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서해뱃길, 숟가락 얹으려다 밥상 엎을라

[기자수첩]서해뱃길, 숟가락 얹으려다 밥상 엎을라

전예진 기자
2011.06.21 08:17

"경인아라뱃길에 서울시는 숟가락만 얹으면 되는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8일 제주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해뱃길을 두고 한 말이다. 오는 10월 개통되는 경인아라뱃길에서 한강돥여의도를 잇는 물꼬만 터주면 되는데 시 의회의 반발에 부딪치니 안타깝다는 얘기다.

하지만 서해뱃길은 '숟가락'이라 하기엔 꽤 무거운 사업이다. 행주대교 남단에서 인천 영종도 앞바다를 잇는 15㎞ 구간에 6000톤급 크루즈가 드나들 수 있는 주운수로를 만드는 것 외에도 용산·여의도 종합여객터미널 건립, 양화대교 구조개선공사 등 총 2732억원이 든다.

감사원은 지난 19일 이 사업이 경제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수요는 부풀리고 적자사업을 흑자로 계산했다는 것.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시는 수상버스의 수요를 최대 70% 부풀렸고 수상버스의 보수·안전점검 때 필요한 예비차량용 예산과 유류비 등 총 8975억원을 누락했다.

민자사업자에 1240억원 규모의 여의도종합여객터미널 무상사용 기간을 늘려줘 사용료 231억원을 흘려보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대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선박 이용객 부족 및 사업의 경제적·재무적 타당성 부족으로 운영적자가 누적돼 사업효과를 얻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숟가락'만 들먹인다. 감사원의 발표 후 서울시 관계자는 "서해뱃길의 예산이 경인아라뱃길의 10%도 안되는데 경제성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감사원에 재심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바람대로 서해뱃길을 통해 상하이·홍콩·도쿄·중국 등 동북아의 신흥 부자들이 서울로 유입되면 이는 분명 '미래 먹을거리사업'이다. 하지만 숟가락을 얹으려다 밥상이 엎어지면 무슨 소용인가.

오 시장은 "시의회가 끝까지 서해뱃길을 반대한다면 대통령과 담판을 지어서라도 국비를 반드시 끌어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뱃길을) 열면 살고 닫으면 죽는다"고까지 했다. 서울시는 물길을 열기 전에 "눈과 귀를 열면 살고 닫으면 죽는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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