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담합 '리니언시' 공정성·실효성 높여야

입찰담합 '리니언시' 공정성·실효성 높여야

신현윤 연세대 부총장(한국경쟁법학회 명예회장) 기자
2014.08.03 13:00

[기고]신현윤 연세대 부총장(한국경쟁법학회 명예회장)

신현윤 연세대 부총장(한국경쟁법학회 명예회장)
신현윤 연세대 부총장(한국경쟁법학회 명예회장)

시장경제의 적(敵)인 담합은 묵시적이고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경쟁당국(Competition Bureau)이 그 증거를 찾기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경쟁당국은 담합에 참여한 사업자가 해당 사실을 자진해 신고할 경우, 시정조치나 과징금을 감면해주는 리니언시 제도를 통해 담합을 손쉽게 적발하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건설사들의 입찰담합을 연이어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제도 덕분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공정위가 자진신고를 통해 담합을 인지한 사건의 비율은 2006년 22.2%에서 2010년 69.2%, 2013년 79.3%로 매년 늘고 있다.

더 나아가 리니언시는 담합에 가담하는 사업자간의 신뢰를 약화시켜 담합을 사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리니언시가 담합을 적발하거나 사전 억제하는데 유용하게 쓰이지만 제도의 공정성과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담합을 주도하거나 담합으로 큰 혜택을 본 사업자가 자진신고를 통해 과징금을 감면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은 제도 본래의 취지를 넘어 담합행위를 하는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이 담합을 주도한 후 리니언시를 통해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감면받는데 비해, 소극적으로 동참하였던 들러리 기업들이 과징금을 그대로 물게 되는 경우 형평에 어긋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담합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기업에 대해서는 과징금 감면의 혜택을 축소하고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감면비율을 시장점유율에 연동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리니언시를 위한 자진신고가 직권조사 전에 자발적으로 이뤄지기보다는 조사개시 이후 과징금을 감면받기 위해 부랴부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2012년 공정위가 처리한 리니언시 적용사건 12건 중 10건은 공정위 직권조사 이후 자진신고가 이루어졌고 리니언시에 따른 감면금액도 부과된 전체 과징금의 절반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이러한 감면혜택은 주로 직권조사 움직임을 신속히 포착해 리니언시를 활용할 것인지 법률적 조언을 받을 수 있는 대기업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리니언시의 악용을 방지하고 자진신고를 적극적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자진신고 시점에 따라 과징금의 감면비율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리니언시와 관련한 규정이 미비하거나 불명확한 부분도 여전하다. 형벌의 감경 또는 면제에 관해 리니언시를 확대·적용할 것인가에 대해 아직 명확한 규정이 없으며 경쟁당국인 공정위와 수사당국인 검찰이 각기 입장을 달리 하고 있다. 담합행위 적발의 실효성 제고라는 제도의 취지에 비춰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리니언시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자진신고자의 비밀보장·제출자료 보호방안도 보완돼야 한다. 특히 신고사업자가 리니언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담합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조사과정에서 성실하게 진술해야 하는데, 이 제출 자료와 진술은 추후에 이어지는 담합관련 손해배상소송에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는 민감한 내용들이다.

현행법은 자진신고자와 신고내용이 공개될 경우 리니언시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비밀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 비밀 보장의 범위가 불분명하다. 따라서 법원 등 외부에서 자료의 열람, 복사 또는 제출을 요구할 경우 공개범위와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현행 리니언시가 담합의 적발과 억제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공정위가 기업들의 자진신고에 의존한 나머지 단순한 정보교환행위를 담합으로 무리하게 법적용하려 했던 사례도 없지 않다.

앞으로 리니언시가 확고히 뿌리내릴 수 있기 위해서는 담합행위에 대한 법적용을 보다 신중히 하고 담합조사나 경제분석 기법을 심화시키기 위한 공정위의 자구적 노력이 함께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