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교통부가 예상대로 코레일(철도공사) 개혁에 칼을 빼들었다. 코레일 구조조정의 몸통이라 할 수 있는 고속철도(KTX) 경쟁체제 도입을 재추진한 것이다. 코레일 독점체제를 혁파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구조조정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MB정부 때 추진된 이른바 'KTX 민영화'로 불린 철도경쟁체제 도입은 코레일의 아킬레스건이다. 정부는 코레일의 재무적 취약성을 철도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명분으로 삼았다.
물론 산간을 오가는 적자 철도노선까지 운영하는 공익적 요소를 감안해야 하지만 오랜 기간 독점체제에서 오는 경영의 비효율성까지 부인하긴 어렵다. 알짜사업인 수서 출발 부산행 KTX 노선만 민간에게 넘기려던 MB정부 정책은 이런 측면에서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그런데 현 정부의 철도경쟁체제는 코레일 자회사를 만들어 철도운영 경쟁구도를 형성하겠다는 것으로 이전과는 상황이 다르다. 더구나 31조원에 달하는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이후 경영난에 봉착한 코레일로선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철도산업 구조 변화는 필수"란 정부논리에 반박하기 힘든 형편이다.
실제 민간 출자회사들은 용산개발사업 무산의 책임을 묻기 위해 코레일을 상대로 수조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 중이다. 국토부도 이를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국토부는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법적으로 완전히 청산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공공연히 사업무산을 확정짓고 코레일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철도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용산개발사업이 고비를 맞을 때마다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며 선을 긋던 국토부는 결정적인 순간 사실상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지난 4월 중순 코레일이 디폴트 이후 사업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민간출자사들과 '특별합의문'에 도장을 찍고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토부 담당자들이 "청산절차를 밟는 게 맞고 (합의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마치 '대변인' 역할에 나섰던 게 대표적이다.
그동안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에 대한 국토부의 속내를 드러낸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결국 코레일로선 용산개발 무산과 함께 외우내환을 자초한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