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러시아 사할린州 주택시장 가보니

지난 25일 러시아 사할린주의 주도인 유즈노사할린스크시. 비행기로 3시간 걸려 도착한 이곳에는 공산주의 시절에 지어졌던 회색빛 단층 건물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차를 타고 시내를 관통하는 '미라' 도로를 따라 10분을 가니 기차역 앞 광장의 레닌동상이 쓸쓸히 서 있었다. 이 동상을 중심으로 한 도시의 주거 형태는 대부분 별다른 특성 없는 4~6층짜리 성냥곽 모양의 조립식 아파트였다.
대부분 1960~1980년대 러시아 정부에서 콘크리트 건축자재를 공장 생산화한 PC공법으로 지은 배급을 했기 때문이다. 빽빽이 들어선 아파트들은 녹이 슬어있었고 페인트는 벗겨져 있었다. 재건축을 하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허름한 외양과 달리 집값을 보면 놀라웠다. 이곳의 집값은 우리나라 돈으로 3.3㎡당 평균 800만원에서 1200만원선에 육박한다는 게 현지 부동산업계 설명이다. 웬만한 우리나라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가와 비슷한 수준인 셈이다. 문제는 결국 공급 부족 때문이었다.

러시아에서 PM업무를 해 온 홍기정씨는 "공산주의 붕괴 이후 주민들에게 주택을 사유화 하도록 나눠 주긴 했지만 이후 신규 공급이 거의 드물어 집값이 높아졌다"며 "게다가 유전 개발 사업 등이 진행되면서 외국 주재원 등 인구 유입이 늘면서 공급은 더 부족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역은 석유·가스 등 에너지 및 수산 산업이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사할린 유전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미국·일본 등 외국 업체들의 투자와 진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임대료도 오름세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체인 '노브이 아드레스'의 엘비라 니키포로바 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7년에 비해 20%가까이 내렸음에도 여전히 가격이 높은 편"이라며 "장년층의 경우 (배급 등을 통해) 대부분 가구를 소유하고 있지만 그 아래 세대의 젊은 층은 임금에 비해 집값이 너무 비싸 살 엄두를 못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할린주의 건설업도 발전하지 못한 편이어서 업체수도 적고 건자재 등은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해 와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우리나라의 한 업체가 '그린팔라스(Green Palace)'라는 브랜드 주상복합을 이곳에서 사업에 뛰어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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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일찍 사할린에 진출해 관광·비행 업계에 몸담은 박용광 성광에어 대표가 지역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2008년 초 현지 시행사(사할린 디벨롭먼트)와 시공사(코루스스트로이)를 직접 설립해 최근 준공식까지 마쳤다.
대표 주거지인 에밀리아노바 14구역에 위치한 이 주상복합은 최고 9층, 총168가구로 구성됐다. 3.3㎡ 당 24만7500루블(한화 940만5000원)로 지역 시세의 평균 정도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사업 중간에 금융 위기가 닥쳤지만 꾸준한 마케팅과 지하주차장 등 차별화 전략으로 현재 분양률 85% 성과를 냈다.
박 대표는 "그동안 신규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해 직접 나섰고 내년에는 시내 다른 지역에서 주거·오피스·상가가 결합된 '복합단지'를 추진 중"며 "현지의 주택 공급 대비 수요를 볼 때 한국 건설사들도 이곳에 진출을 검토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러시아 정부가 지진 강도 5~6에 맞춰 지어진 낡은 주택 거주자들을 지진 강도 8 이상으로 내진 설계된 신규 주택으로 이주시키는 장려책을 진행 중이어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주정부가 사회간접시설(SOC) 인프라 사업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우선 도청사와 유즈노사할린스크 공항 등의 신·개축 사업 발주도 추진 중인 것을 전해졌다.
세르게이 나드사딘 부시장은 "인프라 사업뿐만아니라 다양한 사할린의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 중"이라며 "한국 업체들의 적극적인 사업 진출을 환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