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만 걸려도 12년간 입찰제한…한국건설 잡는 '공정위'

한번만 걸려도 12년간 입찰제한…한국건설 잡는 '공정위'

임상연 기자, 송학주
2014.06.13 10:10

[담합의 덫, 피말리는 건설업계]<4·끝>배보다 배꼽이 큰 '담합제재'

#지난달 16일 오후 대형·중견 건설기업 임원들이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를 찾았다. 최근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휘몰아치는 무차별적 담합조사를 자제해달라며 읍소하기 위해서다.

건설업체 A사는 올해만 조달청과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최장 12년6개월(중복 포함)간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받을 예정이다. A사 관계자는 "입찰참가 제한은 차라리 회사 문을 닫으라는 것과 같은 말"이라며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견업체들은 6개월만 입찰제한을 받아도 회사가 휘청거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공정위가 최근 대형건설업체 6개사를 압수수색해 호남고속철도 건설사업과 가스 주배관 건설공사 관련 입찰서류를 가져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 6곳 외에 입찰에 대표기업으로 참여한 중대형 건설업체 20여곳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미 올 들어서만 7개 프로젝트, 30개 건설기업의 담합을 조사해 검찰 고발과 함께 총 3000억원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에 과징금보다 더 무서운 것은 따로 있다. 바로 '공공공사 입찰제한'이다.

통상 공정위가 담합조치를 내리면 조달청과 해당 공공기관은 일정기간 관련 건설업체의 입찰을 제한하는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내린다. 공공공사 영업이 불가능한 것으로 업체들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부정당업자의 입찰제한은 최장 2년이지만 최근처럼 프로젝트별로 담합이 적발되면 제재기간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실례로 지난해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은 4대강사업 담합과 관련해 조달청으로부터 15개월간(2013년 10월23일∼2015년 1월22일) 공공공사 입찰제한 조치를 받았다.

지난 4월에는 인천도시철도 2호선사업 담합과 관련, 또다시 2년간(2014년 5월2일~2016년 5월1일) 추가로 제재를 받았다. 중복기간을 제외하더라도 이 두 조치로만 32개월간 공공공사 입찰이 불가능한 셈이다.

대한건설협회 고위관계자는 "부정당업자 제재가 내려지면 해당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효력정지 가처분 등의 소송에 나선다"며 "과징금에 소송까지 비용부담은 물론 부정적 이미지로 영업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번 잘못에 6번 매질하는 정부…해외건설 수주에도 '타격'

현행 제도를 보면 1건의 위반행위로 많게는 6개 중복처분이 이뤄지는 것도 문제다. 하나의 담합행위에 대해 먼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고 이를 근거로 발주기관에서도 2년 이하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내린다. 이후 형사처벌, 등록말소, 손해배상 등의 처분도 이뤄진다.

이는 헌법상 기본원칙인 과잉금지원칙(비례원칙)의 관점에서 볼 때 문제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과징금과 같은 주된 처벌보다 입찰제한 처분과 같은 부수적인 처분이 훨씬 위력적이어서 주객전도형 처분이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으로 이미 충분히 제재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발주자로선 비례의 원칙에 맞는 적정한 재량권 행사가 필요하다"며 "입찰제한은 심각한 해악을 끼친 건설업자에 부여되는 행정처벌로, 담합행위만으로는 과도한 처벌"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기업의 영업활동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과 같은 징벌적 수단 대신 과징금 부과, 계약보증금 증액 등으로 운영된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해외건설시장에서 우리의 경쟁 국가는 유럽, 중국, 일본 등인데 이들은 우리의 입찰담합 제재를 흑색선전으로 이용해 국내건설기업들의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려 수주를 방해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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