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공시가격은 억울하다.. 문제는 '세율'

[우보세]공시가격은 억울하다.. 문제는 '세율'

권화순 기자
2020.03.30 06:59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정부가 지난 18일 아파트 공시가격을 발표한 이후 ‘공시가격 폭탄’이란 비판이 터져 나왔다. 시세 29억원 짜리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84㎡의 공시가격이 40% 뛰어 올해 보유세가 1000만원을 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세 9억원 미만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1.97%에 그쳐 폭탄과 거리가 멀다. 이들은 공동주택 1383만가구 중 대부분(95.2%)을 차지한다. 5%가 안되는(4.8%) 9억원 이상만 21.15% 올랐다. “고가주택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낮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 고가 주택 공시가격을 올린 결과다.

문제는 내년부턴 진짜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공시가격을 시세의 100% 가까이 끌어 올리는 로드맵을 10월까지 내놔야 한다. 공시가격은 한때 시세의 절반에도 못 미쳤지만 ‘공시가격=시세’가 로드맵의 궁극적인 목표다.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한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던진 숙제다.

숙제를 제대로 하려면 올해처럼 9억원 이상이냐, 아니냐로 나눠 현실화율을 달리 가져갈 수가 없다. 올해 ‘폭탄’을 피해간 중·저가 아파트의 현실화율은 60%대 후반인데 9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단계적으로 올려도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주택 보유자들이 공시가격에 예민한 이유는 한가지다.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공시가격 9억원 이상에 부과되는 종부세에 주목하지만 사실 종부세가 보유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보유세 대부분은 재산세다. 결국 ‘공시가격=시세’가 되면 중저가 아파트도, 1주택자도, 중산층도 재산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법률도, 시행령도 아닌 지침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침’에 불과한 현실화율이 내년부터는 중산층·서민 세 부담까지 좌지우지하는 역할을 떠맡게 됐다.

하지만 세금은 국회가 정한다. 보유세는 공시가격이 아니라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로 조정해야 한다. 재산세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현재 60% 인데 공시가격을 올리면 이를 조정해 완급 조절이 가능하다.

궁극적으로 세율을 조정해 국민의 세부담을 결정하는 게 맞다. 적정 세율에 대한 논의가 안되면 공시가격 로드맵은 ‘죽도 밥도’ 안 될 공산이 크다.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 현실화 목표를 세우라고 해 놓고 정작 정부 뒤에 숨은 꼴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취득세, 양도세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부동산 세율에 대한 본격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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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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