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대 80조원에 이르는 역대급 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예고된 가운데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등 이른바 '빅3' 건설사들의 핵심지 수주 전략도 구체화하고 있다. 과거처럼 사업을 따내기 위해 무한 출혈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수익성이 뒷받침되는 소수 사업장에 역량을 집중하는 선별 수주 전략이 두드러진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도시정비사업은 최근 대형화·고급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압구정, 성수 등 한강변 주요 사업지는 주택 공급을 넘어 고급 주거 브랜드 경쟁의 핵심 무대로 자리잡았다.
실제 한강변 등 주요 정비사업장은 건설사별 수주 지형도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양상이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3구역과 5구역에 집중하며 기존 수주 성과를 기반으로 한 연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압구정 4구역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GS건설은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 수주를 목표로 설정하고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시공권 확보의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이저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전략은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이라는 경영 환경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정비사업은 입찰 과정에서 설계 제안, 금융 조건, 홍보 경쟁 등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구조다. 경쟁이 과열될수록 사업 외 비용 부담이 커지고 이는 수익성 저하로 직결된다. 이에 건설사들은 무리한 수주 확대보다 사업 성공 가능성과 수익성을 우선 고려하는 보수적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
GS건설은 선별 수주 전략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행한 사례로 꼽힌다. 성수 1지구 입찰 과정에서 보증금을 전액 현금으로 선납하며 사업 의지를 명확히 했고 조합원 대상 홍보관 운영 등을 통해 사업 비전을 구체화했다. 이는 특정 핵심 사업지에 자원을 집중 투입해 수주 성공 확률을 높이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GS건설은 오는 25일 시공사 선정총회를 앞두고 지난 9일부터 성수동에 홍보관을 운영 중이다.
압구정 일대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감지된다. 현대건설은 2구역 수주 경험을 바탕으로 3구역과 5구역에 집중하기 위해 4구역 참여를 사실상 조정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에 삼성물산은 4구역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며 수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건설사 간 경쟁이 전면전에서 '선택적 경쟁'으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도시정비 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이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여의도, 목동 등 후속 대형 정비사업지에서도 유사한 전략이 반복될 경우 수주 경쟁은 '빅3 중심'를 비롯한 대형 건설사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금력과 브랜드, 사업 수행 경험을 동시에 갖춘 상위 건설사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옥석 가리기'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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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서울 정비사업 시장은 규모 확대 속에서도 경쟁 방식이 변화하는 전환기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건설사들이 무차별 수주에서 벗어나 핵심 거점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전략을 강화하면서 향후 시장은 소수 대형사 중심의 안정적 경쟁 구도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사업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 확보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 정비사업의 향방은 현대·삼성·GS가 얼마나 내실 있는 핵심지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여의도, 목동 등 후속 사업지에서도 탑3 중심의 선별적 수주 구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