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그룹에 있어 인도 현지 제철소 투자는 '좌절의 역사'였다. 하지만 포스코가 20일 현지 1위 철강사인 JSW스틸과 손잡고 글로벌 단일 투자 기준 역대 최대인 약 10조원을 투자해 일관제철소를 짓는 '오디샤 프로젝트'의 진행을 결정하면서 인도는 '기회의 땅'으로 거듭나게 됐다.
포스코의 첫 인도 제철소 진출 선언은 200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주민 반대에 따른 부지 확보 어려움, 인도 중앙·주 정부의 정책 변수 등이 반복되며 네 차례나 고배를 마셨다. 최근 들어서는 글로벌 철강 업황 부진까지 겹쳤다. 20년 가까이 미완 사업으로 남은 배경이다.
포스코는 이런 상황에서도 손을 놓지는 않았다. 인도 진출이 번번이 좌초되는 동안에도 사업 기반을 꾸준히 다져왔다. 전기강판 공장과 자동차강판 공장 등 하공정 투자를 통해 현지 사업을 이어왔다. 파트너인 JSW스틸과의 협력 관계 역시 지속적으로 강화했다. 2022년 태풍 '힌남노'로 포항제철소가 침수됐을 당시 JSW가 제작 중이던 설비를 포스코측에 제공해 복구를 앞당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다 장인화 회장의 취임이 전환점이 됐다. 그는 '철강 경쟁력 재건'을 내세워 인도를 핵심 생산 거점으로 낙점하고 "인도와 미국 등 철강 고성장·고수익 지역에서 현지 완결형 투자와 미래 소재 중심의 신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방향성은 우선순위 투자처를 명확히 하면서 협의를 빠르게 진전시키는 동력이 됐다. 장 회장이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인도 제철소 추진 관련 첫 업무협약식에 직접 참석해 "경제 블록화를 극복하고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철강 상공정 중심의 해외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궤를 같이 한다.
실제로 이번 최종 계약은 2024년 10월 장 회장과 사잔 진달 JSW 회장이 직접 만나 업무협약을 맺은 지 약 1년 6개월만의 성과다. 지난해 8월 주요 조건 합의서(HOA)를 맺은 후 불과 8개월만에 합작사업이 본격적인 건설 실행 단계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인도가 더 이상 '잠재 시장'이 아니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인도는 연평균 7%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국가다. 철강 수요도 도시화와 인프라 투자, 제조업 확대에 힘입어 최근 3년간 연평균 9~10% 증가했다. 여기에 14억명 인구를 기반으로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동차·가전용 고급강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단순한 물량 시장을 넘어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투자 매력을 키우는 이유다.
포스코는 이번 투자를 발판으로 인도 내 고수익 시장을 공략하고 글로벌 철강 공급망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연 6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립을 통해 완결형 현지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일관제철소는 쇳물을 뽑는 상공정 단계부터 완제품인 철강을 생산할 수 있다. 제철 산업의 전 과정을 한 공장에서 수행하는 방식으로 현지 완결형 구조를 구축하는게 가능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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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인도 외에 미국 등지에서도 완결형 현지화 전략을 적용할 계획이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시장 대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간 추진해온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 지분 투자, 클리블랜드클리프스와의 협력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미국은 수입 철강 제품에 50%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유럽은 무관세 수입 쿼터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50%의 관세를 매길 예정이다. 인도 역시 세이프가드 조치로 수입 철강에 부담을 높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창출한 수익을 기반으로 국내 탈탄소 전환 투자를 실행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