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빚내서 전세사는데 빚 더내서 집사라는 정부

[기자수첩]빚내서 전세사는데 빚 더내서 집사라는 정부

진경진 기자
2014.09.23 18:07

통상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60%를 넘으면 실수요자들은 주택 매입에 들어간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최근엔 이 같은 얘기가 딱 떨어지지 않는다.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공급은 과잉이란 지적이 나온다. 적어도 집값이 오를 것이란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빚을 내면서까지 무리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더구나 지금은 가계 부채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 젊은 층 사이에선 집이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인 시대가 됐다.

사실 집을 사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너무 비싸기 때문일 게다. 2014년 현재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하려면 3억6120만원의 돈이 필요하다고 한다. 30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면 한 푼도 쓰지 않고 12년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는 셈이다.

최근 만난 한 건설기업 임원조차 "우리나라 집값은 국민소득에 비해 고평가돼 있다"고 말할 정도다.

그럼에도 정부는 앞장서서 집값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에 이어 '9·1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는 등 집 살 것을 강요한다. 그 덕분인지 서울 강남권과 양천구 목동 등에선 매매 호가가 뛰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문제는 정부의 매매 유도 정책이 전셋값 상승에도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금리 기조 탓에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세 물량 부족으로 전세가격 상승세가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9·1대책 발표 이후 매매 호가에 이어 전셋값도 덩달아 같이 오르고 있다는 게 개업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앞으로 재건축 연한 단축과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으로 인해 재건축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경우 심각한 전세난은 불 보듯 뻔하다.

일각에선 전셋값 상승이 수요자들을 매매로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구매자금 마련이 만만치 않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 정책은 서민주거안정에 맞춰야 한다. 정부는 빚을 내서 집 살 것을 권하고 있지만, 빚을 내 전세를 구하기도 어려운 서민들이 훨씬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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