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건설사 합병의 미학을 살리자

[기자수첩]건설사 합병의 미학을 살리자

전병윤 기자
2011.06.17 13:43

"살아남으려면 끼리끼리 모여 합병이라도 해야죠. 버틴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한 건설사 임원은 사석에서 만나 건설사 구조조정에 대해 이처럼 얘기했다. 부동산경기는 좀처럼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민간 분양시장도 위축되고 있는 최악의 상황을 타개하지 위한 해법 중 하나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건설업계가 처한 현실을 생각하면 고민해 볼 문제다. 중소형 건설사들은 대형사들처럼 해외에서 수주를 따낼 여력이 못 돼 경영난이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분양은 쌓이고 자금이 돌지 않아 유동성 위기가 늘 상존한다. 특히 부동산 개발 사업을 위해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상환하기 어렵게 되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만기를 연장하려면 추가 담보를 내놓아야 하는데 여의치 않아 상환 압박에 시달리는 동시에 PF 자금줄이 막혀 신규 사업을 벌이기도 어렵다.

건설업계는 페달을 밟아야 자전거가 굴러가듯 끊임없이 수주를 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방도가 없다.

특히 이달 말이면 건설업계에 4차 구조조정이 시작된다. 은행들의 정기 신용위험평가 작업이 마무리되는데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거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게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면 주력 사업이 다른 회사들끼리 대대적인 합병 카드를 적극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 합병의 장점은 충분하다.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야 하는 인수보다 대등한 조직간 합병은 '승자의 저주'에 빠질 위험도 낮고 자금 부담도 덜하다. 소형 회사들로선 규모의 경제를 키워 경쟁력을 확보하기엔 적합한 방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인수·합병(M&A)시장은 인수만 있고 합병이 없다는 말이 있다. 합병은 조직간 화합에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배타적인 기업문화 뿐 아니라 중소형 건설사의 대부분은 오너 체제라는 것도 화학적 합병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하지만 중소형 건설사들이 주기적으로 부실의 늪에 빠져드는 취약한 구조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환골탈태하려면 기득권을 버리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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