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달 전부터 1주일에 2~3회 같은 사람으로부터 제보전화를 받고 있다. 그는 늘 다급한 목소리로 수도권의 모 아파트값이 하룻밤새 5000만원 올랐다고 주장했다. 어떤 날은 판교신도시 아파트값이 올랐다고 했고 며칠 뒤엔 분당의 아파트값이 폭등했다고 했다. 그는 이 사실을 온 국민이 알 수 있도록 기사화해달라고 했다.
관련 기사가 나가지 않자 그는 계속 전화를 걸어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언급된 몇몇 아파트값은 한달새 4억~5억원이 뛴 셈이다. 좀처럼 부동산 침체가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믿을 수 없는 폭등이다.
확인한 결과 제보자가 말한 아파트값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떨어진 상태였다. 제보자의 의도를 떠나서도 기사화되기 힘든 내용이다. 사실과도 거리가 있을 뿐더러 극히 일부에게만 이익을 안겨줄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사를 통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사람은 해당 아파트 소유자와 제보자 정도였을 것이다. 그는 부동산사업을 한다고 했다. 서울 소재 2억원 미만 아파트가 5%에 불과하고 평생 돈을 모아도 대출 없인 집 1채 마련하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인 점을 고려하면 그의 제보는 부동산시장을 왜곡할 가능성이 컸다.
루소는 모든 사람이 공유하던 땅에 느닷없이 울타리를 친 후 "이 대지는 내것"이라고 주장해 믿게 만든 사람 때문에 사회가 변했다고 말했다. 땅 소유를 주장한 그 사람 탓에 예전부터 이어온 자연상태의 평온함과 안락함이 일거에 무너졌다는 설명이다.
부동산이 소유의 대상, 자산증식의 유용한 도구가 된 현대 한국사회의 혼란을 생각해보면 루소의 분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심지어 우리나라엔 "이 땅은 내 것이며 당신 땅도 곧 내 것"이라고 외치는 이들도 있지 않은가.
'한국경제를 읽는 7가지 코드'란 책을 보면 한국 국민의 70%가 자신의 미래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2만달러의 국민 평균소득에도 내집 마련이 하늘의 별따기인 것도 한 원인일 게다.
10여 개 바나나를 손에 쥐면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는 원숭이와 달리 인간에겐 소유욕이 있다. 자연스런 사회적 본능이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주며 이득을 얻고자 하는 것은 폭력적 욕심이다. 아직도 걸려오는 그 전화에 내내 마음이 무거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