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7월3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강남 구룡마을을 일부 환지방식으로 개발하겠다는 내용의 심의결과 공문을 강남구에 발송했다. 강남구는 사전에 공지를 받지 못했다며 반발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서로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만 쏟아내다 결국 구룡마을 개발사업은 좌초됐다. 서울시는 일부 환지방식을, 강남구는 100% 사용·수용방식의 공영개발을 고집한 결과였다.
공무원들에게 구룡마을 토지주들과 거주민들을 향한 생활환경 개선과 복지 의지는 없었다. 각자의 진영논리만 있었을 뿐이다.
그랬던 서울시와 강남구 사이에 최근 '의기투합'하겠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토지주들이 '민영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게 배경이 됐다. 민영개발은 '절대 불가'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둘 사이에는 화해무드가 조성되는 모습이다.
주민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이 우스꽝스런 상황은 주민들의 삶은 안중에 없었다는 걸 다시 한 번 보여준다.
강남구 입장에선 서울시 도움 없이는 민영개발제안 반려의 법적 근거와 사유 제시, 공영개발의 당위성을 증명하기 어렵다. 서울시도 공영개발이라는 큰 틀에서 민영개발을 반대한다. 강남구와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박원순 시장이 강남구와 절충안을 모색할 것을 실무진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외의 타협점이 모색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지금까지 시가 고집한 환지비율 '2~5%'가 '1~3%'로 낮아질 거라는 얘기도 들린다. 토지주들의 민영개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강남구로서도 이마저도 거절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시와 강남구에 주어진 시간은 이제 단 석 달이다. 민영개발제안서를 준비하는 토지주와 사업제안서를 의뢰받은 로펌은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며 버틴다. 서울시와 강남구에는 채찍 역할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소송절차에 들어갈 경우 공영개발 재추진은 기약 없이 미뤄지기 때문이다.
두고두고 비난 받을 소지가 높은 만큼 속도를 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생존권 앞에 치열할 수밖에 없는 주민에 의해 '마지못해' 머리를 맞대는 공무원들이 얼마나 성의 있게 이 문제를 논의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