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공항 운영사 'AENA'
46개 묶어 네트워크 일원화
계약·투자 공동관리 효율↑
규모의 경제·균형발전 실현
국내 항공분야 개편 논의 속
대표 벤치마킹 모델로 주목
이재명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이 본격화하면서 국가 기간인프라 운영체계 개편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관별 기능중복 해소와 운영 효율화를 핵심과제로 내세운 가운데 항공분야에서는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통합여부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진다.
공항통합과 관련, 스페인 전국 46개 공항을 단일 네트워크로 운영하는 공항운영사 아에나(AENA)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힌다. 관광·항공산업과 연계돼 스페인 GDP(국내총생산)의 약 6%를 뒷받침하는 이들의 운영모델은 공항 운영체계 전환기를 맞은 국내 공항·항공산업에 하나의 이정표를 제시한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바라하스국제공항에서 만난 안헬 산스 아에나 전략·공공정책부문 총괄이사는 "스페인 전체 공항이 성장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에나 운영의 기본원칙"이라면서 "경쟁력이 높은 공항이 창출한 운영 노하우와 서비스, 투자여력 등을 네트워크 전체가 공유하기 때문에 일부 공항의 일시적인 적자는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는 1991년 전국 공항 운영기능을 아에나로 일원화한 뒤 2015년 IPO(기업공개)를 통해 지분 49%를 민간에 매각했다. 다만 전략인프라의 공공성을 고려해 정부 산하 ENAIRE(스페인 국영 항공교통 관제기관)가 51%의 지분을 계속 보유하며 경영권은 유지하는 '부분 민영화' 방식을 택했다.
아에나는 지난해 여객 3억8480만명, 매출 64억유로(약 11조1200억원), 순이익 21억유로(약 3조6700억원)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여객이 집중되는 관광 중심의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등 16개 거점 공항과 이용객이 적은 지방공항을 개별 수익성이 아닌 하나의 공항망이라는 관점에서 운영한 결과 '규모의 경제'와 '지역균형발전'을 동시에 실현했다는 평가다.

아에나는 또 공항별로 나뉘어 운영된 계약과 조달, 인사, 시스템 관리를 중앙에서 통합해 비용절감과 운영 표준화를 동시에 달성했다. 각 공항이 개별적으로 도입하던 보안검색장비와 수하물 처리시스템, IT(정보기술) 인프라 등 초기 투자비가 큰 분야를 일괄조달하면서 중복투자 비용을 크게 줄인 것이 한몫했다.
유럽 대표 관광공항으로 성장한 스페인 남부 말라가코스타델솔공항(이하 말라가공항) 역시 단일 네트워크 운영전략이 만들어낸 성공사례다. 단순히 공항시설을 확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철도와 관광인프라·행정시스템을 동시에 연계하는 통합투자 전략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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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공항이 국제선 노선 수를 150여개까지 확대할 수 있던 배경에는 행정 일원화가 있다. 중앙정부와 관광당국, 지방정부 등을 각각 거쳐야 했던 절차를 아에나의 체계에서 일괄조정할 수 있도록 해 항공사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 덕분이다.
항공사들은 행정절차 간소화 효과는 물론 공항이용료, 유지비, 운영효율 등 비용경쟁력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고 이는 신규 국제노선 유치로 이어졌다. 현재 미국 뉴욕과 캐나다 몬트리올, 사우디아라비아 등 국제 항공사들의 취항이 이어지며 말라가공항의 장거리 노선도 꾸준히 확대됐다.
이그나시오 비오스카 아에나 CDO(최고데이터책임자) 겸 항공마케팅 총괄이사는 "항공사들은 공항 사용료만 보는 것이 아니라 유지비와 운영 안정성까지 함께 판단한다"며 "말라가공항은 비용경쟁력과 운영효율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제시해 국제 항공사들의 신뢰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스페인 전국 공항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운영하는 과정에서 진통도 있었다. 부유한 카탈루냐 자치정부를 중심으로 바르셀로나 엘프라트공항의 운영권한 확대와 거버넌스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아에나는 국가균형발전과 공항망의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단일 운영체계를 유지했다.
세종관가 안팎에서는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통합논의가 본격 현실화하면 아에나의 단일 네트워크 운영경험이 유의미한 참고사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 조직통합을 넘어 공항간 운영역량과 투자효과를 어떻게 공유하고 국가 전체 항공 네트워크의 경쟁력을 높일 것인지가 통합논의의 핵심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겔 카소를라 아에나 상업기획·경영관리처장은 "건전한 미시경제 원칙에 기반한 규제와 항공사와의 견제·균형시스템, 인센티브제도가 항공운송과 관광부문 전반에서 시너지를 냈다"며 "네트워크 기반 모델을 중심으로 한 중앙집중형 기업 서비스가 회사와 주주인 스페인 국민 모두에게 유익한 방식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