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공시가격 논쟁, 이건 아니다

[우보세]공시가격 논쟁, 이건 아니다

권화순 기자
2021.04.12 05:15

올해 공시가격이 19% 급등한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시가격 전면 재조사"를 언급했다. 서초구, 제주도가 한바탕 국토교통부와 공시가격 오류 공방을 벌인 직후, 이번에는 서울시장까지 가세해 '공방 2탄'이 벌어질 조짐이다. 공시가격에 따라 재산세, 종합부동산세가 달라지는 만큼 가격이 정확하게 책정되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집주인에게도, 지자체에도 장려할 일이다.

하지만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엉터리 주장'을 편다면 소모적인 공방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서초구, 제주도의 주장이 대부분 그랬다고 보여진다. 공시가격의 신뢰성에 흠집을 내려고,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실관계를 무시하고 왜곡한게 아닌가 싶은 사례들도 있다.

서초구가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1.2배 높다고 주장한 서초동 A 아파트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준공해 같은해 10월 12억6000만원에 실거래 된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15억3800만원이다. 언뜻 '현실화율 122%'라는 서초구의 주장이 맞아 보인다. 그런데 지난해 이 아파트는 실거래는 서초구가 밝힌 12억6000만원에 거래된 단 1건 밖에 없었는데 '이상거래' 일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시기 전세가격이 11억원으로 매매가격과 거의 차이가 없었던 데다 올해 초 실거래가격은 17억원이었다. 특별한 이유없이 몇 달 사이 5억원이 뛰었다면? 이상거래라고 봐야 합리적이다.

이상거래로 가격이 현저히 높거나 낮은 경우 공시가격 참고 자료로 쓸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국토부는 인근 B 아파트 시세를 참고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서초구는 "가장 가까운 C 아파트를 참고하지 않고 굳이 1Km 떨어진 B 아파트 시세를 참고했다"며 문제를 삼았다. 하지만 이 역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가장 가까운 C 아파트는 준공연도가 1993년으로 2020년 준공한 A 아파트와 무려 27년이나 차이 난다. 준공연도가 3년 차이나는 B를 참고하는 것이 더 합리적 판단이다.

서초구 검증단은 또 우면동 아파트의 시세가 5억7000만원인데 공시가격이 6억5300만원으로 역시 과대책정됐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5년 임대로 살고 이후 분양전환이 가능한 아파트였다. 서초구가 시세라고 밝힌 5억7000만원은 감정평가액으로 책정되는 분양전환가격이다. 이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 전환 뒤 이보다 2배 비싼 11억원~12억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한 참 아래였던 셈이다.

서초구는 분양 아파트를 임대아파트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임대아파트'인 우면동 LH 5단지 공시가격이 인근 '분양아파트'인 서초힐스보다 높다면서 "정부가 분양전환시 분양가격을 더 높게 받으려고 임대아파트 공시가격을 일부러 높였다"고 넘겨 짚기도 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이미 2011년 분양전환을 했기 때문에 임대아파트가 아니다.

서초구나 제주시가 '이상거래', '분양전환 아파트'에 대해 모르고 '오류'를 주장했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무시한건지 알길은 없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공시가격 결정권 이양'을 요구할 최소한의 전문성과 공정성은 갖추고 있는건지 의심스럽다.

오 시장 역시 공시가격 재조사를 하더라도 꼼꼼하고 정밀한 조사 후에 누가 봐도 설득이 될 정도의 명확한 사실관계에 근거해 발표해야 한다. 나아가 공시가격 오류를 꺼낸 진짜 이유가 '재산세'를 낮추겠단 의도라면, 공시가격 신뢰도를 훼손하는 무리한 공격보단 재산세율 논의를 본격화 할 일이다.

물론 '깜깜이 공시'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누군가는 반발하고 누군가는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오는 29일부터 전국 모든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기준을 첫 공개하지만 가장 중요한 정보인 '적정가격'은 빠져 있다. '적정가격' 공개가 또다른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지만 좀 더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어차피 '공시가 현실화율 90%'가 달성되는 10년 후엔 '적정가격'이 자동으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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