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좁고 낡은 건물 '공익+상업성' 갖춘 시설로…

비좁고 낡은 건물 '공익+상업성' 갖춘 시설로…

치바현·사이타마현(일본)=김정태 기자
2013.05.10 05:39

[행복주택시대, 도시재생이 답이다<3-1>]"일본 도시재생 현장을 가다"

[편집자주] 동서양을 잇는 국제금융과 무역의 중심지 홍콩. 서울의 1.8배 정도 면적에 인구 750만명이 사는 중국의 특별자치 도시국가다. 여기에 홍콩을 드나드는 중국인과 외국인이 연간 2000만명에 달해 항상 사람들로 넘쳐난다. 좁은 땅에 많은 인구가 살다보니 오피스와 주거공간은 초고층 빌딩으로 지을 수밖에 없다. 중산층 이상의 일반적인 주거형태도 주상복합아파트 개념이다. 특히 철도기지에 인공대지(데크)를 조성, 복합단지로 개발해 토지활용을 극대화하고 있다.  버블경제의 정점에 있던 일본 역시 도심의 주택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도쿄의 한 전철역 철도기지에 임대아파트단지를 조성한 사례가 있다. 나아가 공공시설과 민간상업시설이 공존하는 복합단지 개발은 도심재개발의 모범사례로 꼽한다.  박근혜정부의 핵심 주거정책인 '행복주택'은 이같은 방식의 모델을 검토 중이다. 이명박정부가 추진해온 보금자리주택사업이 '직주근접'보다 도시 외곽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로 개발, 서민층의 주거안정에 미흡했다는 지적에 따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행복주택 시범사업은 우선 선로 옆 유휴부지와 폐선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당초 철도기지나 선로 위에 인공대지를 조성하는 방식은 비용과 기술적 문제를 두고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다. 홍콩과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이같은 방식의 도시재생사업을 적극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직접 현지를 둘러보고 문제점은 없는지, 이를 극복하는 방향은 무엇인지 모색하고 우리나라 도시재생사업의 과제를 살펴본다.

 일본의 도시재생기구인 UR(Urban Renaissance agency)가 도시재생사업을 추진 중인 현장 3곳을 찾았다.

 최근 도쿄 인근에 조성한 임대주택단지 재개발 현장인 지바현의 '다카네다이', 역세권 재개발지역인 사이타마현의 '무사시우라와', 도심 폐교부지를 활용해 복지시설과 임대아파트를 지은 '아카이시초지구' 등이다. 이곳들은 각각 특색있는 도시재생 현장이다.

 ◇순환이주방식 재개발…고령화사회 대응 사회복지시설 조성 '필수'

 도쿄 동쪽 외곽에 위치한 지바현 후나바시시 다카네코단역. 이곳은 도쿄시내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전형적인 주택밀집 교외지역이다. 역 근처는 다소 어지럽게 지어진 옛 주택이 많았지만 좀더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자 거리가 예쁘게 정비된 신축주택들이 눈에 들어왔다.

재개발된 다카네다이에는 임대주택단지(상) 뿐만 아니라 민간주택업체가 분양한 단독주택단지(하)도 있다./사진=김정태 기자
재개발된 다카네다이에는 임대주택단지(상) 뿐만 아니라 민간주택업체가 분양한 단독주택단지(하)도 있다./사진=김정태 기자

 이곳은 UR가 재개발 중인 다카네다이단지다. 면적은 약 44.7㏊(헥타르) 규모로, 서울의 재개발지구와 비슷하거나 작은 편이다. 재건축 대상 임대주택은 총 4606가구지만 재개발이 완료되는 2017년에는 4225가구(민간주택 포함) 규모의 단지로 조성된다.

 가구수가 줄어드는 만큼 재건축 후 임대주택의 전용면적은 평균 약 12㎡ 늘어난 54㎡.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방 2개 딸린 소형 임대아파트 규모다. 월세는 8만6000엔(98만9000원·100엔당 1150원 적용). 보증금(2~3개월 월세분), 수수료, 갱신료 등이 없고 도쿄 도심의 민간임대 아파트의 월 임대료에 비하면 40~50% 싼 가격이라는 게 UR 측의 설명이다.

 임대주택의 재개발방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실시한 순환이주방식과 흡사하다. 자치회(입주자대표회의)와 협의를 통해 총 4개 구역으로 나누고 미리 지은 신축 임대아파트로 입주민을 이주시킨 뒤 노후 임대주택 철거-신축-재입주방식을 거친다.

다카네다이 임대주택 단지에는 공공시설보육원, 고령자용 주택 및 복지시설, 공동주차장 등이 함께 조성되고 있다. 사진은 유치원(상)과 고령자케어센터(하) 전경/사진=김정태 기자
다카네다이 임대주택 단지에는 공공시설보육원, 고령자용 주택 및 복지시설, 공동주차장 등이 함께 조성되고 있다. 사진은 유치원(상)과 고령자케어센터(하) 전경/사진=김정태 기자

 눈에 띄는 점은 임대주택 신축뿐 아니라 공공시설과 커뮤니티시설을 필수로 건설한다는 점이다. 보육원, 고령자용 주택 및 복지시설, 공동주차장 등이 함께 조성된다. 다카네다이단지의 경우는 종합병원도 들어선다. 도로정비와 주변 환경을 친환경적으로 조성하는 방식은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기타오쿠 도모노리 단지재생계획팀장은 "일본은 2015년을 정점으로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저출산·고령화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시설을 필수로 조성하고 있다"면서 "재생사업의 재원은 정부로부터 받지만 부족하기 때문에 일부 땅을 민간주택업자에 팔아 충당한다"고 말했다.

 기타오쿠 팀장은 "노인들을 위한 복지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데다 종합병원도 들어서기 때문에 기존 거주자뿐 아니라 은퇴자들의 입주 요청이 많은 곳"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역시 저출산·고령화사회로 접어들고 있기에 UR의 임대주택 재생사업은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 LH 역시 노후화된 임대아파트단지의 재생사업을 진행 중이다. 여유부지에 신축아파트 동을 짓고 노후아파트 동은 철거한 뒤 공공시설이 함께 들어서는 주거동을 짓는다.

 ◇난개발 '사이타마 현관' 신도시 부럽지 않은 도시로 재탄생

 도쿄 북단에 위치한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의 무사시우라와와역. 도쿄 외곽이긴 하지만 나마노테선 이케부쿠로역에서 30분이 채 안걸리는 북부지역의 교통 요충지다. 124만명이 살고 있는 사이타마시에선 도쿄와 가장 가까운 부도심지이기도 하다.

UR도시재생기구가 재개발한 무사시우라와 역세권 1지구 전경/사진=일본 UR도시재생기구
UR도시재생기구가 재개발한 무사시우라와 역세권 1지구 전경/사진=일본 UR도시재생기구

 전철역에서 내려다본 거리의 풍경은 주상복합아파트와 고층빌딩 등이 들어서 있고 도로가 잘 정비돼 있어 깨끗한 신도시처럼 보였다. 고층빌딩과 역을 잇는 입체보행자통행로가 갖춰져 있어 전철에서 내리면 지상을 통하지 않고 바로 출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곳 역시 UR가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는 무사시우라와역 재개발사업 1지구다. UR 무사시우라와재개발사무소에 따르면 6년 전까지만 해도 역 주변은 비좁은 도로였다. 출퇴근시간대에는 교통혼잡이 심한데다 낡은 건물들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사이타마시는 시의 '현관' 역할을 하는 지역인 만큼 지자체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30년 전 무사시우라와역 주변 총 8곳을 '시가지재개발사업지구'로 지정하고 재개발사업을 추진했다.

사이타마시의 무사시우라와역에는 입체보행로가 설치돼 역에서 비를 맞지않고 구청 및 복지시설과 주상복합아파트 등을 출입할 수 있다. /사진=김정태 기자
사이타마시의 무사시우라와역에는 입체보행로가 설치돼 역에서 비를 맞지않고 구청 및 복지시설과 주상복합아파트 등을 출입할 수 있다. /사진=김정태 기자

 사이타마시는 다른 지구의 재개발사업은 완수했지만 역과 바로 붙어있는 1지구는 많은 지역주민의 권리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업진척이 더뎠다고 한다. 결국 1990년 지자체가 UR에 요청하면서 1지구의 재개발사업이 재개됐다.

 UR는 지역주민 권리자와의 수백 차례 회의 끝에 2007년부터 재개발사업에 본격 착수해 도로정비와 함께 10층 규모의 복합공공시설, 사업시설과 309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공공주차장 등을 지난 2월말 완공했다. 나머지 구역은 주택단지로 2016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UR로부터 주상복합아파트를 통매입한 노무라부동산은 2010년 선분양에 들어가 100% 분양에 성공하고 지난 3월 입주를 모두 끝마친 상태다. 구청 건물은 복합공공시설로 육아지원센터, 노인복지센터, 도서관, 다목적홀 등이 있어 지역주민들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활용된다.

 요시다 요시히로 UR무사시우라와와재개발사무소 과장은 "이 재개발지구는 개발 전에 권리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사업진행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재개발이 한 단계, 한 단계 완성돼가면서 지자체, 지역주민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폐교부지 활용 사회복지시설+임대아파트 '일석이조'

 도쿄 주오구 스기지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의 아카이시초. 이곳에는 학교부지를 활용해 공공임대아파트를 공급한 복합건물이 들어서 있다. 2004년 완공된 이 건물은 1층부터 6층까지는 사회복지시설, 6층부터 22층까지는 199가구 규모의 임대아파트로 구성돼 있다.

도쿄 추오구의 아카이시쵸지구 임대아파트는 학교 폐교부지를 활용해 사회복지설과 함께 들어선 복합건물이다./사진=김정태 기자
도쿄 추오구의 아카이시쵸지구 임대아파트는 학교 폐교부지를 활용해 사회복지설과 함께 들어선 복합건물이다./사진=김정태 기자

 이곳은 원래 중학교 부지(4900㎡)였지만 도심화에 따른 공동화로 1982년에 폐교됐다. 학교건물은 구민시설로 사용되다 도심의 유휴지 활용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2002년 건물이 해체됐다.

 주오구청은 고령자와 장애인들을 위한 사회복지시설 확충과 함께 임대아파트를 짓기로 하고 UR에 사업시행을 맡겼다. 복합건물 가운데 6층까지는 구청의 사회복지시설로 양도되고 나머지 공간은 70년 동안 UR가 공공임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시즈카 준지 UR 국제협력 담당은 "폐교부지를 활용해 지역현안 해결을 위한 공익시설을 확보하는 한편 공공임대로 1석2조의 효과를 본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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