 아시아 쪽에 몰려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서구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선 물량이 없는 게 아니라, 우리가 수주하지 못한 것이다.
글로벌인사이트지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4조8000억 달러의 공사물량 중 자국(自國) 소화 물량을 빼면 4800억 달러 정도가 외국기업들이 가져갈 수 있는 물량이다. 우리는 11월까지 350억달러를 수주했으니 6.2%의 점유율을 기록한 셈이다. 우리 건설사들이 더욱 분발해야 한다는 신호다.
세계시장에서 우리가 가져올 파이의 크기를 키우기 위한 방법은 단 한가지다. 기술력 향상이다. 건설산업도 이젠 기술력 없인 생존할 수 없는 기술집약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앞선 기술력, 우리만의 독보적인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남의 기술을 모방하거나 개량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남보다 1%라도 경쟁력있는 기술을 보유해야만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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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은 그 자체로 기업의 운명과 시장의 판도를 송두리째 바꿔 놓을 위력이 있다. 하지만 우리 상황은 어떠한가. 엔지니어링 등 고부가가치분야 기술력은 선진국에 여전히 뒤지고, 전통적인 토목·건축분야는 가격경쟁력 면에서 후발국들의 거센 도전을 받아야 하는 진퇴양난의 처지다.
첨단 IT, BT산업도 아닌 전통적 건설분야에서 기술력 편차가 얼마나 클지에 대해 의아해할 수 있지만, 건설시장에서도 이젠 단 1%의 차이가 기업의 운명을 바꿔놓는 시대다.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인자는 99%가 동일하다고 한다. 유전학적으로 따져보면 사람과 침팬지 차이는 1%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의 1%가 결코 가볍지 않듯, 1% 기술력 차이는 천양지차의 결과를 낳는다. 해외건설 호조의 상승탄력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도 우리 건설사들이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