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날까봐 조마조마했는데 해제돼서 다행"

"쫓겨날까봐 조마조마했는데 해제돼서 다행"

진경진 기자
2013.10.07 05:48

[뉴타운 해제 '창신·숭인동 일대' 가보니]갈 곳 없던 주민·상인들 안도의 한숨

- "사업진행땐 20%도 재입주 못해"

- 주차공간 확보 등 개발 아쉬움도

뉴타운구역에서 해제된 창신동 일대. / 사진 = 진경진 기자
뉴타운구역에서 해제된 창신동 일대. / 사진 = 진경진 기자

 "이거 헐었으면 다들 어디로 가겠어. 대부분 주민이 우리같은 노인네들인데 우리도 돈이 있어야 나가지. 뉴타운에서 해제된 게 천만다행이야."(서울 종로구 창신동 거주 70대 김모씨)

 지난 4일 서울시가 뉴타운지구에서 해제한 종로구 창신·숭인동 일대.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주변에는 상가들이 대로변을 따라 늘어서 손님들로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성곽길을 따라 골목에 들어서자 가파른 언덕이 이어졌고 좁은 골목길 사이엔 오래된 다가구주택들이 들어서 자동차 1대 지나다니기도 힘들었다.

 창신·숭인동 일대는 2007년 6월 뉴타운지구로 지정된 후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6년 만에 지구 지정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 이날 만난 대부분 지역주민은 창신·숭인동 일대가 뉴타운사업에서 해제됐다는 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슈퍼를 경영하는 박모씨(65)는 "이 동네에는 일단 돈있는 주민들이 없어 뉴타운사업이 진행됐으면 동네사람 중 20%도 이곳에 못돌아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이런 곳이라도 서울에서 살지만 사업이 진행됐다면 경기 외곽에서나 셋방을 얻어 살아야 한다"며 "일터가 여기고 먹고사는 쉼터가 이곳인데 당연히 다들 결사반대했다"고 했다.

 지역 주민 김모씨(71)도 "세놓는 집주인들은 세받으며 충분히 살 수 있으니 싫어하고, 세입자들도 뉴타운한다고 나가라 하면 갑자기 어디로 가겠어. 대부분 주민이 우리같은 노인네들인데 우리도 돈이 있어야 나가지"라고 푸념했다.

사진=진경진 기자
사진=진경진 기자

 지역주민들은 처음 뉴타운구역 지정 당시 찬성했지만 점차 마음이 돌아섰다. 철물점을 운영하는 박모씨(59)도 뉴타운에 찬성한 주민이지만 지금은 절대 반대한다고 했다.

 박씨는 "이곳에서 세받아 살던 이들이 보상받아 아파트로 이주하면 수익이 없는데 어떻게 생활하겠냐. 여기 봉제공장이나 상가들도 마찬가지다. 보상조건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가 2번의 공청회에 이어 찬반투표를 했고 주민들의 의견을 잘 반영해줘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뉴타운구역에서 해제된다는 소문이 오래전부터 있던 만큼 지역 부동산시장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B공인중개소 대표는 "애당초 구역 해제 소식이 있었기 때문에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며 "간혹 투자목적으로 사놓은 이들이 매입가에 되팔 수 있는지를 문의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뉴타운지구 지정이 해제된 데 대한 아쉬움도 드러낸다. 이 지역에서 40년 동안 살고 있다는 박모씨(61)는 "뉴타운사업을 해야 길도 넓어지는데 지금은 주차할 곳도 없고 엉망"이라며 "건물도 20~30층씩 올리고 주차장도 많이 만들면 살기 좋아질 텐데 이사온 지 30년 넘었는데 그 길이 그 길"이라고 말했다.

 창신·숭인 뉴타운지구 중 유일하게 추진위원회 설립을 구성한 창신11구역은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중이다.

 최용득 창신11구역 조합설립추진위원장은 "뉴타운이 해제됐으니 우리 지역은 다시 예전 구역으로 환원해 조속한 개발을 추진하겠다"며 "서울시의 뉴타운 지정 문제로 기존 사업이 8년여간 정체되면서 17억여원의 사업비만 날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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