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식 뉴타운' 10년만에 존폐위기 몰린 까닭은?

'MB식 뉴타운' 10년만에 존폐위기 몰린 까닭은?

뉴스1 제공 기자
2012.01.30 14:37

(서울=뉴스1) 김민구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2년 서울시장으로 재임할 때 도입한 서울지역 뉴타운 사업이 사업 추진 10년만에 퇴출될 처지에 놓였다.

서울시가 주민 갈등과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대다수 지역 사업 추진이 사실상 중단된 뉴타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한 재건축 아파트단지에서 사업성을 노린 종(種) 상향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30일 기자설명회를 열고 서울 지역 뉴타운ㆍ재개발ㆍ재건축 대상 1300곳 중 사업시행 인가 이전 단계에 있는 610곳을 실태조사와 주민의견 등을 들은 후 사업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뉴타운ㆍ정비사업 신(新)정책구상'을 발표했다.

신정책구상에 따르면 시와 자치구는 뉴타운ㆍ정비사업 대상인 1300개 구역을 실태조사 대상(610곳)과 갈등조정 대상(866곳)으로 나눈 뒤 실태조사와 주민의견 수렴을 거쳐 '구역 및 상황별 맞춤형 해법'을 찾는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 뉴타운 재정비 대상 지역의 절반가량이 원점에서 재검토된다.

또한 정비사업이 시행되는 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기초생활수급자는 임대주택을 공급받는 등 세입자 주거권이 보장된다.

뉴타운은 강남 지역에 비해 도로와 학원, 학교 등 기반시설과 생활 편의시설이 떨어진 강북지역을 종합적으로 재개발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 2002년 은평·길음·왕십리 등 3곳을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한 후 2003년 2차로 12곳, 2005년 3차로 11곳 등 총 26곳을 지정했다.

박원순 시장의 이번 조치는박 시장이 평소 "뉴타운은 태생부터 잘못됐다"고 밝힌 점을 감안할 때 그동안 예측이 됐던 부분이다.

박원순 시장의 기본 원칙인 "될 곳은 지원하고 안 될 곳은 빨리 사업을 접겠다"는 평소 신념이 결국 현실로 이뤄진 것이다.

◇영국 모델에 '한복 입혀'

뉴타운 개념의 기원은 영국의 E 하워드가 주장한 '전원도시론'이다.

이는 자족기능을 가진 도시를 수십 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개발하되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을 억제하려면 주변을 그린벨트로 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서울시가 처음 도입한 한국형 뉴타운은 이와 개념 자체가 다르다. 도시기능, 성장경로, 거주환경들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대도시내 사업인데도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계획도 없었다.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충분한 용역도 거치지 않았다.

건설형, 전원형, 도심형 등 나름의 색깔을 입힌 시범뉴타운 3곳(길음·은평·왕십리)의 선정기준 역시 모호했다. 서울시 강북지도를 판으로 만들어놓고 다트를 던져서 선정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포퓰리즘 결과물

현재 전국 뉴타운은 77개 지구(719개 구역), 면적은 여의도의 94배를 넘는 7940만㎡에 달한다.

서울의 경우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인 2007년까지 시범지구 3곳, 2차지구 12곳, 3차지구 11곳 등 총 26개 지구(331개 구역)를 지정했다. 서울시 전체 자치구수보다 뉴타운지구가 많은 셈이다.

강북을 집중개발하겠다던 당초 방침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시범지구사업이 속도를 내고 집값과 땅값이 오르자 서울시 전역의 자치구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우리동네 뉴타운 만들기' 작전에 팔소매를 걷어붙였고 서울에만 수백개 뉴타운지역이 탄생했다.

◇부동산 경기 '날개없는 추락'

뉴타운사업이 실패로 끝난 가장 직접적 요인은 집값 폭락이다.

끝없이 오르기만 할 줄 알았던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부동산경기가 좋았던 2002년 시범지구의 집값과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을 지켜본 터라 다른 지구 주민들의 상실감은 더 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실낱 같은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막대한 분담금을 부담하더라도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주민이 늘었다.

'뉴타운=헌 집 주면 새 집 주는 사업'이 아니라 수억원을 들여도 제값을 못받는 애물단지사업으로 전락한 것이다.

◇'황금알 낳는 거위'에서 미운 오리새끼로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뉴타운 사업은 추진 과정에서 단독주택과 다가구, 다세대 주택이 대거 사라져 서민의 주거 불안이 심화됐고 특히 과다한 사업비로 원주민들의 재정착률이 떨어지며 비판을 받아왔다.

뉴타운은 지난 2002년 은평·길음·왕십리 등 3곳이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이후 2003년 2차로 12곳, 2005년 3차로 11곳 등 총 26곳이 지정됐다.

이들 뉴타운은 총 245개 구역으로 나뉘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사업이 끝난 곳은 전체 10%도 안 되는 19곳에 불과하다.

착공(13곳), 관리처분인가(13곳), 사업시행인가(19곳) 등 그나마 사업이 진척된 지역도 45곳에 불과하다.

전체의 4분의 3이 넘는 181곳은 사실상 사업이 겉돌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40%에 달하는 71곳은 추진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한 상태다.

◇주민 이기주의

뉴타운의 기본 개념은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재개발·재건축을 묶어서 주택 중심의 난개발을 막고 도시기반시설을 충분히 설치하는 것이다.

일정 기준의 노후불량 조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주거환경을 악화시키는 주택이 있으면 정비대상에 포함해 함께 개발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동일지구내 다른 구역간 다툼으로 번졌다. 도시기반시설을 설치하려면 돈이 들어가는데 서로 부담하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구역간 이해관계가 상충하면서 광역개발을 기대한 효과는 빛이 바랬다.

◇낮은 재정착률

한국형 뉴타운은 원주민 재정착률이 낮다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소형·저가주택 멸실로 기존에 살던 원주민이나 세입자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외지로 쫓겨나면서 "누구를 위한 뉴타운이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주택재개발사업의 수도권 원주민 재정착률은 평균 34%. 경기·인천에 비해 집값이 비싼 서울의 경우 재정착률이 평균치보다 훨씬 낮다.

시범지구 가운데 입주가 마무리된 길음뉴타운의 원주민 재정착률은 17%에 불과하다.

◇뉴타운 출구전략 성공하려면 투자자 이해, 재정 마련, 정부지원 이뤄져야

김규정 부동산114리서치센터 센터장은 "서울시 뉴타운 출구전략이 성공하려면 투자자 이해, 재정 마련, 정부지원 등 3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조언햇다.

김규정 센터장은 "달라지는 정비 방식과 기존 지정 구역 해제에 대해 조합원과 거주자 등 다양한 관계자들의 이해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 그를 추진하기 위한 법적 정비와 인력 등 시스템 마련을 얼마나 빨리 진행해서 정상 궤도에 올릴 것인가 등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필요한 재정 마련과 정부의 지원 및 협조를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 하는 것이 이번 서울시 뉴타운 출구전략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최대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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