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주택을 찾아서]<3-1>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오봉리 '왕곡마을'

여름휴가철마다 인파가 몰리는 동해안. 속초해수욕장에서 동해대로를 따라 북쪽으로 21㎞ 정도 올라가면 송지호가 나오는데 인근에 전통한옥마을이 숨어있다. 강원 고성 왕곡마을이다.
왕곡마을은 조선시대 북방식 전통가옥 원형이 잘 보존돼 있어 2000년 1월 중요민속문화재 제235호로 지정됐다. 특히 초가집이 많다. "혹시 이곳이 영화 '웰컴투동막골' 촬영지(평창군)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찾아간 왕곡마을에서는 기와집 한 채의 기와 교체공사가 한창이었다. 기와를 지붕 위로 나르기 위해 기중기도 동원됐다. 왕곡마을보존회에 따르면 이곳의 주택은 대부분 150년된 가옥이며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돼 정부로부터 매년 10억원의 지원을 받는다. 고택 유지·보수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왕곡마을은 중앙에 흐르는 개울을 따라 양쪽으로 'ㄱ'자형 기와집 20채와 초가집 50채가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가옥과 가옥 사이에는 비교적 넓은 텃밭이 있어 텃밭을 경계로 가옥들이 분리돼 있다. 이곳은 양근함씨와 강릉최씨의 집성촌으로 현재 60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평균연령은 70세다. 그래서인지 마을 중앙에 있는 기와집이 경로당으로 쓰였다.
주민수에 비해 주택이 많은 만큼 공가도 상당하다. 기와집은 7채, 초가는 16채가 공가다. 47채만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다는 얘기다. 이중 기와집 3채와 초가집 6채는 왕곡마을보존회에서 한옥 숙박체험용 주택으로 쓴다.

왕곡마을의 가옥은 안방, 사랑방, 마루, 부엌이 한 건물에 있고 부엌에 외양간이 붙어 있는 겹집구조다.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리고 춥기 때문에 집 앞 입구 쪽으로는 대문과 담장 없이 개방된 반면 집 뒤로는 비교적 담을 높이 쌓은 것이 특징이다. 햇볕을 충분히 받고 적설로 인한 고립을 방지하기 위한 것.
눈이 지붕 위에 쌓이지 않고 최대한 흘러내리도록 지붕을 최대한 낮게 드리운 것도 특징이다. 항아리굴뚝도 특이하다. 집집마다 굴뚝 모양이 다른데 진흙과 기와를 한 켜씩 쌓아올리고 맨 위에 항아리를 엎어놓아 굴뚝을 통해 나온 불길이 초가에 옮겨붙지 않도록 했다. 항아리 안에서 열기를 집 내부로 다시 들여보내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왕곡마을보존회 해설사를 담당하는 이광수씨(58)는 "19세기 초 왕곡마을 인근에 가마터가 생겨 건축자재를 구하기가 용이했다"면서 "항아리굴뚝이 생긴 것도 인근 가마터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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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집 안 주요 건축자재는 홍송을 썼는데 뒤틀린 모습이 멋스럽다. 이씨는 "뒤틀린 소나무는 조형미도 있지만 풍파를 견딘 만큼 단단해서 건축자재론 최고"라고 설명했다.

그는 "100년 전에는 집 한 채 짓는데도 3년이 걸렸다"면서 "좋은 나무를 골랐다고 바로 목재로 쓸 수 있는 게 아니고 염분이 있는 바닷물에 절이거나 개울가 진흙 또는 갯벌에 1년여 묻어둔 뒤 다시 1년여 그늘에서 건조해서 썼다"고 말했다. 그래야 쇠만큼 단단한 건축자재가 된다는 설명이다.
요즘 목재는 방균·방습·방충기능이 있는 오일스텐을 바르지만 고택의 목재를 따라잡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고택 보수에 쓰인 최근 목재는 이미 뒤틀리고 갈라져 있었다. 나무는 말라도 나무 자체에 수분을 머금고 있는데 소금이나 진흙에 절여 그늘에 말려야 이 수분이 골고루 배합돼 갈라짐이 적다는 게 건축업계에서 일한 해설사의 설명이다.
초가지붕은 1년에 한 번 짚을 이어올리는데 3년째에는 모두 걷어내고 새로 올린단다. 이때 매미 유충인 굼벵이가 한 채당 수십 ㎏이 나오는데 그늘에 말려 번데기처럼 먹거나 즙을 내서 먹으면 면역력을 높이는데 약효가 뛰어나다고 한다. 이씨도 인근 마을 주택 옆에 별장처럼 초가집을 지었는데 가끔 밥상 위로 굼벵이가 떨어져 놀랄 때도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의 70%는 부엌 등을 현대식으로 개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초가집 1채와 기와집 3채는 아궁이를 쓸 정도로 불편을 감수하며 주택을 옛모습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