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은 산업의 종합전시장으로 불린다. 제조업, 서비스업, 금융업, 물류업 등 모든 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산업이어서다. 건설업체뿐 아니라 자재·장비업자와 일용직 근로자, 인테리어업, 이사업, 부동산 중개업과 같은 소위 민생 사업체가 건설산업의 프레임 안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건설산업과 연관사업체에 관여하고 있는 종사자와 그 가족수는 대략 1000만명에 달한다. 인구의 5분의 1을 건설산업이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건설산업은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를 굳건한 반석위에 세운 일등공신이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국토를 재건했고 사막에서 외화를 벌어다 나라 곳간을 채워 주기도 했으며 첨단 건설기술로 세계를 누비며 국가의 격을 높여왔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건설산업은 역동성과 성장 동력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11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는 수주물량 감소,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삭감, 부동산 거래절벽으로 건설산업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 건설수주액은 101조5000억원으로 7년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불변금액 기준으론 10년전 수준으로 뒷걸음했다.
부동산시장 침체와 건설산업의 위축은 서민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하우스푸어 급증, 전세대란 등으로 서민생활도 날로 피폐해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집을 팔아도 부채를 갚지 못하는 하우스푸어가 10만명, 렌트푸어가 240만명에 달하고 지난해 폐업한 중개업소만 무려 1만6500개, 문을 닫은 이사업체도 전체의 40%에 달한다고 한다.
SOC사업 축소로 저소득층 13만명이 삶의 터를 잃었다. 건설산업발 민생경제의 위기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건설산업계만 바라봐 달라는 것이 아니다.
고용창출과 연관산업 생산유발에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건설산업에 불을 지펴 일자리도 늘리고 침체된 국내 경기도 살려보자는 취지다. 건설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3.7 수준으로 서비스업(16.6)에 비해선 낮지만 전 산업평균(12.9)과 제조업(9.3)에 비해서는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제는 우리업계의 간절한 호소에 정부와 입법부가 책임있는 행동으로 응답해 주어야할 때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분양가 상한제 탄력운영 등 주택시장 정상화 법안처리를 더는 미루지 말아야 하고 내수경기 회복과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SOC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며칠 전 정부는 그동안 견지해오던 경제민주화 우선 정책보다는 경제성장, 즉 파이를 키우는데 모든 역량을 모으기로 했다고 한다. 성장판이 닫혀 고사위기에 처한 우리 건설산업도 주택경기 활성화와 SOC 예산 증액을 통해 다시 성장판이 열릴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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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주요 선진 국가들은 재정위기에도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SOC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SOC투자를 소홀히 하지 않은 북유럽국가들이 대체로 견실한 경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2005년부터 SOC투자를 급격하게 축소해 온 그리스와 포르투갈은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 국가경제가 거의 파탄의 지경에 빠지게 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SOC투자는 단순히 산업경쟁력을 높여줄 뿐 아니라 제조업과 자재사업 등 연관 산업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탁월한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침체된 국내 경기활성화를 위해서는 매우 효과적인 정책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주택경기 회복을 통해 경제성장의 디딤돌을 놓아줄 필요가 있다. 최근 심각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거복지의 질은 크게 떨어져 있고 건설경기 침체로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저하시키는데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간절한 호소가 더 이상 대답 없는 메아리로 돌아오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