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최삼규 대한건설협회 회장
- 분리발주제 지방·중소업체 혜택없어…하자보수·안전관리도 구멍
- 경제민주화 원도급·하도급에만 초점…2차협력사까지 포함시켜야
- 내달 종료 취득세 감면기한 연장 등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 필요

"정부가 건설공사를 공종별로 '분리발주'하는 이유로 원·하도급간 분쟁해결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정작 지방의 중소 일반건설업체들엔 혜택이 없어요. 지금은 하도급사로 분류돼 있는 전문건설업계뿐 아니라 중소 일반건설업체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육성방안이 필요합니다."
평소 과묵하기로 소문난 최삼규 대한건설협회장(73)은 작심이라도 한 듯 건설업계가 안고 있는 어려움을 쏟아냈다. 그는 우선 건설산업이 가야 할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특히 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된 '분리발주' 도입과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 확대를 두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종합과 전문 건설기업의 업역간 구분을 마치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중소기업을 위한 동반성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업역이 어디든 중소기업에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진정한 상생이라는 것이다.
최 회장은 건설산업에 대한 이미지가 날로 악화되는 상황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성접대 의혹'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가 '개발업자' 내지 '건설브로커'임에도 '건설업자'로 알려져 있다"며 "이는 언론과 경찰 등을 통해 잘못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건설인들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며 "국민들에게 올바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SOC(사회간접자본) 투자야말로 '창조경제'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범죄예방과 복지 외에 자연재해 예방 등 환경문제도 사회안전망 시스템 구축에 포함한다면 SOC 투자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노후화된 인프라를 IT(정보기술), 문화 등과 연계해 유지·관리 또는 리모델링해 산업의 융합을 꾀할 수 있는 '인프라평가제' 도입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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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는 '분리발주'와 공공기관의 '주계약자 공동도급제' 확대를 둘러싸고 업역간 갈등이 첨예화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분리발주'는 박근혜정부가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건설공사의 특수성을 감안해 신중히 접근할 필요합니다. 물품이나 용역은 단계별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분리발주가 가능합니다만 건설공사는 '한 세트'입니다.
공정별로 참여업체간 유기적 협력이 돼야 공사의 품질을 맞출 수 있는 특성이 있어 분리발주는 비효율적입니다. 하자보수 지연에다 종합적인 안전관리가 어려워 건설노동자의 안전책임도 불분명해지는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과거 대한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에 적용한 '직할시공제'가 분리발주와 비슷한 개념인데, 실적이 단 1건에 불과합니다.
이 제도의 성과가 좋았다면 활성화됐겠죠. '주계약자 공동도급제' 역시 하자책임 등으로 업역 간에 분쟁이 잦아질 수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현재 공기업들이 시범사업으로 37건을 추진하는데 이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확대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제도를 지방계약법에 근거해 2년 전부터 시행했지만 안전행정부(당시 행정안전부)가 의뢰한 용역평가 결과는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계약건수도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이들 제도 도입은 먼저 시범사업을 충분히 해본 후 이를 토대로 공과를 제대로 평가해봐야 합니다. 이런 과정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불공정한 갑을관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건설산업의 바람직한 방향은 뭐라고 보십니까.
▶건설은 발주와 원도급, 하도급과 자재·장비·근로자 등 2차 협력사와의 관계도 있는데, 원·하도급만 경제민주화의 대상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같습니다. 특히 건설근로자의 대금·임금체불 문제는 정말 시급한 해결과제입니다. 보증제도 도입 등 대안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한다는 취지라면 전문건설과 종합건설을 구분하지 말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협회는 이같은 차원에서 국토해양부와 중소기업청에 중소기업 지원에 건설산업이 포함될 수 있도록 요청했습니다. 업종은 서비스업이지만 가구, 벽지, 유리 등 건설을 둘러싼 360여개 제조업이 전후방산업에 연관돼 고용창출 효과가 매우 큽니다.
―건설기업의 이미지 개선사업을 추진하셨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협회의 역점사업이었는데 '성접대 의혹' '4대강사업 담합 의혹' 등으로 인해 퇴색된 것같아 안타깝습니다. 다만 성접대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직종이 '개발업자'임에도 '건설업자'로 규정한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국민들이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시정돼야 합니다.
협회 회원사들이 사회공헌 활동으로 연간 1000억원 이상을 내놓고 있습니다. 사회기부뿐 아니라 몸소 실천할 수 있는 해비타트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습니다. 4대강사업 담합 의혹도 아직 결과가 나온 것이 없음에도 일부 언론이 너무 앞서나간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결과에 따라 반성할 점이 있다면 진심으로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죄할 겁니다.
다만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처럼 국내 여론이 나빠질 경우 해외 수주 경쟁력이 떨어짐은 물론 국익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일례로 세계 각국과 현재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100억달러 규모의 태국 물관리 수주전이 대표적입니다. 외국 경쟁기업들이나 현지 정부가 문제삼는다면 대사를 그릇칠 수도 있습니다.
―건설산업이 창조경제의 한 축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요.
▶건설은 유시티(u-city), 지능형도로, 해저도로, 조력발전소 등 최첨단 기술의 융복합화가 이뤄지는 산업입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에서 일본과 같은 쓰나미 재해에 대비해야 합니다. 주요 항만과 거점에 제방을 더욱 공고히 쌓고 IT와 연계된 예보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4·1대책'이 발표된 지 50여일이 지났는데 정책 효과를 실감하시나요.
▶주택 구매심리가 다소 살아나면서 거래가 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다만 주택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 '4·1대책'만으로 정상화되기엔 역부족입니다. 분양가상한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 주택경기 과열기에 도입된 제도들은 경제상황에 맞게 바뀌어야 합니다.
특히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국회에서 꼭 입법처리되도록 해 정책신뢰도를 높여야 합니다. 다음달 말이면 종료되는 취득세 한시적 감면기한을 올해 말까지 연장해야 합니다. '거래절벽'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들입니다.
―많은 건설기업이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중입니다. 어떤 탈출구가 필요할까요.
▶현재 시공능력평가 100위 내 업체 가운데 21개 기업이 이같은 상황입니다. 업계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하지만 정부의 SOC 투자 감소는 업계뿐 아니라 내수진작에도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올 1분기 수주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나 급감했습니다. 내용적으로도 신규투자보다 완공 위주 투자여서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대안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도입한 '인프라평가제'를 적용해야 합니다.
노후화되는 인프라를 환경과 문화 측면과 연계해 유지·관리 또는 리모델링할 수 있도록 투자를 하자는 것입니다. 제값받고 제대로 건설하는 생산체계 구축도 필요합니다. 최저가낙찰제는 반드시 폐지돼야 건설산업이 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