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이전 이미 외부인사 결정…노조, "낙하산 CEO 반대, 저지투쟁 불사"

서종욱대우건설(32,750원 ▼500 -1.5%)사장이 지난 23일 전격 사표를 제출한 가운데, 후임으로 외부 인사가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정치적 외압에 의한 인사 발탁에 대해 결사 반대한다며 저지투쟁에 나설 방침이어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대주주로 후임 사장 선정작업에 착수한 산업은행은 최근 한 중견건설기업 대표로 재직중인 A씨를 후임자로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정된 A씨는 수년전 대우건설을 떠난 인물로, 산업은행 고위직과의 인연을 매개로 친정 복귀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대우건설 안팎에선 산업은행이 후임 사장을 이미 낙점해놓고 '공모'라는 형식만 취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앞서 대우건설은 지난 24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공모를 통해 신임 사장을 인선할 것'을 결의, 다음달 초 관련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구체적인 일정은 다음달 14일까지 공모 접수를 받아 17일부터 면접 절차를 진행한 후, 21일 임시 이사회에서 신임 사장을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 구성된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4명과 산업은행 임직원 2명 등 총 6명.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사장 인선에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 공모는 결국 A씨를 위한 '들러리' 행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학연·지연을 동원, 정치권에 줄을 대 대우건설 사장을 노리는 OB인사들이 적지 않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서 사장 사의 표명이후 이같은 후임 사장에 대한 루머가 실명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노동조합도 지난 27일 성명서를 통해 외부 낙하산 CEO 선임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산업은행에 공정하고 투명한 사장 공모를 촉구하는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박성일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은 "학연, 지연 등의 배경으로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몇몇 OB들의 움직임 얘기가 들려 개탄스럽다"며 "이들이 만약 대표로 선임될 경우 회사의 도덕성과 경영비전을 제대로 제시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공모 절차를 지켜보겠지만 소문이 사실일 경우 낙선운동 등 저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건설 전체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우건설은 그룹 해체, 금호그룹의 M&A(인수·합병) 등 적잖은 경영권 부침을 겪어왔다. 금호로부터 분리된 후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맡으면서 정상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 인수된 이후에는 업계 '빅3'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최근들어선 각종 외압에 시달리는 등 주인없는 회사로서의 고통을 겪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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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한 고위 관계자는 "검찰과 경찰의 압수수색 등으로 어수선해진 회사 분위기를 바로 잡기 위해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모 전부터 '낙하산 인사' 내정설은 논란만 부채질할 뿐, 회사 발전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이같은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태식 한양대 교수는 "건설기업은 공기업과는 달리 수주 영업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관련 경영능력을 검증받는 인사가 CEO로 선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채권단 관리하에 있던 현대건설도 사장 공모 과정에서 정치권 등의 외부 인사 유입을 둘러싼 잡음이 심했지만 결국 내부 승진 인사를 통해 회사 정상화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산업은행도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