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제2의 '러다이트 운동'이냐, 최후의 안전 보루냐

[MT리포트]제2의 '러다이트 운동'이냐, 최후의 안전 보루냐

김희정 기자
2019.06.04 16:28

[타워크레인 위의 전쟁]'소형무인' 철폐농성 이틀째, '불법개조' 등 안전성 논란 속 밥그릇 싸움 지적도

[편집자주] 전국 건설현장의 1716대 타워크레인이 멈춰섰다. 건설현장의 골리앗인 타워크레인은 노동시장의 골리앗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맞손을 잡자 일순간 멈춰섰다. 앙숙처럼 지내던 양대노총은 임금인상과 안전강화를 이유로 고공투쟁에 나섰다. 전국 건설현장을 마비시킨 타워크레인 전쟁의 내막을 들여다봤다.
정부의 소형 타워크레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전국 1716대 조종사들이 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4일 오전 서울의 한 건설현장에 타워크레인이 멈춰 서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정부의 소형 타워크레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전국 1716대 조종사들이 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4일 오전 서울의 한 건설현장에 타워크레인이 멈춰 서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소형 타워크레인이 철폐될 때까지 내려가지 않겠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아파트 공사현장의 타워크레인을 점거한 조종사(운전기능사) 김모 씨의 목소리다. 무엇이 50대 가장을 70미터 높이의 타워크레인 위로 내몰았을까.

지난 3일 오후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1716대의 타워크레인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가면서 서울 곳곳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전량 혹은 일부가 멈췄다. 지켜보는 시민들의 가슴도 조마조마하다.

무인 타워크레인 확산에 따른 '제2의 러다이트 운동'이란 해석과 안전 사고 근절을 위한 최후의 보루란 시각이 교차한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달 말까지 무인 타워크레인 관리책을 내놓겠단 방침이나 당장 조종사들을 내려오게 하기엔 역부족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워크레인 조종사노조와 전국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는 각각 9.19%와 7%의 임금 인상과 하계휴가 탄력운영, 현장휴게소 마련 등을 임단협에서 요구했으나 전제는 무인조종하는 '소형 타워크레인' 관리책 마련과 이용 철폐다.

국내에 등록된 타워크레인은 지난해 8월 기준 총 6290대로 그 중 3톤 미만 소형 이 1787대(28.4%)에 달한다. 주목할 점은 소형 타워크레인 비중의 증가 속도다. 2015년 271대에서 2016년 1332대, 이듬해에는 1647대로 급속히 늘었다.

이에 따라 소형 조종사 면허는 2015년 629명에서 올해 3월엔 8256명으로 폭증했다. 이는 기존 대형조종사 숫자(8627명)와 비등한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대형 타워크레인은 6257대로 작년보다 되레 줄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형은 대형과 달리 3일간 총 20시간의 교육만 듣고 적성검사를 받으면 면허를 딴다"며 "건설경기가 위축되면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와중에 규격에 미달하는 3톤미만의 저가 소형 타워크레인 수요가 늘면서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형 등록 대수가 급증하면서 관련 안전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양대 노조는 자체 추산 결과 최근 4년간 소형 타워크레인 관련 사고가 총 30건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빈번한 사고 원인으론 소형 타워크레인으로의 '불법개조'를 지목했다.

타워크레인 노조 관계자는 "교육만 이수하면 발급되는 부실한 조종자격제도, 적정하중 불법조작, 정부의 관리감독 미흡 등 소형 타워크레인은 건설현장의 시한폭탄"이라며 "휘거나 부서진 타워크레인을 즉각 해체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으로 재활용하는 등 정부의 관리·감독 부재가 만연하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1~2년 사이 소형 타워크레인이 하중을 견디지 못해 휘어진 사고가 빈번했다. 올해 1월 서울 청담동 어퍼하우스 신축공사현장에선 소형 타워크레인이 작업 중 자재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럭핑집이 앞으로 추락했다.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해 저가로 제작해 사용하다 발생한 사고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소형 타워크레인으로 인한 사망자 발생(중대사고)이 거의 없고 타워크레인에 탑승하지 않고도 외부에서 무인 조종하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무소속 이용호 의원실 측은 "단순히 지금까지 중대사고가 적었다 해서 무인크레인이 더 안전하다 할 순 없다"며 "사고 빈도와 현장에서 느끼는 불안감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도 소형 타워크레인 안전 기준 강화안의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다. 특히 불법 개조나 연식 허위 등록 등 부작용은 전수검사를 강화하고 관리기준을 이달 말까지 마련하겠단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소형은 주로 근생이나 저층 빌라, 10층 이하 아파트 등 소규모 건설현장에만 사용돼왔는데 성능개선과 건설경기 위축이 맞물려 대형 타워크레인과의 경쟁구도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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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토리팀 김희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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