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코 아니었다. 90년대 모 방송사의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서 그려진 하우스메이트의 모습을 기대한 것은. 휴일에는 다 같이 모여 삼겹살파티를 열고 밤을 지새우며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는 모습은 드라마 안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같은 집에 살면서도 그들은 서로의 직업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심지어 10㎡도 안되는 방을 공유하면서도 단 한 끼를 함께하지 않았다고 했다.
방문에는 '인사사절' '할 말 있으면 메모로 남기세요'라는 멘트만 붙어 있었고 얼굴을 마주치는 것이 불편해 부엌을 이용하는 시간과 순서까지 치밀하게 정해뒀다. 집을 보여준 김씨는 "솔직히 다 큰 성인남녀가 같이 사는 게 정말 불편한데 돈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하우스메이트족의 증가가 불편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들의 동거는 '선택'이라기보다 '강제'에 가까웠다. 철저히 돈에 의한 것이다. 전·월세난이 심각해지자 그동안 비교적 저렴한 전세·월셋집을 구해왔던 20∼30대는 직격탄을 맞았다.
훌쩍 뛴 보증금을 마련할 길은 없고 다달이 50만∼70만원에 달하는 월세를 지출하자니 '이래서 언제 목돈을 모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들은 결국 자신만의 독립된 주거 대신 하우스메이트를 구함으로써 절약되는 20만∼30만원의 돈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주거의 질 악화와 주거불안정이란 문제도 대두한다. 국토해양부가 정한 최소 주거기준은 1인 기준 14㎡다. 그러나 대다수 하우스메이트족은 기껏해야 20㎡도 안되는 원룸을 나눠쓴다.
관련 커뮤니티에 '집'이 아닌 '방'을 나눠 쓸 사람을 구하는 룸메이트 구인 게시물이 많음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연고가 없는 '룸메'나 '하메'와 함께 사는 경우가 많아 도난사고·월세보증금 관련 사기사건도 빈발한다.
그럼에도 20∼30대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국토부가 발표한 '대학생 임대주택'이 눈에 띄지만 지원대상이 저소득층 대학생에게 한정돼 주거문제로 고민하는 수많은 20∼30대를 구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러다가 집과 방에 이어 침대까지 공유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