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임대주택과 '기피부서'된 이유

[기자수첩]임대주택과 '기피부서'된 이유

엄성원 기자
2015.11.25 06:05

“A동만 해도 주민 대상 행복주택 설명회를 벌써 3차례나 했는데 달라진 게 없어요. 오래 전부터 활용되지 않는 사실상 버려진 땅에 행복주택을 짓는 것인데도 ‘공공임대’라는 말만으로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입니다. 젊은 신혼부부 대상 행복주택이 들어서면 침체된 인근 상권에 새로운 활기도 생기고 지역주민이 공유하는 편의시설도 늘어나고 좋을 것 같은데 정작 동네 분들은 무조건 반대라네요.”

공공임대주택사업을 담당하는 서울시 한 공무원의 푸념이다. 그에 따르면 요즘 서울시 직원들 사이에선 임대주택 관련부서가 기피부서가 됐다고 한다. 매번 계획단계부터 막히고 시청 내부는 물론 주민들에게도 좋은 얘기를 듣는 일이 없다.

전·월세가격 급등과 취업난 속에 주거 취약계층은 늘어만 가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임대주택사업은 주민 반대에 밀려 곳곳에서 표류한다.

일단 ‘공공’ ‘임대’라는 말만 붙으면 반대부터 나온다. 사실 공공임대주택을 기피시설로 여긴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등의 인식이 상당하다.

같은 아파트 내 일반분양 물량과 뒤섞여 있는 곳들에서도 아예 임대동을 구석에 두는가 하면 단지 내 커뮤니티시설을 쓰지 못하게 하는 곳도 있는 실정이다. 임대 입주 자녀들과 어울리지 못하도록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현재 행복주택을 비롯해 공공임대주택사업이 주민 반대로 취소 또는 지연되는 곳은 서울 시내에서만 7곳이 넘는다. 정부의 무리한 사업 추진이 발단이 된 곳도 있지만 일방적인 주민 반대가 사업 지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혹시 떨어지면 어쩌나’ 집값을 걱정하는 사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웃집 아들, 딸들의 삶의 터전은 직장과 학교에서 점점 멀어진다. 공공(公共)이 기피대상이 되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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