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변창흠 SH공사 사장
- 팀장급 공모 전원교체 파격 인사…새로운 영역 도전위한 조직 쇄신
- 소규모 시유지 개발해 수익창출…시프트보증금으로 부채감축 추진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변화의 길목에 과감히 나섰다. 회사의 존립목적을 택지개발·주택건축에서 주거복지·도시재생으로 바꾸면서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임대주택공급·주거급여 등 서민주거안정을 목표로 하는 주거복지사업과 현지를 일부 보존해가며 개량하는 형태의 개발을 통해 자족기능을 갖추도록 하는 도시재생사업을 주된 업무로 삼겠다는 의지다.
이같은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겠다고 나선 이는 변창흠 SH공사 사장이다. 변 사장은 그동안 주거복지와 도시재생에 힘써온 국내 학계의 대표적인 인물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지난 26일 강남구 개포동 SH공사 본사에서 이뤄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SH공사가 수행해온 주거복지·도시재생사업 관련 실험모델들을 실제 성공사례로 이끌어내는 개척자 역할을 맡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 산하 기관 최초로 처장급 등 5개 간부 직위를 개방형 직위로 지정하고 공개모집에 들어가는 등 이미 인사혁신 방안을 내놓았다. SH공사는 그동안 도시재생본부장, 법무팀장 등 간부 직위와 마케팅, 금융, 세무회계 등 일부 분야에서만 전문가를 채용하고 다른 분야는 외부 채용을 한 적이 없다.
변 사장은 부채감축 방안에 대해 "임대주택보증금을 부채로 잡는 문제와 함께 2700여가구에 달하는 전용면적 85㎡ 초과 시프트(장기전세주택) 처리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소규모 시유지를 개발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 행정에 참여하신 소감은.
▶1996년부터 99년까지 SH공사 연구·개발실 선임연구원직을 지낸 뒤 15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한 셈입니다. 그동안 서울시 자문위원 등을 통해 SH공사 업무와 조직진단에 관여해온 만큼 크게 낯설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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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우려한 부분은 SH공사가 서울시, 행정자치부, 서울시의회, 노조 등 큰 조직이 엮인 곳인 만큼 제한도 많아 사장으로서 얼마나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와서 보니 할 수 있는 일들과 바꿀 수 있는 여지가 많음을 알게 됐습니다. 규정조례나 노조와의 관계, 이사회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설득하느냐에 따라 개척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봅니다.
―SH공사 사장직에 나서기까지 고민이 상당하셨을 텐데요.
▶사장직 공모가 나왔을 때 주위에서 많은 조언을 받았습니다. 교수 출신이 한국토지주택공사나 SH공사 사장이 된 경우가 왜 없었을까도 생각해 봤고요. 그동안 섣불리 교수들이 (SH공사 사장직에) 도전하지 않은 이유를 꼽자면 '좋은 평가를 받기 쉽지 않고 어렵기만 한 이 일을 왜 해야 하나'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였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론 SH공사가 알려진 것보다 시민들을 위해 엄청난 일을 하는 곳이란 인식을 항상 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SH공사 업무를 봐오면서 올바른 방향성이 있음을 알게 됐고 그래서 나설 수 있었던 겁니다.
―고위직(1급)에 대한 개방형 공모와 팀장급 직위공모를 통한 전원교체 등 파격적 인사를 단행하셨는데요.
▶(사장 취임 후) 채 50일이 되지 않은 짧은 기간이지만 이미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18개 처장 직위 중 전략홍보처장, SH도시연구소장, 주거복지처장, 재생기획처장 4개 직위에 대해 외부에 문을 열었습니다. 내부적으론 1급 직위 4분의1가량의 정규직 자리가 줄어든 것이죠.
물론 승진을 앞둔 직원들과 노조의 반발이 심했습니다. 노조에 "회사 내부에서 이동하는 수준으론 SH공사가 거듭날 수 없고 외부에서도 그렇게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고 결국 동의를 얻어냈습니다. 물론 처장급 공모 심사과정에는 노조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팀장급 87명을 전원 교체하면서도 8개 직위는 공모를 통해 발탁했습니다. 직급이 낮더라도 자기소개와 직무계획서를 제출한 경우 외부 심사위원이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사실상 자체 승진효과가 있었던 셈이죠.
한 마디로 내부 직원과 외부 전문가가 함께 경쟁하는 구도를 통한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했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면서 새로운 환경에 조직이 대응할 수 있도록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부채감축 방안은 어떻게 구상하시는지요.
▶2011년 10월부터 올해 말까지 6조8000억원의 부채를 정리했고 현재 채무잔액은 6조7300억원입니다. 다만 부채의 경우 정부의 공사채 발행기준을 맞추기 위해 7조원으로 추산되는 자산매각과 부채로 잡혀있는 시프트 보증금의 매출전환을 정부에 요청했습니다.
얼마전 조례개정을 통해 SH공사 자본금을 기존 5조원에서 8조원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됐습니다. 이에 따라 일례로 서울시가 시유지 등을 SH공사에 출자해주면 해당 자산을 재평가해 채권을 발행, 개발사업 등을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같은 개발사업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서울시와 공유하면 직접 매각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론 이익을 더 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런 방식은 결국 SH공사가 성공적인 실적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소규모 시유지 개발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시프트제도 개선을 언급하셨는데요.
▶현재 전용 85㎡ 초과 시프트는 총 2700여가구로 보증금만 5000억원이고 시세는 1조2000억원에 달합니다. 임대주택으론 면적이 큰데다 주변 전세시세보다 훨씬 낮습니다.
문제는 특정인에게만 혜택이 집중되거나 소득기준 적용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들 중대형 시프트 매각문제를 서울시와 논의하고 있습니다. 물론 법개정 등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임대주택 공급방식이 너무 다양해 '다품종 공급'이란 말도 나옵니다. 대표적인 방식이 '공동체주택'인데요. SH공사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전면철거를 통한 대규모 정비가 필요한 시점은 이미 지났습니다. SH공사는 이런 과정에서 민간에서 우려하는 비용리스크와 규정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공공분야의 어려움을 해소해줄 수 있다고 봅니다.
비용절감에 있어선 SH공사가 사업에 참여함과 동시에 공사비 등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기는 게 한 예입니다. 규제완화 측면에서도 SH공사가 공공원룸 임대주택을 매입한 후 현황을 파악해 주차장 설치기준 완화방안을 조례에 적용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최근 서울시와 강남구가 구룡마을 개발계획에 합의했습니다. 그럼에도 강남구의 관련 공무원 고발 등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부분이 있어 앞으로 사업추진 과정에서도 매끄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구룡마을사업과 관련해선 확실히 SH공사의 역할이 있을 겁니다. 결국 실무선에선 공동으로 문제를 풀어가면서도 불필요한 오해도 풀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SH공사 입장에선 이주민들이 지낼 주택 제공이 우선입니다.
개발이 진행된다면 우선 SH공사가 보유한 공가(空家)를 활용해 이주를 도울 계획입니다. 물론 구룡마을 개발은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넓은 구역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대담=문성일 건설부동산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