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부적정 '업(UP) 감정' 실시한 감정평가법인 3곳 적발

집값을 부풀리는 부적정한 '업(UP) 감정'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무더기로 확인됐다. 해당 감정평가사들은 강서구 빌라촌 등 단독·다세대가 밀집 지역에서 주택가격을 적정 수준보다 높게 감정평가를 실시했다. 이들이 '빌라왕'이라고 불리는 전세사기단과 결탁해 범죄 공모자로 가담했는지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해 빌라왕으로 불린 40대 김 모씨는 서울 강서구, 인천 미추홀구 등 수도권에서 1000채가 넘는 빌라와 오피스텔을 2년 만에 사들여 임대했다가 지난해 10월 갑자기 사망했다. 이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의 이같은 유형의 전세사기 범죄에 김 모씨 같은 집주인 외에도 신축빌라 업자,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등 업계 관계자가 대거 연루된 것으로 파악한다.
31일 국토교통부는 단독·다세대가 밀집된 강서구 빌라촌 등 3개 지역에서 집값을 적절한 요인없이 부풀려서 감정평가한 것으로 의심되는 업 감정 사례 11건을 적발해 관련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감평사 개인의 일탈 또는 실수인지, 전세사기에 조직적으로 가담한 것인지 등을 면밀히 따져볼 예정이다.
업 감정을 의심받는 해당 감정평가법인은 모두 3곳이다. 이 중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선정한 'HUG 감평법인'(40개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HUG는 앞서 전세사기 방지방안의 일환으로 한국감정평가사협회의 추천을 받아 HUG 감평법인을 선정, 해당 법인에서 발급한 감정평가서만 보증심사에 활용한다.

이번에 조사 중인 의심 사례 11건 중 9건은 한 감정평가법인에 속한 감평사 A씨가 모두 평가서를 발급했다. 주변 시세가 1억5000만원이었다면 A씨는 2억원 정도로 높이는 식으로 동일 지역 내 반복적으로 평가했다. 금액은 정상적인 감정평가보다 소폭 높은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비슷한 형태를 반복한 탓에 의도적으로 가격을 높인 것으로 의심받는다. 다른 3건은 반복적이지 않지만, 정상적으로는 가격비교가 안 되는 주택가격 사례를 억지로 끼워넣어서 감정가격을 부적절하게 올린 정황이 나타났다.
국토부는 추가적인 타당성 조사를 거쳐 3월 중 관련 징계위원회를 열고 11건(3개사)에 대한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다 금액 감평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해 위반 여부에 따라 영업정지, 자격취소 등 행정처분 조치를 할 계획"이라며 "전세사기와 결탁한 정황이 확인되면 별도로 수사의뢰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매 분기별로 부적정한 감정평가 사례를 조사·징계하고 있다. 올해 1월에도 감평법인 2곳의 감평사가 금액을 부풀린 감정평가가 적발돼 영업정지, 견책 등의 징계를 받았다. 연간 감평사 징계 건수는 2018년 4건, 2019년 1건, 2020년 4건, 2021년 10건, 지난해 4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