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車연비 부풀리기, '보상법'으로 잡힐까?

단독 車연비 부풀리기, '보상법'으로 잡힐까?

세종=김지산 기자
2014.02.24 17:32

국토부, 산업부와 주도권 경쟁서 우위? 소비자 집단소송도 이어질 듯

정부가 자동차의 '연비 부풀리기'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에게 연료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법 개정에 나서면서 해묵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토교통부가 법 개정에 나서면서 자동차 연비 측정을 놓고 갈등을 벌여온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발과 함께 소비자 집단 소송 등도 예상된다.

◇국토부 '車 연비' 주도권 놓고 산업부 압박

국토부가 의원입법 발의를 통해 자동차관리법 개정을 추진키로 한 이유는 산업부와의 협의를 거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관리법은 국토부 고유의 영역으로 산업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

'연비 부풀리기' 논란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국토부는 법 개정으로 여론의 지지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산업부로선 입법을 반대할 명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이는 국토부가 주도권 다툼에서 앞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토부와 산업부는 자동차 연비측정값을 놓고 지난해부터 노골적으로 의견차를 보여왔다. 국토부가 연비표시에 문제가 많다고 한 반면 산업부는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이 현안은 국무조정실로 넘어가기까지 했다. 국토부는 그동안 자동차 제작사들이 연비 측정 과정에서 도로마찰과 바람 등 주행저항값을 의도적으로 축소해 연비가 부풀려졌다고 의심해왔다.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11월 관계장관회의에서 2015년부터 자동차 연비 측정 기준을 강화하기로 잠정 결론내린 상태다. 갈등의 발단이 된 차량이 바로 현대차의 싼타페DM R2.0 2WD와 쌍용차의 코란도스포츠 4WD AT6이다. 싼타페DM의 경우 국토부 조사에서 실제 연비가 표시연비 14.4㎞/ℓ보다 10% 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대차 등 제작사들이 '길들이기' 주행을 끝낸 차량을 산업부에 제공했고 산업부는 이 차량들을 연비측정에 활용했다"며 "반면 국토부는 시중에서 무작위로 차량을 직접 구매한 뒤 연비를 측정해 이같은 결론을 도출해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현대차 등 제작사들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재조사에 돌입, 3월과 4월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車 업계 거센 반발 예고

정부가 연비 부풀리기 의혹에 따른 연비 재조사를 벌인 것은 2003년 자기인증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특히 현대차는 세계 5대 메이커이자 국내 최대 제작사로서 국토부 주장이 사실로 입증될 경우 충격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12년 13개 모델의 연비가 부풀려졌다는 미국 정부의 조사 결과를 즉각 인정하고 해당 모델 연비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소비자들에게도 4194억원을 보상했다.

국내에선 연비 부풀리기가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보상 프로그램은 물론 관련 규정도 없어 현재로선 의무적으로 피해 보상에 나설 필요가 없다. 즉 소비자가 보상을 받으려면 해당 제작사가 자발적으로 보상하지 않는 한 관련 소송을 벌여야 한다.

국내 한 자동차 제작사 관계자는 "연비 표시논란은 정부 부처간 주도권 싸움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산업부 기준에 맞춰서 연비를 측정하고 표시해왔는데 국토부가 또 다른 잣대를 적용하면서 기업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 연비 논란이 제기됐던 차량들에 대한 집단소송이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앞서 지난해 1월 국내 소비자들은 기아차의 K5하이브리드 등의 연비가 과장됐다며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지만 올 초 패소했다. 국내에서 처음 벌어진 이 소송에서 법원은 제작사들이 '표시연비와 실제연비는 차이가 있다'고 표시한데 주목해 제작사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연비 부풀리기를 입증하려면 국토부 조사가 필수적인데다 차령이 오래된 것일수록 정확한 연비 측정이 어려울 수 있어 소송 대상 차량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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