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X파일]전세살이 6년, 시세 모르는 직장인 송씨

"2년이 왜 이렇게 짧아요? 이번에 또 올려달래요." "미친 전셋값이라고 하더니 정말 미칠 지경이네요. 대출도 꽉 찼는데 어디서 돈을 마련하죠?"
건설업체에 다니는 송모씨(41)은 동료들의 푸념에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동료들이 겪는 전세스트레스가 그에겐 그저 관심없는 사안이어서다. 전셋값 오를 걱정 없이 산 게 벌써 6년째다.
실제 송씨의 집주인은 보증금을 단 한푼도 올리지 않았다. "집주인과 친척이야?" 전셋값을 5000만원 올려야 할 처지에 있는 동료 김모씨는 약이 올라 비결을 물었다. "사돈에 팔촌쯤이라도 되는 겁니까?" 후배 황모씨도 거들었다.
"특별한 게 있나. 계절마다 안부전화하고 명절에 고향에서 보내준 선물 해드리는 게 전부지." 대수롭지 않은 듯한 송씨 대답에 동료들은 부러운 듯 쳐다볼 뿐이다. "로또 맞았구먼."
송씨는 2008년 9월 서울 송파구 송파대로8길의 파인타운3단지 전용 84㎡를 1억9000만원에 전세계약했다. 근저당 하나 없는 깨끗한 매물이었다. 전세보증금을 떼일 걱정은 일찌감치 버렸다.
입주타이밍도 좋았다. 잠실1·2단지를 재건축한 '잠실엘스'와 '리센츠' 1만1000여가구가 한꺼번에 입주하면서 송파구 일대 중개업소엔 전세시세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당시 집주인들은 경쟁적으로 세입자 모시기에 나섰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08년은 2005년 이후 유일하게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인 해였다. 주변에선 그에게 "전셋집도 바닥에 계약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치켜세웠다. '가까우면 손해'라는 게 시댁과 임차인이라지만 집주인은 송씨 가족을 경기 하남시에 있는 자신의 집에 초대하기도 했다.
재계약을 고민할 새도 없었다. 임대차계약이 종료되기 몇 달 전이면 집주인이 먼저 송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계속 살거죠? 내가 중개업소에 미리 얘기해놨습니다. 신경 안쓰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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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이 폭등한 2011년에도 집주인은 "내집처럼 편하게 살라"며 보증금 얘긴 하지도 않았다.
전셋값 인상 걱정없이 살다보니 송씨는 시세를 모를 정도다. 그가 '3억원대 중반쯤'으로 알고 있는 이 아파트의 현재 전세시세는 4억원까지 치솟았다. 일부에선 4억2000만원까지 달라는 집주인도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전셋값이 오르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반면 그가 사는 아파트의 전셋값 시계는 2008년 9월에 멈춰서 있다. "이쯤 되면 국민임대주택보다 싸게 살고 있는 셈이죠." 미친 전셋값을 뒤늦게 실감한 송씨의 뒤통수에 부러움의 시선이 가차없이 꽂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