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X파일]부동산 시장 축소에 마케팅 비용 감소 영향

"힘들게 기다리느니 우리 현장부터 둘러보시는 게 어떠세요."
경기 부천시청역 인근 '래미안 부천 중동' 모델하우스 앞. 관람하기 위해 줄을 선 입장객 사이로 어깨띠를 두른 너댓명이 부지런히 오가고 있었다. 한 홍보요원은 "두 시간 뒤에나 입장이 가능하다"며 "차라리 인근의 D오피스텔 모델하우스부터 둘러볼 것"을 권했다.
그는 모델하우스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자들에게 홍보 브로셔를 건네는가하면 주차장소가 없어 현장을 배회하는 차량에 다가가 '한번 보고가라'며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이 관계자는 "주택 수요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아침부터 나와 오피스텔 홍보에 나섰다"면서 "나온 김에 우리 물건을 둘러보는 고객들이 꽤 있다"고 귀띔했다.
부동산 분양시장에서 타 모델하우스의 고객을 상대로 계약을 올리는 '기생 마케팅'이 기승이다. 인기 분양 현장을 보러 왔다가 긴 대기시간에 지친 예비수요를 대상으로 별도의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고 자사의 홍보관으로 유도하는 전략이다.
지난달 말 사흘간 2만4000명이 방문한 '래미안 수지 이스트파크' 모델하우스의 경우 인근 신봉동에서 분양한 K아파트의 이동식 상담소가 등장했다. 도로에 파라솔을 치고 홍보물을 나눠주는 등 활발한 영업활동을 펼쳤다.
거래절벽으로 개점휴업 상태인 부동산 중개업소도 휴일을 반납하고 분양현장에 진을 치는 사례도 늘었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분양한 서울 왕십리뉴타운 1구역 '텐즈힐'과 경기 '수원 아이파크시티 3차' 모델하우스에 지역 중개업체들이 대거 몰렸다. 무허가 중개업자가 대부분이던 기존 '떴다방'과 달리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파견(?) 나온 이들이 주류를 이뤘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다보니 수요자들을 찾기 위해 혈안"이라며 "불법 분양권 전매를 하는 업자도 있지만 대부분 기존 주택 처분과 조합원 매물 상담 등을 통해 건수를 올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인중개사협회는 두 곳 이상의 중개사무소 운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같은 '기생 마케팅'의 성적은 어떨까. 분양업계 관계자는 "현장에 따라 다르지만 대형 분양현장에 홍보요원을 배치하면 하루 한 두건의 계약을 성사 시킨다"면서 "하루 한 건이라도 계약을 하면 현장에 투입된 비용을 모두 뽑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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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마케팅은 수요자 입장에서 우려스러운 점이 적지 않다. 당초 계획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어서다. 아파트 청약 계획이 수익률에 현혹돼 오피스텔로 전환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하려다 오피스텔 두 채 구입으로 전환했다가 수익률이 나오지 않아 울상을 짓는 사례도 있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팀장은 "기생 마케팅을 펼치는 물량 대부분이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은 미분양 물량"이라며 "미분양에 관심 있는 수요자라면 다양한 물건들을 미리 철저하게 분석해야 현장에서 현혹당하는 일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