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곽만 팔린다]

서울 외곽 아파트 시장에서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는 현상은 단순한 거래 증가를 넘어 수요 구조가 바뀌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대출 규제와 가격대, 전세 시장 불안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수요가 특정 구간으로 집중되는 모습이다.
가장 큰 요인은 대출이다. 외곽지역은 5억~9억원대 주택이 많아 대출을 활용한 실수요 접근이 가능한 구간이다. 반면 강남권은 30억~40억원대 고가 주택이 중심이어서 대출 규제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여기에 실거주 의무까지 더해지면서 매수 가능한 수요층이 크게 제한된 상태다.
전세 시장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세 매물이 줄고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수요가 매매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특히 중저가 구간에서는 전세와 매매 가격 차이가 좁혀지며 '전세 대신 매수'로 전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는 정책 영향도 작용하고 있다. 양도세 중과 유예로 매물은 늘었지만 수요가 따라붙는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이 갈리고 있다. 외곽에서는 매물 증가가 거래로 이어지는 반면 강남권에서는 매물만 쌓이는 구조가 형성됐다.
지표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3월 기준 외곽지역 매물 흡수율은 107.1%로 신규 매물뿐 아니라 기존 재고까지 함께 소진되는 '소진 우위' 단계에 들어섰다. 같은 기간 핵심 4구는 16.6%에 그쳤고 재고 회전율도 외곽(9.55%)이 핵심 4구(2.31%)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지역별 편차도 상당하다. 강북구와 종로구는 흡수율이 200%를 넘어서며 신규 매물을 넘어 기존 재고까지 빠르게 소진되는 흐름을 보였고 중랑·구로·강서구 등도 100%를 크게 웃돌았다. 매물이 시장에 나오자마자 거래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한강벨트인 양천구(54.4%), 영등포(50.7%), 마포(46.3%), 동작(44.0%) 등은 강남권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거래가 활발했지만 외곽권역처럼 재고까지 소진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반면 강남권은 매물 증가에 거래가 한참 뒤처지는 상황이다. 매수 여력이 있는 수요층이 제한되면서 매물 적체가 이어지고 있다. 가격대와 규제 영향이 맞물리며 시장이 권역별로 뚜렷하게 나뉘는 모습이다.
실제 거래 가격도 단기간에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강북구 미아동 '경남아너스빌' 전용 84㎡는 지난해 4월 7억3000만~7억5000만원대에 거래됐지만 약 11개월 만인 올해 3월 8억7000만원(18층)에 거래되며 1억원 이상 올랐다. 현재 동일 단지 고층 매물 호가는 9억원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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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지역 '꿈의숲롯데캐슬' 전용 59㎡도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지난해 10월 7억8000만원에 거래됐던 물건이 약 5개월 만인 올해 3월 9억원(7층)에 거래되며 1억2000만원 상승했다. 현재는 동일 평형 매물이 사실상 소진된 상태다.
중랑구 상봉동 '건영2차' 전용 84㎡ 역시 최근 7억9000만~8억원에 거래되며 1년 전 6억6000만원대 대비 최대 1억3000만원 이상 올랐다. 현재는 매물이 3건에 불과하며 저층(3층) 물건도 호가가 8억5000만원까지 형성돼 1년 전 거래가 대비 약 1억8000만원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외곽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현재 시장은 가격대와 규제 영향에 따라 수요가 이동하는 전형적인 분화 국면"이라며 "대출 규제가 유지되는 한 외곽 중심의 매물 소진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5월 이후 세제와 규제 방향에 따라 매수세가 이어질지 관망으로 전환될지가 결정될 것"이라며 "결국 권역별 거래 체결 강도가 다른 만큼 정책도 일률적이기보다 차별화된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