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자체 말믿고 사업 시작했는데…

[기자수첩]지자체 말믿고 사업 시작했는데…

진경진 기자
2015.12.09 06:05

2013년 5월 독일차 아우디 수입사 ‘위본’은 단독입찰을 통해 SH공사로부터 내곡지구 주차장용지(3618㎡)를 93억원에 매입, 그해 9월 서초구로부터 자동차정비공장 건립을 위한 건축허가를 받고 공사를 진행했다.

당시 서초구는 서울시로부터 해당 부지 내 자동차정비공장 설립은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질의에 대한 회신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대법원이 건축허가 무효 판결을 내려 결국 공사가 중단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해 10월 내곡지구를 찾아 “아우디공장을 이전할 대체부지 후보지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1년2개월이 지났다. 박 시장이 이전부지로 약속한 원지동 세원마을은 주민들의 반발로 대체공급이 무산됐다. 수의계약이 검토된 강서구 마곡지구 업무지원시설용지 역시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서만 매각하기로 결정됐다.

서울시와 서초구청의 잘못된 결정으로 피해를 입은 위본에는 아무런 보상이 따르지 않게 됐다. 서울시는 ‘원칙’을 내세워 마곡지구 토지에 대해 수의계약을 할 수 없음을 통보했지만 해당 부지는 이미 3차례 유찰된 땅이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겪으며 위본은 존망의 위기에 처했다. 내곡동 정비공사 현장에 들어간 대출금만 200여억원에 달한다. 공사가 중단된 현장에선 한 달에 이자와 비용으로만 수억 원이 지출된다.

“왜 하필 마곡지구를 택했냐”는 비판도 있다. 당초 서울시는 수의계약이 가능한 부지로 마곡지구와 은평뉴타운 등 10곳을 위본에 전달했다. 내곡동 공사에서 많은 대출을 받았고 이미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았던 만큼 PF(프로젝트파이낸싱)이 가능한 곳은 마곡지구뿐이었다는 게 위본 측의 설명이다.

공공기관을 신뢰하고 사업을 한다는 게 아직 우리 사회에선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위본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판 땅을 매입한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여기에 ‘믿고 기다린 건 더 잘못’이란 말을 추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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