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견건설업계에 '위기설'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15일 부도를 낸 진흥기업(43위) 외에도 시공능력평가 기준 업계 20~30위권대 중견사들까지 심각한 부실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데다, 그 수도 10여개사에 달한다.
눈에 띄는 것은 이들 '위기군'에 포함된 건설사 대다수가 2009년 초와 지난해 정부가 정해놓은 등록기준에 미달, 부실기업으로 분류돼 현재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이라는 점이다.
실제 현재 거론되고 있는 건설사 중에는 외환위기 이후 지난해 12년 만에 재차 워크아웃에 돌입한 B건설을 비롯해 2001년 전문건설업체가 인수해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시 화제를 모은 S건설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최대주주 등이 경영권 매각을 시도했으나 불발에 그쳐 결국 워크아웃에 돌입한 J건설, 국내 최장수 건설사 가운데 하나로 한때 업계 상위권에 포진되기도 했던 P사, 해외사업을 통해 활로를 모색해 왔던 K사 등도 모두 채권단이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호남기업으로 광주권에서 살아남은 몇 안되는 건설기업인 N건설과 주택전문건설사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어려움을 겪으며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W건설도 추가 부실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역시 주택건설 전문기업으로 한때 경기 북부권에서 명성을 떨쳤던 D건설도 오너가 사실상 경영 포기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주도로 추진했던 건설업 구조조정 당시 칼자루를 쥔 채권은행과 금융당국의 '자의적 판단' 가능성까지도 제기되는 등 건설업계 내부에선 "멀쩡한 회사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동시에 부실업체를 선정하는 신용위험평가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금융거래 단절 등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건설사들이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란 지적이 적잖았다.
불행히도 이같은 우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대부분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들은 조기 경영정상화를 희망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기본적으로 부실기업이란 낙인이 찍히면 신규 수주가 쉽지 않다. 특히 주택업을 주로 하는 건설사들은 신규분양사업을 펼치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수요자들로부터 선택받기가 어려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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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국내 공공공사 발주가 축소된데다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주택건설 경기마저 곤두박질치면서 업체들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강조하지만 건설산업은 수주산업으로, "멈추면 쓰러진다"는 '자전거산업'으로도 불린다. 즉 사업을 전개해 나갈 수 있는 수주 활동 자체가 멈추면 해당 건설사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의 경우 대형은 물론 주요 중견건설사들이 소속돼 있는 한국주택협회 회원사의 절반 가량이 단 한 건의 분양도 하지 못한 채 '개점휴업' 상태로 한해를 보냈다. 은행권의 건설업 대출 줄이기도 업체들의 유동성을 고갈시키며 목을 조였다.
문제는 건설산업 특성상 기업 퇴출은 하도급사나 관련 장비, 인력, 자재 등 연관산업의 연쇄 부실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더구나 민간건설사들의 잇단 부실화는 신규주택 공급 감소로 연결, 현재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전·세월난을 비롯해 수급 문제 해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쯤되면 현재 채권단 주도하에 시행중인 워크아웃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건설사 회생보다는 워크아웃을 빌미로 채권단이 이기심을 부리는 것만은 아닌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