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탐대실한 삼환기업

[기자수첩]소탐대실한 삼환기업

전병윤 기자
2012.08.02 06:00

중동시장 진출 1호 기업, 66년 역사를 가진삼환기업은 자금난을 겪으며 지난달부터 법정관리 신세를 지고 있다. 삼환기업은 최대한 빨리 법정관리를 벗어나기 위해 현금을 마련하는 데 분주하다. 최근 서울 중구 소공동 부지를 부영주택에게 1721억원에 매각한 것도 이런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이 과정을 지켜보면 삼환기업에 대한 불신이 커진다. 원래 이 땅의 법적 소유권은 현대증권에게 있다. 삼환기업은 연초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4월 이 부지를 담보로 잡고 65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 자금을 조달했다. 대신 현대증권은 신탁계약을 통해 법적 소유권을 취득하고 삼환기업의 부실이 생기면 땅을 공매로 처분, 회사채 투자자의 원리금을 갚기로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은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인 3개월 만에 휴지조각 신세로 전락했다. 삼환기업이 현대증권의 동의 없이 부영주택과 매매 계약서를 체결해버린 것이다. 공매 절차를 밟고 있던 현대증권으로선 황당한 일이다.

더구나 삼환기업은 당시 공매로 처분할 경우 회사채를 상환하고 남은 금액을 현대증권이 가져가도 좋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도장을 찍은 바 있다. 이마저도 삼환기업은 이행하지 못하겠다고 어깃장을 놨다.

결론적으로 삼환기업은 현대증권에서 계약대로 공매 절차를 진행 중이던 때 은밀히 부영주택과 거래를 차근차근 진행해왔던 것이다. 급기야 현대증권은 지난달 31일 신탁계약에 따른 소유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매각에 따른 차액도 가져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환기업은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절차를 진행한 뒤 결과물을 가지고 현대증권의 '윗선'과 협상을 벌여 뜻을 관철시키는 대단한 '수완'을 발휘했다.

양자 간 합의를 통해 계약을 파기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과정이다. 삼환기업은 먼저 동의를 거치지 않고 거꾸로 결과물을 가지고 합의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려면 직원 뿐 아니라 투자자,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삼환기업은 이득을 봤을지 모르지만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투자자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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