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다주택자에게 주택 정리를 주문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팔고 싶어도 팔 수가 없다"는 하소연이 커지고 있다.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수 수요가 얼어붙은 데다 서울과 수도권 역시 규제 강화로 거래 여건이 악화하면서 다주택자들의 출구가 사실상 막혔다는 지적이다.
2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가격을 낮춘 매물에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은평구 등에 매물을 보유한 다주택자 A씨는 5개월여 전 매물을 내놓고 호가도 거듭 내렸지만 여전히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임대차 기간이 길어진 만큼 세입자 동의 없이는 집을 내놓기가 어려워진 상황인 데다 세입자가 있는 주택은 실거주 목적이 아니고서는 매수 자체가 어렵다. 이 때문에 이른바 '전세를 낀 매수' 수요가 사라지면서 매수 문의 자체가 크게 줄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A씨는 "호가를 계속 낮추고 있지만 보러 오겠다는 연락조차 없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B씨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B씨는 집을 팔기 위해 거주 중인 세입자에게 이사 비용 지원까지 제안했지만 세입자의 거부로 결국 매도 대신 증여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
지방 다주택자의 답답함은 더 크다. C씨는 이른바 '똘똘한 한채'가 부동산시장의 기조로 굳어지면서 일찌감치 보유 중인 지방주택의 매도를 추진했지만 아직도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특히 C씨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다주택자 압박이 거세지자 호가를 기존보다 5000만원 낮추기까지 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흔히 말하는 찔러보는 문의조차 없었던 것. 중개업소에서는 "가격 문제가 아니라 수요 자체가 얼어붙은 시장"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실제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 시장의 온도 차는 뚜렷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주택 매매가격은 수도권과 서울이 각각 0.17%와 0.31% 전주 대비 상승했지만 제주(-0.03%) 대구(-0.03%) 충남(-0.02%) 등 다수 지방은 하락세를 보였다. 지방은 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 약화로 실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투자 수요까지 위축되며 매수층 자체가 크게 위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과 수도권 역시 자금 부담과 가격 불확실성 속에서 관망세가 짙다. 추가적인 부동산 규제가 예상되는 만큼 단기간에 수요가 회복되리라고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매도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시장은) 매물이 나온다고 해서 이를 받아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다주택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집중시키기보다는 지역별 시장 상황을 고려한 보다 정교한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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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다주택자 수는 이미 감소 흐름에 들어섰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주택을 2건 이상 보유한 사람의 비중은 2024년 기준 14.9%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줄었다. 2020년 15.8%와 비교하면 0.9%포인트 감소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