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불편한 진실' 외면한 국토부

[광화문]'불편한 진실' 외면한 국토부

문성일 부장
2014.07.23 06:25

국토교통부는 결국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려고 한다. 진실을 확인하고 알리기보다 '논란'의 소용돌이에서 어떻게든 빠져나오려는 계산이 앞선 듯하다.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한남동) '한남더힐' 얘기다.

국토부가 '한남더힐' 감정평가에 참여한 평가사들과 함께 소속 평가법인들의 징계를 사실상 결정한 것은 서둘러 사건을 덮으려는 의도마저 엿보인다. 한국감정원이 수행한 타당성조사 결과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란 점에서 이 같은 국토부의 판단과 일처리 계획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너무 많다.

실제 감정원이 국토부 의뢰를 받아 진행한 타당성조사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타당성조사 진행과정에서 내부규정을 어긴 점들이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우선 타당성조사 심의위원회 구성부터 감정원은 규정을 위반했다. 조사가 진행된 지난 5월 당시 감정원 내규에는 심의위원회를 위원장과 부위원장 각 1명을 포함한 13명 이내로 구성토록 돼 있었다.

하지만 감정원은 내규와 다르게 외부평가사 3명을 추가해 모두 16명으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했다. 재심의(2차 심의) 당일인 5월29일 사전 통보 없이 3명의 심의위원(외부평가사)을 해촉하고 다른 외부평가사 3명을 심의위원으로 위촉하려다 국토부로부터 지적을 받고 기존 외부평가사를 해촉하지 못하면서 심의위원이 늘어난 것이다.

이후 이에 대한 지적과 논란이 일자 감정원은 재심의 후인 지난 7월4일 '내부위원 4명과 위원장이 지정하는 외부위원으로 구성하되 총 7명 이상 15명 이내로 한다'는 내용으로 내규를 슬그머니 고쳤다.

앞서 5월9일 진행된 본심의(1차 심의)에서 '한남더힐' 감정평가사들에 의견진술 기회를 주지 않은 것도 문제였지만 재심의에서 표결이 뒤집힌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재심의에선 본심의 당시 결정된 감정평가 결과에 대한 '부적정' 판단을 한 단계 낮춘 '미흡'으로 변경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가 진행됐다. 재심의 무기명투표에서 세입자 측 감정평가에 대해선 부결이, 시행사 측은 가결이 각각 결정됐다.

이때 감정원은 갑자기 회의를 중단하고 투표방식을 기명으로 변경, 재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양쪽 모두 본심의 결정인 '부적정' 결과를 유지했다. 감정원은 무기명투표를 기명투표로 변경한 데 대한 답변은 여전히 하지 않고 있다.

당시 국토부 담당 공무원이 심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국토부와 감정원에 관련 회의록과 녹취록을 공개할 것을 요청했지만 양쪽 모두 '대외비'라며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만 밝혔다.

그러면서 당일 심의에 참석한 심의위원들에게 회의 관련 내용을 일절 발설하지 않겠다는 보안각서까지 쓰도록 했다. 이쯤되면 무엇인가 밝힐 수 없는 사안들이 있긴 한 모양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심의과정에서 조사단장이 불분명한 이유로 교체되는가 하면 심의위원들의 현장(한남더힐)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진술이 이어진다. 감정원이 유례없이 타당성조사에서 '적정가격'을 공개한 것도 의문이다.

이 같은 숱한 의혹이 있음에도 국토부는 징계를 서두른다. 징계는 한 점의 의혹도 없을 때 해도 늦지 않다. 과거 감정원이 서울리조트에 대한 초고가 감정평가로 곤욕을 치를 당시 국토부가 "소송이 진행중"이라며 신중함을 보인 것과 대조된다.

사건을 슬쩍 덮으려는 의도로 '좋은 게 좋은 것'이란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편안한 거짓'을 선택한다면 앞으로 있을 충격과 혼란을 막기 어렵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한남더힐’ 타당성 조사 재심의 관련 정정보도문]

[‘한남더힐’ 현장조사 관련 반론보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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