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더 늦추면 못 버틴다"...'울며 겨자먹기'로 쏟아지는 아파트

"분양 더 늦추면 못 버틴다"...'울며 겨자먹기'로 쏟아지는 아파트

유엄식 기자
2022.12.12 16:3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MT리포트-커지는 미분양 공포]②미분양 알면서도 분양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

[편집자주]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는 둔촌주공 분양 성적표는 초라했다. '10만 청약통장' 전망까지 나왔지만 1순위 마감도 실패했다. 분양 대박 기대는 미계약 우려로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둔촌주공도 이 정도면 앞으로 미분양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부동산 시장의 미분양 공포와 대책을 짚어본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한 신축 아파트 상가에 입주된 아파트 분양 사무실 앞에 이파트 할인 분양을 알리는 홍보 포스터가 놓여 있다. /사진제공=뉴스1
서울 강북구 수유동 한 신축 아파트 상가에 입주된 아파트 분양 사무실 앞에 이파트 할인 분양을 알리는 홍보 포스터가 놓여 있다. /사진제공=뉴스1

"내년 1월까지 일반분양 물량 중 절반은 팔아야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일부 상환하고, 건설사에 기성 대금도 줄 수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 수도권에서 신축 아파트를 분양한 한 시행사 관계자의 말이다. 이 단지는 최근 수분양자에 중도금 무이자 등 각종 추가 혜택을 제시했지만, 미분양 물량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최악의 경우 회사가 도산하는 '임계점'이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PF 30%대 금리도 재연장 어려워...도산 임계점 얼마남지 않은 중소 시행사들

12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금리인상이 본격화한 올해 6월부터 11월까지 전국에서 아파트 17만9606가구가 분양(일반분양 11만5029가구)했다. 이달 분양 예정 물량은 6만6033가구(일반분양 3만5901가구)이며 이날까지 3만792가구가 공급됐다.

지난해에도 12월에 6만5282가구(일반분양 4만1877가구)가 공급돼 월간 최대 분양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도 작년처럼 연말에 가장 많은 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이다.

분양 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말 일반분양 가구 중 약 30%가 '이월 물량'으로 추정된다. 시장 상황을 보고 분양가를 조정하기 위해 조합이나 시행사 등 사업 주체가 의도적으로 분양 시점을 미룬 것이다.

그동안, 이 같은 '이월 물량'은 최대한 분양가를 높여 사업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나왔다. 전국적으로 집값이 급등했고 지방 중소 규모 단지도 1순위에 청약이 마감될 정도로 시장 분위기가 좋은 시기여서다. 부지를 담보로 하는 브릿지론과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받게 되는 PF도 금리가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어서 지역과 공급 물량에 따라 최적 시점을 고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류는 올해 들어 급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잇따른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에 대응해 한국은행도 단기에 대폭 기준금리를 높이자 자금조달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 10% 이내였던 PF 금리는 20~30%대로 급등했고 이마저도 연장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업계에선 PF 대출을 이미 실행한 사업장이나 시행사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사업장을 위주로 분양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장은 공급물량의 50~60%는 조합원이 확보했고 입지가 우수해 다소 부담이 덜하지만, 사업성이 낮아 미분양이 대거 발생한 사업장은 미계약이 장기화하면 기성금을 주지 못해 공사가 멈출 수 있다"며 "최근 PF 이자가 30%대에 육박해 자금력이 약한 중소 건설사는 분양 실적에 따라 연쇄 부도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A 중소 시행사 대표는 "어렵게 부지를 확보해 10%대 금리로 브릿지론을 받아 한 1년 정도는 버틸 수 있지만, 기존에 PF를 실행한 사업장 중 미분양 물량이 많고 오랜 기간 수분양자를 찾지 못하는 곳이 문제"라며 "일부 사업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임대 후 분양도 검토 중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견본주택 운영 마지막 날인 4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견본주택을 찾은 시민들이 단지 모형도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견본주택 운영 마지막 날인 4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견본주택을 찾은 시민들이 단지 모형도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초기 계약률 낮아도 입주 때까지 다 팔자"...분양과 착공 계속 미루면 매출에도 영향

자금 사정이 양호한 건설사들도 분양을 무작정 미루기 어려운 속사정이 있다. 공정이 진행돼야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분양과 착공을 미루면 그만큼 고정비용은 나가는데 매출은 증가하지 않아 회사 전체의 성장성이 둔화되는 문제가 있다.

분양업계에선 어차피 내년에도 분양 시장 전망이 어두운 만큼 지금 분양하나 내년으로 미루나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B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완판을 기대하고 분양을 시작한게 아니다"며 "분양 후 입주까지 2년 정도 시간이 있는 만큼 그 사이에만 다 팔자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수도권 인기 지역에서도 초기 분양률을 예전보다 낮게 보는 추세다. 최근 시장 분위기상 1순위 해당 지역에선 물량 소화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대단지들은 기타지역으로 수요층을 넓히려는 전략을 세웠다.

B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별다른 홍보 없이 1순위 완판된 인기 지역 단지도 최근 시장 분위기가 달라져 초기 계약률 60%만 달성해도 성공적으로 본다"며 "청약 경쟁률이 낮아도 미계약분이 많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약률을 높이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유엄식 기자

머니투데이 산업2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